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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군사력 질주하는 중국, 국민 살림은 '밑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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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군사력 질주하는 중국, 국민 살림은 '밑바닥'

R&D 1조 달러·군사비 3140억 달러 쏟아붓는 동안 부동산 붕괴·청년 실업 심화
안보·기술 우선 전략의 역설… 내수 회복 전망 불투명
군사력과 첨단 기술 분야에서 눈부신 도약을 이룬 반면, 정작 중국 국민의 살림살이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군사력과 첨단 기술 분야에서 눈부신 도약을 이룬 반면, 정작 중국 국민의 살림살이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10년 넘는 동안 군사력과 첨단 기술 분야에서 눈부신 도약을 이룬 반면, 정작 중국 국민의 살림살이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0일(현지시각), 시 주석의 '안보 우선' 노선이 초래한 경제적 대가를 심층 분석하며 중국의 겉과 속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천문학적 기술·군사 투자, 그 이면의 민생 공동화


중국 정부는 인공지능(AI)·반도체·전기차 등 전략 산업에 수천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3월 발표한 주요 과학기술 지표(MSTI)에 따르면, 구매력 평가(PPP) 기준 2024년 중국의 연구개발(R&D) 지출은 약 1조300억 달러(약 1531조3010억 원)로 미국(약 1조100억 달러·약 1500조8600억 원)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중국 군사비가 2024년 7.0% 늘어난 3140억 달러(약 466조 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중국은 30년 연속 군사비를 늘렸다. 미국 국방부 보고서는 같은 기간 핵탄두도 수백 기 증강됐다고 밝혔다.

반면 교육비 지출은 시 주석 재임 중 학생 1인당 기준으로 2024년 1% 남짓 오르는 데 그쳤다.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시는 지난해 도로 유지·법원 운영 예산을 삭감하면서 과학기술 분야 지출은 약 80% 늘렸다.

초·중학교 교육 예산은 10% 넘게 줄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 지출 비중은 2023년 기준 약 9%로 멕시코·튀르키예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서유럽 주요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스탠퍼드대 중국 정치 전문가 우궈광(Guoguang Wu) 교수는 "시진핑 체제에서는 경제가 정치적 판단의 희생양이 될 수 있지만, 경제 발전이 정치 논리를 누르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붕괴·고용 한파… 번영의 기억이 된 제조 도시

부동산 시장 붕괴는 중국 경제의 핵심 상처다. 조사 기관 로듐그룹에 따르면 중국의 부동산 및 주거용 건설 비중은 2023년 GDP의 16%에서 2024년 11%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리튬이온 배터리·로봇 등 6개 전략 산업의 GDP 비중은 5.5%에서 6.3%로 소폭 늘었을 뿐, 부동산이 사라진 자리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광둥(廣東)성 포산(佛山)시는 이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과거 "집이 있는 곳엔 포산 제품이 있다"는 말이 통할 만큼 건자재·가구·가전 생산의 중심지였던 이 도시는 지난해 경제 성장률이 0.2%에 그쳤다.

지금은 공장 건물마다 임대 현수막이 나붙고 도심 곳곳에 공사가 멈춘 개발 현장이 방치돼 있다. 포산의 공장 인력 채용 대행업체 운영자 양궈뤼(Yang Guolü)는 "지금은 내년에 일거리가 남아 있을지조차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도자기 타일 제조업체 모나리자그룹은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매출이 25% 줄었고, 인력은 약 20% 감축했다.

50대 후반의 쓰촨(四川) 출신 이주 노동자 량유쥔(Liang Youjun)은 "최전성기에는 한 달 최대 1500달러(약 222만 원)까지 벌었지만, 지금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조건으로 일자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가 자식한테 손 벌리는 짓은 못 한다"고 했다.

'강한 중국'의 그늘… 구조적 딜레마 언제까지


중국 경제는 지난해 5% 성장해 정부 목표를 맞췄지만, 이는 고도성장 시절과 비교하면 크게 꺾인 수치다.

세계은행 자료 기준 2024년 PPP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중국이 2만3846달러(약 3543만 원)로, 미국(8만5810달러·약 1억2753만 원)의 27.8% 수준에 불과하다.

국제통화기금(IMF) 연구팀은 보조금·세제 혜택 등 국가 지원에 따른 시장 왜곡이 중국 GDP를 최대 2%포인트 끌어내리고 있다고 추정했다.

대규모 소비 진작 부양책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직장을 잃은 그래픽 디자이너 루쯔치(Lu Ziqi)는 수년간의 경력에도 인턴 시절 수준인 월 600달러(약 89만 원)를 제시하며 취업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는 "시장 상황이 이러니 기대치를 낮출 수밖에 없다"고 했다.

클레어몬트 맥케나칼리지 중국 정치 전문가 페이민신(Minxin Pei) 교수는 "경제에 대한 당의 통제를 강화하는 데 따른 비용이 크더라도, 당의 권력 기반이 흔들릴 위험보다는 낫다는 게 시진핑의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중앙은행 자문위원은 최근 경제 전문지 기고에서 "중국은 지금껏 '사람'보다 '사물'에 지나치게 투자해왔다"고 지적했다.

군사·외교적으로는 빠르게 강해지면서 정작 내부 성장 동력은 약해지는 역설, 이것이 지금 중국이 직면한 구조적 딜레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