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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호텔 점유율 90%→한 자릿수 추락…미·이란 전쟁이 관광 신화 뒤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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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호텔 점유율 90%→한 자릿수 추락…미·이란 전쟁이 관광 신화 뒤흔들다

이란 미사일·드론 2400발에 팜 주메이라·공항까지 직격…관광산업 코로나 수준 타격
에미레이트항공 감편, 한국 외교부 "꼭 필요한 경우 아니면 UAE 방문 자제" 권고
두바이 '몰 오브 에미리트' 쇼핑몰.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두바이 '몰 오브 에미리트' 쇼핑몰. 사진=연합뉴스
체코 뉴스매체 세즈남 즈프라비(Seznam Zprávy)는 지난 10일(현지시각), 세계 최대 관광 허브의 하나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벌어진 전쟁의 직접 타격권에 들어가면서, 한때 99%를 웃돌던 호텔 점유율이 한 자릿수로 곤두박질치고 식음료·항공 업계 전반이 코로나19 사태에 버금가는 충격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팜 주메이라 호텔에 파편 낙하…2400발 미사일·드론에 UAE 초토화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기점으로 이란은 UAE를 향해 2400발이 넘는 미사일과 드론을 쏟아냈다.

UAE 당국에 따르면 90% 이상을 방공망이 요격했지만, 격추 잔해 파편이 두바이 전역 주거지와 호텔·공항에 떨어졌다.

두바이의 랜드마크 초호화 호텔인 버즈 알 아랍 외벽에 요격된 드론 파편이 부딪혀 화재가 났고, 팜 주메이라에서도 드론이 추락해 불이 났다. 두바이 국제공항도 피해를 입어 터미널 일부가 손상됐고, 직원 4명이 부상을 당했다. UAE 당국은 이번 사태로 현재까지 11명이 숨지고 200여 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전쟁 발발 직후 두바이 국제공항은 전면 폐쇄됐다. 지난해 9520만 명을 처리한 세계 최다 이용객 공항이 기능을 멈추면서 전쟁 초기 약 25만 명의 관광객과 2만 5000명의 환승객이 UAE에 발이 묶였다.

에미레이트항공은 현재도 감편 운항 중이며 정상화를 모색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사 가운데 유일하게 인천~두바이 노선을 주 7회 운항했으나 이번 사태로 해당 노선을 중단했다. 한국 외교부는 "이란과의 갈등 고조를 고려해 UAE 방문은 꼭 필요한 경우로 제한하라"고 권고 중이다.

레스토랑 매출 70~80%↓·호텔 점유율 한 자릿수…직원 임금도 삭감


두바이 관광산업이 입은 타격은 수치로 선명하게 드러난다. 여행 예약 플랫폼 웨고(Wego)의 마무운 흐미덴 최고사업책임자(CBO)에 따르면 전쟁 발발 후 첫 한 달간 두바이 호텔 점유율은 통상 이 시기 수준의 15~20%까지 쪼그라들었다.

일부 호텔에서는 점유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팜 주메이라의 고급 호텔들은 객실 요금을 최대 절반으로 내렸고, 일부 체인은 '리노베이션'을 명분으로 일부 동(棟)을 아예 닫았다.
2014년 두바이에 첫 식당을 연 뒤 14개 매장, 1000명 넘는 직원을 거느린 타샤스 호스피탈리티(Tashas Hospitality) 그룹의 나타샤 시데리스(Natasha Sideris) 대표는 BBC에 "현 상황은 가혹하다"며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매장들은 매출이 70~80% 빠졌고, 직원을 30% 줄이거나 임금을 30% 깎는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전원 해고 대신 일괄 임금 삭감을 택했다. 또 다른 레스토랑 체인 관계자는 "방문객이 평소의 15~20% 수준으로 줄었고, 직원 절반 이상을 무급 휴직으로 돌렸다"고 전했다.

단기 임대 플랫폼 분석업체 에어디엔에이(AirDNA)에 따르면 전쟁이 시작된 2월 28일부터 3월 29일까지 한 달 동안 UAE 내 단기 숙박 예약 25만 건 이상이 취소됐다.

호텔업계는 직원 비용을 줄이기 위해 근무시간 단축과 무급 휴가를 확대하고 있으며, 해외 체류 직원에게는 복귀를 미루도록 지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현지에서 일하는 한 남아시아 출신 웨이터는 BBC에 "마치 코로나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고 말했다.

두바이, 2억 7200만 달러 긴급 지원…회복 속도는 전쟁 종식에 달려


지난해 두바이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959만 명으로, 전 세계 최다 방문 도시 반열에 올랐다.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가장 먼저 빗장을 풀어 관광 수요를 선점한 두바이로서는 불과 수년 만에 또 다른 외부 충격을 마주한 셈이다.

두바이 당국은 향후 3~6개월 관광·서비스 업계 지원을 위해 2억 7226만 달러(약 3760억 원)의 긴급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호텔에 부과하는 관광세 납부도 일정 기간 유예한다. 당국은 전쟁이 끝나는 대로 신규 프로모션 캠페인을 통해 수요 회복에 나설 방침이다.

업계 한 컨설턴트는 "휴전이 이뤄지더라도 불확실성이 남아 있으면 회복 속도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최대 물류·금융 허브를 표방하며 쌓아온 두바이의 브랜드 가치가 전쟁이라는 지정학 리스크 앞에서 얼마나 빠르게 복원될 수 있을지, 그 답은 결국 이란·미국 간 협상 테이블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