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미, EU 자동차 관세 25%로 기습 인상… 럭셔리 카 시장 ‘직격탄’

글로벌이코노믹

미, EU 자동차 관세 25%로 기습 인상… 럭셔리 카 시장 ‘직격탄’

국가안보 명분 합의 파기… 벤츠·BMW 등 독일차 3사 미국 시장서 ‘비상’
페라리·포르쉐 등 가격 급등 불가피… 대당 수천만 원 인상 압박에 공급망 재편
지난달 독일 엠덴항에서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차량들.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지난달 독일 엠덴항에서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차량들. 사진=연합뉴스
미국이 유럽연합(EU)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전격 인상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를 비롯한 유럽의 고급 자동차 브랜드들이 미국 시장 내 가격 경쟁력 상실이라는 초유의 위기에 직면했다.

알자지라(Al Jazeera)는 지난 5일(현지시각) 미 무역대표부(USTR)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의 CNBC 인터뷰를 인용해 "백악관이 EU 자동차 부문에 대한 25% 관세 조치를 강행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8월 양측이 합의한 15% 관세율을 공식적으로 파기하는 것이어서 미·유럽 간 통상 갈등이 전면전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안보 분쟁이 부른 무역 보복… 독일 자동차산업 정조준


미국 정부의 이번 결정은 표면적으로는 EU의 합의 불이행을 내세우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지정학적 보복 성격이 짙게 깔려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국가들이 호르무즈 해협의 미 해군 작전 지원 요청을 거절하자 이를 '국가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고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조지타운 대학교 국제법 전문가 그레고리 샤퍼 교수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미 정부는 강압적인 협상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라며 "자동차산업 비중이 높은 독일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며, 안보 분쟁 상황에서 유럽이 즉각 대응하기 어려운 점을 노린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생산 거점에 따른 명암… 세단 및 초고가 브랜드는 ‘피할 길 없는 폭풍’


이번 관세 인상은 특히 유럽 내 생산 비중이 높은 럭셔리 모델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현재 메르세데스-벤츠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SUV 모델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으나, 브랜드의 자존심이자 고수익 모델인 S클래스 세단은 전량 독일에서 수입하고 있어 관세 인상의 파고를 직접 맞게 된다.
BMW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장이 글로벌 SUV 공급 거점 역할을 하며 일정 부분 방어막을 형성하고 있지만, 3시리즈와 4시리즈 등 핵심 인기 세단 모델은 여전히 관세 영향권에 노출되어 있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미국 내 생산 기지가 아예 없는 브랜드들이다. 이탈리아에서 전량 생산하는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를 비롯해, 모든 물량을 독일 등 유럽에서 들여오는 포르쉐와 아우디는 이번 25% 고관세를 회피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전혀 없다.

라헬 지엠바 신미국안보센터(CNAS) 수석연구원은 "현지 생산을 통해 관세를 상쇄할 수 있는 대중차 브랜드와 달리, 완제품 수출에 의존하는 초고가 브랜드들은 이번 조치로 가장 치명적인 경영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가구당 144만 원 추가 부담… 글로벌 자동차 공급망 전면 재편


관세 인상에 따른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으로 보인다. 비영리 단체 조세재단(Tax Foundation)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미국 내 가구당 연평균 약 1000달러(약 144만 7600원)의 비용 부담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관세율 조정 이후에도 가구당 약 700달러(약 101만 3320원) 수준의 추가 지출이 이어질 전망이다.

관세 컨설팅 전문가 카일 피콕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10%포인트에 달하는 추가 관세를 자체 흡수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며, 이는 즉각적인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억대 럭셔리 카의 경우 관세만으로 수천만 원의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

공급망의 균열도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산 부품을 수입해 유럽에서 조립한 뒤 다시 미국으로 역수출하는 기업들은 이미 주문량을 줄이는 등 긴축 경영에 들어갔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조치가 유럽의 보복 관세로 이어질 경우 글로벌 무역 질서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의 장벽이 높아지면 제조사들이 수익성 보전을 위해 한국 등 주요 시장의 판매 물량 배정과 가격 정책을 전면 수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