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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양자컴과 트럼프 국가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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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양자컴과 트럼프 국가 자본주의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런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 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런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 로이터
시장의 자율성과 민간 주도 성장이라는 전통적인 자본주의 메커니즘이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과거 국가 보조금 지급이나 규제 완화 수준에 머물렀던 정부의 역할이, 이제는 유망 신산업의 지분을 직접 취득하여 국가의 안보 자산이자 수익원으로 삼는 ‘소버린 포트폴리오(Sovereign Portfolio)’ 체제로 급격히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발표한 9개 양자 컴퓨팅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과 그 대가로 요구한 소수 지분(Equity Stake) 확보 조치는 이러한 미국식 ‘국가 자본주의’의 도래를 알리는 가장 강력한 신호탄이다.

미국 경제 정책의 오랜 근간이었던 신자유주의적 방임주의는 미·중 패권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의 무기화라는 거대한 역사적 변곡점 앞에서 그 힘을 잃어가고 있다. 새로이 부상한 ‘트럼프노믹스’의 핵심은 단순히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장벽을 쌓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국가가 직접 유망 기술 기업의 '주주'로 참여하여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전략적 통제권을 행사하고, 향후 발생할 상업적 이익을 납세자의 몫으로 환원하는 정교한 국가 투자 모델을 구축하는 데 있다.

이번 양자 컴퓨팅 부문에 대한 총 20억 달러 규모의 자본 투입은 기존의 반도체, 철강, 원자력 발전, 그리고 희토류 광물 산업에 이어 미 정부의 자본 포트폴리오를 미래 핵심 기술 영역으로 확장한 상징적 조치이다. 기술적 난이도가 극도로 높고 단기적인 상업화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양자 컴퓨팅 산업에 국가가 직접 마중물 역할을 자처한 것은, 이 기술이 단순한 경제적 가치를 넘어 차세대 암호 체계, 군사 안보, 그리고 인공지능(AI) 성능을 규정할 최첨단 국가 안보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역대 시혜 방식의 보조금 정책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거나 민간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했던 것과 달리, 현 행정부의 투자 방식은 대단히 비즈니스 지향적이다. 정부는 보조금을 제공하되, 이에 상응하는 소수 비지배 지분(Minority, Non-controlling Equity Stake)을 반드시 요구한다. 이는 세금을 투입해 민간의 위험을 분담하는 만큼, 미래에 발생할 막대한 과실 또한 국가(즉, 납세자)가 공유하겠다는 철저한 상업적 계산에 기반한다. 이러한 전략의 가장 성공적인 선례는 지난해 8월 단행된 인텔(Intel)에 대한 대규모 투자이다. 미 정부가 인텔의 지분을 확보한 이후, 이 미국의 토착 반도체 거인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국가에 400억 달러(한화 약 55조 원) 이상의 미실현 이익을 안겨주었다. 이는 국가 안보를 강화하는 동시에 재정적 수익까지 올릴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되었으며, "미국 국민들이 훌륭한 투자를 해낸 것에 축하를 보낸다"는 대통령의 대중적 확언으로 이어지며 대중의 지지까지 확보하는 발판이 되었다.
양자 컴퓨팅 분야에 취해진 이번 조치는 최근 1년간 전개된 희토류 광물 광산 및 제련 기업들에 대한 미국의 지분 투자 방식과 완벽한 평행이론을 이룬다. 첨단 전자 장비와 무기 체계의 필수 가치 사슬인 희토류 부문에서 중국은 오랫동안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다. 미국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벌칸 엘리먼츠(Vulcan Elements), MP 머티리얼즈(MP Materials), USA 레어어스(USA Rare Earth) 등 영토 내외의 핵심 광물 공급망 기업들의 지분을 5%에서 15% 사이로 공격적으로 사들였다. 양자 컴퓨팅 역시 마찬가지다. 초기 단계의 벤처 기업이나 리스크가 큰 스타트업에 다발적으로 정부 자금을 투입하고 지분을 확보하는 구조는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 전략과 판박이다. 중국이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여 양자 통신 및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의 자생적 자본 조달 속도에만 의존해서는 기술 격차를 유지할 수 없다는 미국의 절박함이 투영된 결과이다. 결국 '트럼프의 꿈'은 자국 기업들을 자본으로 묶어 단일한 국가 기술 동맹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번 20억 달러 규모의 양자 컴퓨팅 딜을 들여다보면 미 정부의 구조적 정교함이 돋보인다. 전체 재원의 절반인 10억 달러가 투입되는 IBM과의 계약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IBM 본사 자체에 투자하여 거대 테크 기업의 기존 주주들과 이익을 섞지 않았다. 대신 뉴욕주 올버니에 미국 최초의 양자 칩 전용 제조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설립된 독립 법인, 즉 ‘앤더론(Anderon)’이라는 신설 벤처에만 철저히 타깃 투자를 집행했다. 이는 대기업의 고유 리스크로부터 정부 자금을 보호하는 동시에, 미국 영토 내에 확실한 제조 기지를 건설하겠다는 확약(Commitment)을 받아내는 고도의 분리 전략이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거두인 글로벌파운드리스(GlobalFoundries)에 3억 7,500만 달러를 투입해 약 1%의 지분을 확보하고, D-Wave 퀀텀, 리게티 컴퓨팅(Rigetti Computing), 인플렉션(Infleqtion) 등 혁신적인 양자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기업들에도 각각 1억 달러씩을 골고루 배분했다. 하드웨어 제조부터 원천 기술, 그리고 상용화 플랫폼에 이르는 전방위적 생태계를 촘촘히 엮어내겠다는 의도다.

