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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법무부, 글로벌 시장 ‘95% 독점’ 中 해운 컨테이너 카르텔 전격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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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법무부, 글로벌 시장 ‘95% 독점’ 中 해운 컨테이너 카르텔 전격 기소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 직후 기소장 공개… 4개 대기업·임원 7명 가격 담합 사기 혐의
코로나19 팬데믹 악용해 컨테이너 가격 2배 폭등 유도… 기업 이익은 무려 100배로 뻥튀기
생산라인 감시 카메라 설치해 물량 통제 조작… 미 법무부 “350억 달러 규모 상거래 교란”
미국 검찰은 중국의 세계 최대 컨테이너 업체 4개사를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는데 이들 기업은 전 세계 건식 컨테이너의 약 95%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검찰은 중국의 세계 최대 컨테이너 업체 4개사를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는데 이들 기업은 전 세계 건식 컨테이너의 약 95%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전 세계 해상 물류망을 마비시키고 막대한 부당 이득을 챙긴 중국의 초대형 해운 컨테이너 제조 카르텔(담합 연합)을 전격 기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에서 만나 미·중 관계 재정비를 논의한 지 불과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터져 나온 메가톤급 악재다.

20일(현지 시각) 뉴욕 금융·해운 업계와 미 법무부(DOJ) 발표에 따르면, 미국 검찰은 글로벌 컨테이너 공급량을 고의로 제한하고 가격 인상을 공모한 혐의(반독점법 위반)로 중국 경영진 7명과 세계 최대 컨테이너 제조업체 4개사를 기소했다.

전 세계 컨테이너 95% 장악…팬데믹 위기 틈타 이익 100배 ‘폭리’


이번에 기소된 피고 기업 4개사는 전 세계 건식(Dry) 운송 컨테이너 시장의 약 95%를 독점 생산하는 거물들이다. 미 법무부 조사 결과, 이들의 조직적인 가격 담합 행위는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11월부터 전 세계 공급망 위기가 지속되던 최소 2024년 1월까지 고도로 치밀하게 자행되었다.

기소장에 따르면 이들 카르텔은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악용해 표준 해운 컨테이너 가격을 종전 대비 거의 두 배 가까이 끌어올렸으며, 이를 통해 자신들의 기업 이익을 무려 100배 이상 불린 것으로 드러났다.

스탠리 우드워드 법무부 차관은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 세계적인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 이들 제조업체는 전 지구적 위기와 자신들의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악용했으며, 자신들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글로벌 공급망의 목을 죄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감시 카메라까지 설치해 물량 조작…임원 1명 프랑스서 체포, 6명 지명수배


중국 카르텔의 담합 수법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밀했다. 이들은 표준 컨테이너 생산 라인의 가동 시간을 강제로 제한하는 방식을 썼다.

특히 가동 제한 합의가 어겨지지 않도록 공장 내부에 감시용 비디오카메라까지 설치해 상호 감시를 철저히 집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시장에 매물이 늘어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신규 컨테이너 공장 건설을 원천 중단하기로 모의했다.
이로 인해 미국 내 컨테이너 임대업체, 대형 해운사, 물류 기업 등 전 세계 고객사들은 극심한 공급 부족과 운임 폭등 사태를 맞이해야 했다.

오미드 아세피 대행 법무차관보는 “이번 사건은 무려 350억 달러(약 47조 원) 규모의 글로벌 상거래에 직접적인 교란을 일으킨 초대형 범죄”라면서 “피고들은 전 세계가 공급망을 가장 필요로 할 때 해상 컨테이너 공급을 인질로 잡고 평범한 미국인들의 지갑을 도둑질했다”고 격분했다.

현재 피고인 중 한 명인 싱가마스 컨테이너 홀딩스(Singamas Container Holdings)의 마케팅 이사 ‘빅 남 힝 마’는 지난 4월 프랑스 현지에서 전격 체포돼 미국 송환 절차를 밟고 있다.

반면에 함께 기소된 슝 셍 테오(싱가마스 회장), 볼량 마이(CIMC 회장), 톈화 황(CIMC 부사장), 용보 완(CIMC 총괄매니저), 치안민 리(동팡 총괄매니저), 장 위창(CXIC CEO) 등 중국 국적의 핵심 임원 6명은 아직 사법 당국의 추적을 피해 도주 중이다.

미·중 정상회담 직후 터진 사법 폭탄…‘무역 휴전’ 찬물 끼얹나


이번 기소장은 원래 올해 1월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에 밀봉 접수됐으나 미 법무부가 5월 19일 이를 전격 대중에 공개했다. 공개 시점이 묘하게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베이징 정상회담 직후라는 점에서 워싱턴 정가와 대외 외교가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첫 임기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 주석과 오랫동안 기다려온 회담을 했으며, 비록 큰 구조적 돌파구는 없었으나 보잉 항공기 대량 구매와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등 대규모 무역 합의를 내세우며 양국 관계 재정비의 신호탄을 쏜 직후였다.

외교 전문가들은 “두 정상이 베이징에서 악수하며 무역 갈등의 급한 불을 끄자마자 미국 사법부가 중국의 핵심 기간산업 수뇌부를 향해 반독점 칼날을 뽑아 들었다”면서 “미국이 무역 협상과 별개로 공급망 교란을 유발하는 중국의 불공정 행위와 불법 카르텔에 대해서는 타협 없이 법 집행을 밀어붙이겠다는 강력한 사법적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