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중난하이 회동은 ‘동상이몽’… 구조적 경쟁 숨긴 채 ‘시간 벌기용’ 타협
트럼프, 대만 안보를 무역 협상 카드로 만지작… 라이칭더에 전화 시 위기 폭발 뇌관
미국 반도체·중국 희토류 ‘영향력 유효기간’ 싸움… 이란 전쟁 장기화는 미국의 아킬레스건
트럼프, 대만 안보를 무역 협상 카드로 만지작… 라이칭더에 전화 시 위기 폭발 뇌관
미국 반도체·중국 희토류 ‘영향력 유효기간’ 싸움… 이란 전쟁 장기화는 미국의 아킬레스건
이미지 확대보기양국의 패권 경쟁이 단순한 국력 싸움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의 위치 기반 권력 경쟁으로 체질이 바뀐 상황에서, 개인 간의 ‘거래주의 외교’로는 근본적인 충돌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25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프리미엄 인터뷰 시리즈 ‘미해결 질문(Open Questions)’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수석국장을 지낸 에반 메데이로스(Evan Medeiros) 조지타운대 교수는 “지난주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열린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은 근본적인 권력 역학을 변화시키기보다 양측의 동상이몽을 재확인한 전형적인 사례”라며 “미·중 관계가 아무리 최선의 시나리오로 흘러가더라도 그 안정이 유지되는 한계선은 2026년 말까지”라고 단언했다.
베이징 정상회담의 민낯… 지위 챙긴 중국 vs 영수증 챙긴 미국
메데이로스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을 “중국의 판정승”으로 묘사했다. 전략적 확신에 찬 베이징 당국은 미국과 대등한 초강대국(G2)이라는 지위를 공식 인정받는 ‘건설적 전략적 안정’이라는 틀을 의제로 설정해 가치 있는 외교적 성과를 챙겼다.
반면, 철저히 무역 영수증을 쓰러 간 트럼프 대통령은 사전에 이미 합의됐어야 할 중국의 미국산 물품 구매 확약이라는 ‘부드러운 약속’만 받아 든 채 구조적 변화 없이 온기만 남은 비행기에 올랐다는 평이다.
대화의 문은 열렸으나 2025년 10월 부산 협정(미·중 무역 휴전) 체결 이후 형성된 평화는 지극히 취약하다.
시 주석은 트럼프를 만나고 돌아선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국빈 접대하고 북한 방문을 확약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지도자에게 언제든 전화를 걸 수 있다고 맞불을 놓는 등 물밑 신경전은 이미 통제 불능 상태다.
메데이로스 교수는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이용당했다고 결론 내리는 순간 워싱턴의 추는 즉각 ‘집중 경쟁’으로 회귀할 것”이라며 “이 경우 중국이 데탕트 기간 동안 조용히 기술과 자원 전열을 정비해 둔 탓에 미국은 훨씬 더 위험한 형태의 부메랑을 맞게 된다”고 꼬집었다.
“대만 안보는 무역 협상 카드”… 트럼프의 모호성이 아시아 뒤흔든다
이러한 모호성은 아시아 전역의 정책 입안자들에게 거대한 안보 공포를 불어넣고 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윌리엄 라이칭더 대만 총통에게 축하 전화를 건다면 양국 관계는 즉시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반면, 시진핑 주석은 대만해협을 당장 전쟁을 일으킬 기회가 아닌 ‘관리해야 할 위기’로 접근하고 있다. 최근 단행된 중국 인민해방군(PLA)의 대대적인 숙청은 전쟁 준비가 아니라, 장기전과 서방의 경제 제재를 버텨낼 수 있는 더 유능하고 충성스러운 군 지도부를 구축하기 위해 시간을 버는 작업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군사적 압박의 강도는 이미 임계점에 달했다. 2020년 이후 중국 군용기의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 침입은 287% 폭증했고, 대만해협 중간선 침범은 222% 늘었다. 인민해방군은 이미 섬 전체를 포위하는 전술 훈련을 정례화해, 훈련에서 실제 군사 작전으로 즉각 전환할 수 있는 ‘회색지대 전술’ 능력을 완비했다.
미국 반도체 툴 vs 중국 희토류 무기화… 공급망 볼모 잡힌 소국들
메데이로스 교수는 미·중 패권 전쟁의 본질이 상대적 군사력 싸움에서 ‘글로벌 공급망 네트워크의 위치 권력 경쟁’으로 완전히 전환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2025년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공격적으로 무기화하면서 양국의 대결 양상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현재 양국이 가진 지렛대는 저마다의 유효기간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고급 칩 제조에 필수적인 소프트웨어(EDA)와 노광 장비 툴을 지배하고 있어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협상을 위해 기술 통제 문턱을 낮춰주면서 동맹국 간의 신뢰를 약화시켰고, 중국은 제15차 5개년 계획을 통해 엔비디아(Nvidia)와의 기술 및 수율 격차를 좁히기 위한 국가 비상 조치에 착수했다.
미국의 공급망 다각화 노력이 결실을 보기까지 최소 3년에서 5년이 걸리는 만큼 중국의 독점권은 당분간 확고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의 희토류 통제 카드가 서방의 탈중국 공급망 구축 속도를 더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됐다.
늪에 빠진 미국과 자신만만한 중국… 좁아지는 아시아의 모호성
중동에서 터진 이란 전쟁은 미·중 역학 관계를 중국에 유리하게 만드는 결정적 변수가 됐다. 미국이 중동이라는 끝없는 늪에 다시 묶이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 집중해야 할 군사 자원과 핵심 탄약 재고가 급격히 분산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 세계적인 에너지 안보 위기가 도래하자, 중국은 이를 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중동발 에너지 쇼크를 가장 안정적으로 방어해 낸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신흥국) 진영을 향해 자신들이야말로 ‘세계적 안정과 번영의 진짜 공급처’라며 미 달러화 패권의 대안을 자처하고 나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소규모 국가들의 생존 방정식은 극도로 복잡해졌다.
메데이로스 교수는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에서 눈치를 보던 아시아 국가들에게 전략적 모호성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며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미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과의 무역 협정 조건으로 명확한 공급망 정렬(탈중국 유도)을 요구하기 시작했으며, 조만간 베이징 역시 자국 시장 접근권을 볼모로 소국들에 가치사슬 정렬을 압박하는 무서운 상충 양상이 고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