미국 정부의 양자컴 지원 발표 직후 시장은 격렬하게 환호했다. 정부의 자본 참여가 발표된 날, IBM의 주가는 7% 이상 급등했으며, 리스크가 컸던 여타 양자 컴퓨팅 강소기업들의 주가는 무려 20% 가까이 폭등했다. 시장은 정부의 지분 참여를 단순한 규제 리스크의 해소가 아닌, 국가가 보증하는 확실한 ‘성장 보증 수표’이자 안정적인 장기 자본의 유입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 기술 기업의 가치는 이제 단순한 재무제표가 아닌 국가의 안보 스케줄과 결합되어 재정의되고 있다. 미국식 국가 자본주의는 민간의 혁신성과 국가의 거대한 자본 동맹이 결합했을 때 자본주의 시장이 얼마나 강력하게 폭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대한 실험대 위에 올라섰다.

시장경제의 본산인 미국 마저 이토록 노골적으로 자국 기업의 지분을 확보하며 기술 생태계를 수직 계열화하는 시대에, 대한민국을 비롯한 글로벌 기술 강국들이 나아갈 길은 명확해졌다. 이제 과학기술 정책은 민간에 대한 간접 지원이나 R&D 예산 배정이라는 안이한 거버넌스로는 버텨낼 수 없다. 우리 역시 국가 안보와 미래 먹거리가 직결된 핵심 자산(반도체, AI, 양자, 이차전지)에 대해 국가가 리스크를 공동 부담하고, 지분 참여나 파트너십을 통해 강력한 기술 주권을 선언하는 전략적 결단이 필요하다. '트럼프의 꿈'이 완성되어 양자컴퓨터의 패권마저 미국 정부의 포트폴리오 자산으로 귀속되는 날 자본과 안보의 경계는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런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 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런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 로이터

시장의 자율성과 민간 주도 성장이라는 전통적인 자본주의 메커니즘이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과거 국가 보조금 지급이나 규제 완화 수준에 머물렀던 정부의 역할이, 이제는 유망 신산업의 지분을 직접 취득하여 국가의 안보 자산이자 수익원으로 삼는 ‘소버린 포트폴리오(Sovereign Portfolio)’ 체제로 급격히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발표한 9개 양자 컴퓨팅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과 그 대가로 요구한 소수 지분(Equity Stake) 확보 조치는 이러한 미국식 ‘국가 자본주의’의 도래를 알리는 가장 강력한 신호탄이다.

