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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빗장 뚫는 중국 전기차, '상륙'은 시간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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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빗장 뚫는 중국 전기차, '상륙'은 시간문제

100% 관세 장벽에도 '가성비' 무장한 BYD·지리차 우회 침투 가속
합작 공장·기술 제휴 등 '제3의 길' 부상... 한국 자동차 산업에도 거센 파고
중국 지리의 전기차.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지리의 전기차. 사진=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EV)에 100%에 이르는 고율 관세를 매기며 강력한 봉쇄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 브랜드의 미국 도로 진입이 '만약'이 아닌 '시기'의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 통신(Reuters Breakingviews)은 12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샤오미(Xiaomi)의 SU7이나 지리(Geely)의 EX5 같은 제품들이 저렴한 가격과 세련된 디자인을 앞세워 보호무역의 틈새를 공략하고 있으며, 조만간 미국 시장의 문턱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1만 달러대 가성비' 무장한 중국차, 美 소비자 40% "구매 고려"


현재 미국 자동차 시장은 중국 브랜드에 사실상 폐쇄된 상태다. 국가 안보 우려와 일자리 보호를 구실로 내세운 징벌적 관세 탓이다. 하지만 시장 내부의 기류는 미묘하게 바뀌고 있다.

콕스 오토모티브(Cox Automotive)가 올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 40%가 중국 브랜드 구매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미국 내 신차 평균 가격이 5만 달러(약 7440만 원)를 넘어선 반면, 비야디(BYD) 등 중국 업체들이 1만 2000달러(약 1780만 원)대의 보급형 모델을 쏟아내는 현실을 반영한다.

포드(Ford)의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조차 샤오미의 SU7을 6개월간 시승한 뒤 "차를 돌려주고 싶지 않을 정도"라고 극찬한 일화는 중국차의 상품성이 이미 임계점을 넘었음을 보여준다.

중국 자동차산업은 지난 25년 동안 해외에 1200억 달러(약 178조 644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투자액이 200억 달러(약 29조 77200억 원)에 이르며 정점을 찍었다.

알릭스파트너스(AlixPartners)는 중국 제조사들이 2030년까지 해외 생산량을 현재보다 3배 가까이 늘릴 것으로 분석했다.

멕시코 우회로부터 기술 라이선스까지... 겹겹이 쳐진 '침투망'


중국 기업들은 직접 수출이 막히자 영리한 우회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리 그룹은 이미 볼보(Volvo)와 로터스(Lotus)를 인수해 미국 시장 내 거점을 확보했다.

구글 알파벳(Alphabet)의 자율주행 부문인 웨이모(Waymo)가 지리의 지커(Zeekr) 플랫폼을 채택한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자본과 기술을 통한 침투도 매섭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이미 미국 내 60개 이상의 부품 공급업체를 소유하고 있으며, 500여 업체에 지분을 가지고 있다.

또한 포드는 배터리 단가를 낮추기 위해 중국 CATL의 기술을 라이선스 방식으로 도입해 3만 달러 미만의 보급형 전기차 개발을 추진 중이다. 샤오펑(Xpeng)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20명 이상의 연구 인력을 채용하며 기술적 뿌리를 내리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 방식 대신 '합작'이라는 우회로도 넓어지고 있다. 리비안(Rivian)의 RJ 스카린지 CEO는 최근 중국 업체와 라이다(Lidar) 센서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정부의 하드웨어 규제를 피하면서도 중국의 앞선 자율주행 기술력을 수혈받으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철저한 봉쇄는 불가능"... 미·중 정상회담이 '변곡점' 될까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의 파고 속에서도 경제적 실리와 기술 패권 사이의 타협점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카트리나 햄린 로이터 칼럼니스트는 "중국 기업이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세워 부품의 70% 이상을 미국산으로 채우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모델이 실질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BYD 전기버스 공장은 현지 부품을 사용하면서도 경쟁사보다 30% 저렴한 가격에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정치적 저항은 여전히 완강하다. 전미자동차딜러협회(NADA)를 포함한 5개 주요 단체는 지난 3월 중국차의 진입을 원천 차단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럼에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디트로이트 경제클럽에서 "중국 업체가 미국에 공장을 짓고 미국인을 고용한다면 환영한다"라고 밝히며 현지 생산을 전제로 한 시장 개방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차의 미국 진입은 단순히 저가 공세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배터리 공급망을 장악한 거대 플랫폼의 이동"이라고 평가했다.

앞으로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서 관세 쿼터제나 특정 기술 면제 등의 조치가 논의될 경우, 미국 도로 위의 풍경은 예상보다 빠르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대차·기아 등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온 한국기업들에도 강력한 하방 압력이자 새로운 생존 전략을 요구하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