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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UAE에 미사일 폭격 호르무즈 통제권 확대…HMM 나무호 폭발·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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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UAE에 미사일 폭격 호르무즈 통제권 확대…HMM 나무호 폭발·화재

트럼프 '프로젝트 프리덤' 첫날부터 미·이란 무력 충돌…브렌트유 배럴당 114달러 돌파
호르무즈 갇힌 한국 선박 26척·선원 160명…IMF "유가 125달러 땐 글로벌 경기침체 불가피"
이란 혁명수비대의 순항 미사일 발사 훈련(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이란 혁명수비대의 순항 미사일 발사 훈련(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연합뉴스


4월 8일 미·이란 휴전 이후 잠잠했던 페르시아만 일대가 4일(현지시각) 하루 동안 일촉즉발의 전장으로 돌변했다.

CNN·로이터통신·CNBC·AP 등 주요 외신은 4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뚫기 위한 '프로젝트 프리덤(Project Freedom)' 작전을 전격 가동한 직후, 이란이 아랍에미리트(UAE)를 향해 탄도미사일 12발, 순항미사일 3발, 드론 4기를 쏘아 올리며 즉각 반격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미군은 이란 소형 고속정 7척을 격침하고, 한국 해운사 HMM이 운용하는 화물선 나무(NAMU)호에서도 폭발·화재가 발생하면서 사태는 한국에도 직접 불똥이 튀었다. 이날 국제유가는 6% 가까이 치솟아 브렌트유가 배럴당 114.44달러(약 16만 8970원)를 넘어서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공황 상태에 빠져들었다.

'프로젝트 프리덤' 첫날부터 미·이란 무력 충돌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날 병력 1만 5000명, 육·해상 기반 항공기 100여 대, 유도미사일 구축함을 투입해 호르무즈 해협 내 고립 선박을 구출하는 '프로젝트 프리덤'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브래드 쿠퍼 중부사령부 사령관은 기자들과의 전화 브리핑에서 "미국 국적 상선 2척이 해협을 안전하게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씨호크(Sea Hawk)와 아파치(AH-64 Apache) 헬리콥터가 출동해 미군 보호 상선을 위협한 이란 소형 고속정을 격침하는 과정에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순항미사일과 드론, 고속정으로 맞대응했다. 쿠퍼 사령관은 "이란이 발사한 모든 위협을 방어용 무기로 격멸했다"고 밝혔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호르무즈 해협 내 통제 구역을 기존보다 대폭 넓힌 새 지도를 공개했다. 서쪽으로는 이란 게슘섬과 UAE 움알쿠와인을, 동쪽으로는 이란 모바라크산과 UAE 푸자이라 남쪽을 잇는 직선을 새 통제선으로 설정했다.

UAE 영해 일부까지 통제 구역에 포함시킨 이번 조치는 사실상 해협 봉쇄 범위를 UAE 문턱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란 국영 파르스통신은 미 군함 1척이 미사일 2발에 피격됐다고 보도했으나, 중부사령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 해군 함정 가운데 타격을 입은 사실은 전혀 없다"고 즉각 반박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역시 "어떠한 상선도 해협을 통과하지 않았다"며 미국 측 발표를 정면으로 부인했다. 양측의 엇갈린 주장 속에 시장 불안감은 한층 고조됐다.

UAE 유조선·HMM 나무호 직격…한국 선원 160명 발 묶여


UAE 국영 석유회사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ADNOC) 계열 유조선 바라카(Barakah)호는 오만 연안 인근에서 이란 드론 2대의 공격을 받았다. UAE 국방부는 이날 자국 방공망이 탄도미사일 12발, 순항미사일 3발, 드론 4기를 요격했다고 밝혔다.

3명이 중등도 부상을 입었고, 부상자 모두 인도 국적으로 확인됐다. 이란이 4월 8일 휴전 이후 UAE를 향해 미사일과 드론을 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UAE는 공습에 대응해 전국 학교의 원격 수업 전환을 지시하고 1주일간 비행 제한 구역을 선포했다.

한국에도 피해가 발생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시각 4일 오후 8시 40분께 호르무즈 해협 내측 UAE 인근 해역에 정박 중이던 HMM 운용 벌크 화물선 나무(파나마 선적)호 기관실 좌현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한국인 선원 6명을 포함한 24명이 승선해 있었으나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HMM 측은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음과 함께 화재가 시작됐다"며 "피격 여부를 포함한 정확한 원인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한국 화물선을 공격했다"며 "한국이 이 임무에 동참해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발이 묶인 한국 선박은 총 26척이며, 한국인 선원은 국적 선박 탑승 123명과 외국 국적 선박 탑승 37명을 합쳐 모두 160명에 달한다.

유가 급등·협상 교착…IMF "2027년 넘기면 더 나빠진다"


이날 국제유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글로벌 기준유인 브렌트유 선물은 5.80% 오른 배럴당 114.44달러(약 16만 8970원)로 마감해 2022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종가를 기록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4.39% 상승한 배럴당 106.42달러(약 15만 7129원)에 거래를 마쳤다.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합의가 없으면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고, 미국 휘발유 가격은 오는 6월까지 갤런당 5달러(약 7382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이미 갤런당 6달러(약 8859원) 이상을 내고 있다. 미국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도 갤런당 4.42달러(약 6526원)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제통화기금(IMF)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날 밀컨 인스티튜트 콘퍼런스에서 "전쟁이 2027년까지 이어지고 유가가 배럴당 125달러(약 18만 4562원) 안팎에 머문다면 훨씬 더 나쁜 결과를 각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총재는 이미 IMF의 '불리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고 진단했다. 다렌 우즈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도 "시장은 이란 해협 봉쇄의 충격을 아직 완전히 흡수하지 못했다"며 "유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종전 협상은 교착 상태다. 이란은 미군 중동 철수, 봉쇄 해제, 이란 자산 동결 해제, 전쟁 배상금 지급, 호르무즈 해협 새 관리체계 수립 등 14개 항의 평화안을 미국에 제시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충분한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며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로이터통신과 CNN은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양측 간 대화가 지속되고 있으며, 2차 대면 협상 장소로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혹은 스위스가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이 어느 때보다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미 함정을 공격할 경우 "지구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호르무즈 해협에는 현재 2000여 척의 선박이 직간접으로 묶여 있으며, 230척이 넘는 유조선이 원유 적재를 기다리고 있다. 전쟁 전 이 해협은 전 세계 원유·액화천연가스(LNG) 거래량의 약 20%가 통과하던 핵심 에너지 수송로였다.

런던 채텀하우스의 니티야 라브 국제안보 프로그램 연구원은 "설령 '프로젝트 프리덤'이 일부 선박을 빼내는 데 성공하더라도 일시적 안도에 그칠 것"이라며 "해협의 완전한 개통은 이란의 명확한 보장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