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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드론 산업 ‘사면초가’… 미·중 제재 폭탄에 수출·내수 모두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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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드론 산업 ‘사면초가’… 미·중 제재 폭탄에 수출·내수 모두 위축

美 FCC 출시 금지에 대미 수출 70% 폭락… DJI 올해만 15억 달러 손실 소송전
5월부터 ‘실명인증·실시간 데이터 전송’ 내수 규제 직격탄… 베이징 매장서 드론 전면 철수
글로벌 맹주 DJI, 액션 카메라·로봇 청소기로 눈물겨운 피벗… “출하량 작년의 3분의 1 토막”
중국 드론 제조업체들은 이제 당국이 차량을 추적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기능을 제품에 장착해야 한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드론 제조업체들은 이제 당국이 차량을 추적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기능을 제품에 장착해야 한다. 사진=로이터
미국의 고강도 금지 조치와 중국 당국의 촘촘해진 내부 감시 규제가 동시에 맞물리면서, 세계 시장을 호령하던 중국 민간 드론 산업이 사상 최악의 빙하기를 맞이했다.

글로벌 드론 시장의 절대 강자인 DJI를 비롯한 중국 제조업체들은 출하량이 폭락하자 액션 카메라나 가전 로봇 등 비(非)드론 분야로 눈물겨운 사업 다각화(피벗)에 나서며 생존을 도모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각) 선전에서 열린 ‘드론 세계 대회’와 현지 부품 업계에 따르면, 미·중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으로 인해 중국 완제품 드론 및 부품 생태계 전체가 극심한 침체의 늪에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전시회에 참가한 한 제조업체 대표는 “산업 전체가 말할 수 없는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으며, 현장에서는 “업계를 리드하는 주요 기업의 올해 출하량이 작년의 3분의 1도 안 된다는 흉흉한 소문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미국 FCC 기습 금지령… DJI, 올해만 15억 달러 초과 손실 직격탄


중국 드론을 사지로 몰아넣은 가장 큰 대외적 요인은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의 전격적인 단속 강화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해 12월, 중국산 드론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정찰 및 공격 용도로 악용될 수 있다는 판단하에 DJI를 포함한 신형 중국산 드론의 미국 내 출시 허가를 전면 불허하는 초강수 결정을 내렸다.

이에 DJI는 미국 법원에 FC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DJI는 소장을 통해 “미국의 부당한 신규 규제로 인해 준비 중이던 25개의 신제품 출시가 완전히 막혔으며, 이로 인해 2026년 한 해에만 15억 달러(한화 약 2조 2,500원)를 초과하는 천문학적인 실적 손실을 입게 됐다”고 주장했다.

중국 세관총국 통계에서도 이 같은 ‘수출 절벽’이 고스란히 증명된다. 중국의 대미 민간 드론 수출량은 지난해 8월 역성장으로 돌아선 이후, 미국 FCC의 금지령이 떨어진 12월부터는 매달 전년 동기 대비 60%에서 70% 사이의 폭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물류 업계 관계자는 압박을 피하기 위해 일부 물량을 홍콩이나 제3국을 경유하는 우회 수출로 돌리고 있으나, 이에 따른 추가 물류비와 통관 비용 상승으로 마진 확보가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실명 인증 안 되면 이륙 불가”… 내수 규제 강화에 베이징 매장 ‘텅 빈 전시장’ 전락

대외 수출길이 막힌 상황에서 중국 내부의 규제 족쇄는 안방 시장마저 얼어붙게 만들었다. 중국 당국은 불법 비행 통제와 보안 강화를 목적으로 올해 5월부터 중국 내에서 유통되는 모든 드론에 고강도 규제 기능을 의무 탑재하도록 법제화했다.

사용자가 당국의 시스템에 자신의 실명을 정식 등록하지 않으면 드론의 시동 및 이륙 자체가 원천 차단된다.

드론의 현재 위치, 속도, 고도 등 민감한 비행 정보가 정부 서버로 실시간 강제 전송된다.

이 제도를 위반하거나 불법 비행을 감행할 경우 최대 15일의 징역형에 처해지는 강력한 형사 처벌 조항까지 신설됐다. 사생활 침해와 사법 리스크를 우려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신규 구매 수요가 급감했고, 중고 시장에는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제조업체들 역시 기존 재고물량의 소프트웨어와 부품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탓에 광둥성 산태우 등의 일부 공장들은 지난 4월부터 출하를 전면 중단했다.

특히 도시 전체가 통제 공역으로 묶인 수도 베이징의 상황은 처참하다. 베이징 시내의 모든 DJI 공식 소매점 및 딜러십 매장에서는 드론 제품이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베이징 매장의 한 직원은 “드론 비행이 사실상 전면 금지되면서 방문객이 끊겼고, 결국 4월 말 기점으로 드론 모든 재고를 본사로 반환했다”고 전했다.

현재 2층 규모의 대형 DJI 매장은 드론 대신 스포츠용 소형 액션 카메라와 핸드헬드 짐벌 등만 덩그러니 전시된 텅 빈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약 7억 8,000만 달러 규모에 달하며 매년 두 자릿수 고속 성장을 이어오던 중국 소비자용 드론 시장의 성장 엔진이 완전히 꺼진 셈이다.

청소기 돌리고 카메라 팔고… 수장 프랭크 왕의 ‘눈물겨운 피벗’


사면초가에 몰린 중국 드론 업계는 생존을 위한 대대적인 업종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4월 DJI의 창립자이자 CEO인 프랭크 왕(왕타오)은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드론 사업의 근본적인 성장 전략을 재수정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고백하며, 올해부터 신규 비우주 비즈니스를 인큐베이팅하고 해외 투자를 다각화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에 따라 DJI는 드론 제조에서 축적한 고정밀 카메라 및 짐벌 궤도 제어 기술을 이식한 스포츠용 액션 카메라 제품군을 대거 출시하며 고프로(GoPro) 등이 장악한 카메라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또한, 지난해 가을 극비리에 진출한 로봇 청소기 제품군의 해외 판매 라인업을 유럽과 동남아 등지로 적극 확대하며 종합 가전·로봇 기업으로의 강제 체질 개선을 진행 중이다.

중국 국가안보부와 교통 당국은 이번 드론 규제 폭탄에 대해 “정부 주도로 추진 중인 드론 기반의 차세대 ‘저고도 경제(Low-Altitude Economy)’ 생태계를 보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질서 속에서 육성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며 규제 완화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가전 및 통상 전문가들은 “내수 시장의 강력한 통제 기조와 서방 진영의 안보 보이콧이 장기화될 경우, 전 세계 민간 드론 시장의 70% 이상을 통제하던 중국 드론 밸류체인의 붕괴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