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에너지 가격 급등하자 시장 불안 증폭
미국·영국 국채금리 동반 급등… 투자자들 '고금리 장기화' 대비
미국·영국 국채금리 동반 급등… 투자자들 '고금리 장기화' 대비
이미지 확대보기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실물 경제와 금융 시장 전반을 흔들며 글로벌 채권 시장에 거센 후폭풍을 몰고 왔다. 최근 이란과 관련된 긴장 상황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물류가 차질을 빚자 에너지 비용이 치솟았고,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점화되며 글로벌 국채금리가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블룸버그 통신의 20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만기 10년 이상 글로벌 국채 수익률을 추종하는 지표는 지난 2008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단순히 금리 상승을 넘어, 기존에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사이클을 기대했던 시장의 예상을 뒤엎는 결과로 풀이된다.
중동발 에너지 쇼크, 인플레이션의 '불쏘시개' 되나
이번 국채금리 폭등의 가장 큰 배경은 이란 전쟁으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다. 원유 공급망이 막히면서 국제 유가는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파트릭 코피 바클레이스 리서치 그룹 대표는 20일(현지시각) "재정적 현실과 끈질긴 인플레이션 위험, 그리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해지며 국채 수익률이 재평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비용 상승은 단순히 기름값 인상에 그치지 않는다. 플라스틱 병 제조 비용부터 농산물 수확에 필요한 농기계 연료비까지 모든 산업 전반의 비용 구조를 끌어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비용 상승이 소비자 물가로 전이되는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을 경고하고 있다. 유진 류 DBS은행 수석 금리 전략가는 "정책 입안자들이 다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기조로 돌아설 수 있다는 인식이 시장에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영 국채금리 20년 내 최고치… '기술적 매도'까지 가세
주요 선진국 국채 시장의 충격은 더욱 뚜렷하다. 미국의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쟁 발발 이후 약 0.6%포인트 급등하며 5.20%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7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영국 또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겹치며 국채금리가 1998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아, 호주를 제치고 선진국 시장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국가가 됐다.
알리스 안드레스 블룸버그 마켓 라이브 전략가는 "시장의 채권에 대한 확신이 낮은 상태라 미 30년물 국채금리가 5.25%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고금리 장기화' 현실화, 투자 환경 변곡점 맞나
시장은 이제 '금리 인하'라는 달콤한 기대에서 벗어나 '고금리 장기화'라는 차가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일본, 영국, 미국 등 주요국의 정부 지출 확대 우려와 더불어, 인공지능(AI) 산업 붐으로 인한 민간 부문의 대규모 자본 지출이 오히려 경제 성장과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가 글로벌 금융 시장의 중장기적인 자산 배분 전략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10년물 미국 국채금리가 4.75% 선을 돌파할 경우, 글로벌 자산 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국채금리의 상방 압력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며, 투자자들은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 여부와 중앙은행들의 통화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