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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산업 '파일럿의 늪' 탈출구는… 2040년 600조 시장 잡을 3대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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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산업 '파일럿의 늪' 탈출구는… 2040년 600조 시장 잡을 3대 전략

글로벌 기업들, 로봇 도입 속도전… 단순 기술 확보 넘어 '운영 효율화'가 승부처
맥킨지 "비즈니스 모델·인력 재교육·표준화 선행돼야"… 2040년 시장규모 4000억 달러 전망
 'AI 서울 2026' 콘퍼런스에서 관계자가 AI 기반 로봇을 시연하고 있다(본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합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AI 서울 2026' 콘퍼런스에서 관계자가 AI 기반 로봇을 시연하고 있다(본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합니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로봇 시장이 단순한 하드웨어 경쟁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산업 현장 안착을 위한 ‘운영의 묘’를 찾는 단계로 진입했다.

최근 산업 현장에서 로봇을 시범 도입하고도 정작 대규모 운용으로 이어가지 못하는 ‘파일럿의 늪(Pilot Purgatory)’ 현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 로봇 투자를 검토하는 기업들에게 단순 기술 도입 이상의 조직적 준비가 요구되는 배경이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 맥킨지앤컴퍼니(McKinsey & Company)의 사르타크 바이쉬(Sarthak Vaish) 파트너는 지난 19일(현지시각) 미국 서니베일에서 열린‘제5회 모비스 모빌리티 데이(Mobis Mobility Day)’에 참석해 이 같은 로봇산업의 구조적 한계와 미래 전략을 제시했다.
대만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지타임스(Digitimes)의 20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바이쉬 파트너는 이날 강연에서 “로봇 하드웨어 성능은 이미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면서도 “정작 로봇을 활용해 성과를 창출할 기업들의 조직적 준비 태세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파일럿의 늪'에 빠진 산업계, 왜 성과 안 나오나


바이쉬 파트너가 지목한 ‘파일럿의 늪’은 산업 현장이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로봇을 시범 설치(Pilot)하고도, 이를 반복 가능하고 확장성 있는 운영 체계로 전환하지 못하는 정체 현상을 의미한다. 이는 로봇 도입의 성패가 더 이상 기술적 완성도에 달려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맥킨지는 기업들이 현장에서 겪는 로봇 도입 실패의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분석했다. 첫째는 불명확한 투자 대비 성과(ROI)다. 시범 사업 단계에서 단기적 비용 절감 효과를 CFO(최고재무책임자)에게 입증하지 못하면서 투자가 지속되지 않는 것이다.

둘째는 조직 내부의 역량 격차다. 로봇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유지·보수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육성하거나 기존 인력을 재교육하는 투자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셋째는 산업 공통의 데이터 및 안전 표준 부재다. 로봇 시스템이 서로 다른 IT·OT(운영기술) 환경에서 호환되지 않는 상황은 향후 5년 내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로 꼽힌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제조업 현장에서는 인력난이 로봇 도입을 가속화하는 핵심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맥킨지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제조업 부문에서는 2033년까지 약 190만 명의 인력 부족이 예상되며, 창고 관리 직군의 연간 이직률은 40%에 달한다.

물리적 AI(Physical AI)와 범용 로봇이 현재 업무 시간의 13%를 자동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면서, 로봇은 이제 CEO들의 최우선 의제로 올라섰다. 2023년 이후 뉴스 보도와 기업 실적 발표에서 로봇 관련 언급이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은 이러한 시장의 관심을 방증한다.

2040년 4000억 달러 시장, '관광객'과 '리더'의 갈림길


글로벌 로봇 시장의 성장은 가파른 곡선을 그릴 전망이다. 맥킨지는 안전 표준화와 통합 공급망 구축, 인력 전환에 성공할 경우 범용 로봇 시장 규모가 2040년까지 3500억~4000억 달러(약 527조~602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80개 이상의 기업이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물리적 AI 부품 개발을 위해 500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유치하며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주로 중국과 북미를 중심으로 형성된 이 시장에서 옥석 가리기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바이쉬 파트너는 이날 행사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에게 “지금의 투자가 미래의 시장 지배력을 결정할 것”이라며 “기술을 구경하는 ‘관광객’과 실제 비즈니스 모델로 정착시키는 ‘리더’를 가르는 핵심은 바로 지금 실행하는 전략적 투자에 있다”고 강조했다.

로봇 도입이 단순히 공장의 풍경을 바꾸는 수준을 넘어, 기업의 IT/OT 통합 환경을 재구조화하는 수준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경고한 것이다.

로봇 도입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 됐으나, 그 성공 여부는 기계의 팔다리 성능이 아닌 조직의 유연한 적응력에 달려 있다. 단순 기술 확보에만 몰두하는 기업들이 도태되는 사이, 로봇과 사람의 공존을 실질적 이익으로 연결하는 기업들이 다가올 600조 시장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