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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미사일 주조 공법 끝났다"… 3D 프린팅 연료, 국방 공급망 '초속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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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미사일 주조 공법 끝났다"… 3D 프린팅 연료, 국방 공급망 '초속 혁명'

1800 PSI 압력 돌파: 3D 프린팅 추진제가 앞당긴 '초경량·고성능' 로켓 시대
소재 국산화·복합 설계·분산형 인프라… 한국형 미사일 전력 강화 전략 활용성
60년 넘게 이어져 온 전통적인 고체 로켓 엔진 제조 공정이 막을 내릴 조짐이다. 미사일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고체 추진체를 3D 프린팅 기술로 찍어내는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60년 넘게 이어져 온 전통적인 고체 로켓 엔진 제조 공정이 막을 내릴 조짐이다. 미사일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고체 추진체를 3D 프린팅 기술로 찍어내는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미지=제미나이3


60년 넘게 이어져 온 전통적인 고체 로켓 엔진 제조 공정이 막을 내릴 조짐이다. 미사일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고체 추진체를 3D 프린팅 기술로 찍어내는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단순히 시제품 제조 수준을 넘어, 극도의 고압을 견뎌야 하는 군사 무기 분야에서 성능까지 입증되면서 '미사일 제조 거버넌스'의 근본적인 대전환이 예고된다.

60년 제조 패러다임의 전환: 전통 주조 vs 3D 프린팅 공법 비교.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60년 제조 패러다임의 전환: 전통 주조 vs 3D 프린팅 공법 비교. 도표=글로벌이코노믹


'' 깨버린 적층 제조… 불가능했던 연소 효율 구현


탐스하드웨어(Tom's Hardware)는 지난 7(현지시간) 미국 첨단 소재 기업 크로매틱 3D 머티리얼즈(Chromatic 3D Materials)가 앨라배마주 IS4S 시험장에서 실시한 정적 발사 시험에서 3D 프린팅 추진제의 연소 시험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시험에서 크로매틱의 3D 프린팅 추진제는 1800 PSI(제곱인치당 파운드) 이상의 고압 연소 환경을 구조적 결함 없이 완벽히 견뎌냈다. 이는 일반적인 수돗물 압력의 약 30~40배에 달하는 고압이다. 통상적인 대형 고체 로켓 엔진의 내부 압력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3D 프린팅 기술이 군사적 실전 배치 수준의 신뢰성을 확보했음을 시사한다.

전통적인 고체 로켓 엔진 제조는 이른바 '주조 및 경화' 공정을 거친다. 고체 연료와 산화제를 섞은 걸쭉한 슬러리(Slurry, 진흙 형태 혼합물)를 금속 케이스에 붓고, 중앙에 맨드릴(Mandrel, 성형 막대)을 꽂아 내부 공간(연소관) 형태를 잡은 뒤 수주간 굽는 방식이다. 이 공정은 맨드릴을 나중에 뽑아내야 한다는 물리적 한계 탓에 연소관 내부를 단순한 원통형이나 별 모양 등으로밖에 만들 수 없었다.

제조 효율의 마법… "수주 걸리던 공정, 단 몇 시간으로"


크로매틱이 도입한 '반응형 압출 적층 제조(Reactive Extrusion Additive Manufacturing, RX-AM)' 기술은 이러한 물리적 한계를 완전히 깨트렸다.

RX-AM 방식은 3D 프린터가 정교하게 설계된 내부 기하학적 구조를 밑바닥부터 층층이 쌓아 올린다. 맨드릴이 필요 없는 이 공정은 기존 주조 방식으로는 불가능했던 극도로 복잡한 내부 형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 고체 로켓 추진체는 내부 표면적과 형상에 따라 연소 속도와 초기 추력이 결정된다.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하면 연소 효율을 극대화한 '꿈의 내부 설계'가 가능해져, 미사일의 사거리를 늘리고 정밀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더욱 강력한 혁신은 생산 속도와 유연성에 있다. 기존 공정에서 슬러리를 붓고 굳히는 데 수주가 소요됐다면, RX-AM 공정은 프린팅과 동시에 경화가 이루어져 단 몇 시간 만에 엔진 제작이 가능하다. 이는 생산성을 최소 100배 이상 끌어올리는 혁명적 변화다. 전시 상황이나 긴급한 국방 수요 증가 시 미사일 보급 속도를 압도적으로 높일 수 있는 '공급망 속도 혁명'을 의미한다.

또한, 추진체를 케이스 등 구조 부품에 직접 통합해 출력함으로써 불필요한 질량을 줄이는 초경량화도 실현 가능하다. 단일 엔진 내에 서로 다른 연소 특성을 가진 연료를 층별로 배치해 비행 단계별로 추력을 조절하는 정밀 제어까지 가능해진다.

코라 라이비히(Cora Leibig) 크로매틱 설립자 겸 CEO"이 기술은 미국 로켓 무기고의 90% 이상에서 즉각적인 성능 향상을 이끌어낼 수 있다", "무엇보다 생산 기지를 주요 수요처나 전방 인근으로 분산할 수 있어 물류 체계의 회복탄력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형 미사일 전력 강화, 3대 핵심 지표에 주목해야


고체 추진 미사일 전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대한민국 국방산업 역시 이번 기술적 쾌거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우리 방산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초경량·고성능' 로켓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다음 세 가지 핵심 지표를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먼저, 소재 국산화 및 반응성 제어 기술 확보다. 기존 고체 연료 바인더의 화학 구조를 3D 프린팅 적층 제조에 최적화하는 전용 소재 레시피를 자체 개발하고, 프린팅 즉시 완벽히 경화시키는 제어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복합 기능성 추진체 설계 역량이다. 단순한 추진력 제공을 넘어, 미사일의 비행 특성과 탄두 특성에 맞춘 '맞춤형 추력 프로파일' 설계 기술을 고도화해야 한다. 이는 미사일의 요격 회피 능력과 타격 정밀도를 결정짓는 핵심이 될 것이다.

셋째, 분산형 제조 인프라 구축 검토다. 대규모 거점 공장에 의존하는 현재의 미사일 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전방 부대나 은밀한 작전 기지 인근에서 미사일을 즉석 생산할 수 있는 '전방 전개형 제조 거점'의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

이번 1800 PSI 압력 돌파 성공은 3D 프린팅 기술이 단순히 시제품 제작이나 보조 부품 생산 도구를 넘어, 국가 안보의 핵심인 미사일 제조 생태계 자체를 재편하는 강력한 '게임 체인저'가 되었음을 선언하는 역사적 이정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