미국 경제 정책의 오랜 근간이었던 신자유주의적 방임주의는 미·중 패권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의 무기화라는 거대한 역사적 변곡점 앞에서 그 힘을 잃어가고 있다. 새로이 부상한 ‘트럼프노믹스’의 핵심은 단순히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장벽을 쌓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국가가 직접 유망 기술 기업의 '주주'로 참여하여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전략적 통제권을 행사하고, 향후 발생할 상업적 이익을 납세자의 몫으로 환원하는 정교한 국가 투자 모델을 구축하는 데 있다.

이번 양자 컴퓨팅 부문에 대한 총 20억 달러 규모의 자본 투입은 기존의 반도체, 철강, 원자력 발전, 그리고 희토류 광물 산업에 이어 미 정부의 자본 포트폴리오를 미래 핵심 기술 영역으로 확장한 상징적 조치이다. 기술적 난이도가 극도로 높고 단기적인 상업화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양자 컴퓨팅 산업에 국가가 직접 마중물 역할을 자처한 것은, 이 기술이 단순한 경제적 가치를 넘어 차세대 암호 체계, 군사 안보, 그리고 인공지능(AI) 성능을 규정할 최첨단 국가 안보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역대 시혜 방식의 보조금 정책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거나 민간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했던 것과 달리, 현 행정부의 투자 방식은 대단히 비즈니스 지향적이다. 정부는 보조금을 제공하되, 이에 상응하는 소수 비지배 지분(Minority, Non-controlling Equity Stake)을 반드시 요구한다. 이는 세금을 투입해 민간의 위험을 분담하는 만큼, 미래에 발생할 막대한 과실 또한 국가(즉, 납세자)가 공유하겠다는 철저한 상업적 계산에 기반한다. 이러한 전략의 가장 성공적인 선례는 지난해 8월 단행된 인텔(Intel)에 대한 대규모 투자이다. 미 정부가 인텔의 지분을 확보한 이후, 이 미국의 토착 반도체 거인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국가에 400억 달러(한화 약 55조 원) 이상의 미실현 이익을 안겨주었다. 이는 국가 안보를 강화하는 동시에 재정적 수익까지 올릴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되었으며, "미국 국민들이 훌륭한 투자를 해낸 것에 축하를 보낸다"는 대통령의 대중적 확언으로 이어지며 대중의 지지까지 확보하는 발판이 되었다.

양자 컴퓨팅 분야에 취해진 이번 조치는 최근 1년간 전개된 희토류 광물 광산 및 제련 기업들에 대한 미국의 지분 투자 방식과 완벽한 평행이론을 이룬다. 첨단 전자 장비와 무기 체계의 필수 가치 사슬인 희토류 부문에서 중국은 오랫동안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다. 미국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벌칸 엘리먼츠(Vulcan Elements), MP 머티리얼즈(MP Materials), USA 레어어스(USA Rare Earth) 등 영토 내외의 핵심 광물 공급망 기업들의 지분을 5%에서 15% 사이로 공격적으로 사들였다. 양자 컴퓨팅 역시 마찬가지다. 초기 단계의 벤처 기업이나 리스크가 큰 스타트업에 다발적으로 정부 자금을 투입하고 지분을 확보하는 구조는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 전략과 판박이다. 중국이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여 양자 통신 및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의 자생적 자본 조달 속도에만 의존해서는 기술 격차를 유지할 수 없다는 미국의 절박함이 투영된 결과이다. 결국 '트럼프의 꿈'은 자국 기업들을 자본으로 묶어 단일한 국가 기술 동맹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번 20억 달러 규모의 양자 컴퓨팅 딜을 들여다보면 미 정부의 구조적 정교함이 돋보인다. 전체 재원의 절반인 10억 달러가 투입되는 IBM과의 계약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IBM 본사 자체에 투자하여 거대 테크 기업의 기존 주주들과 이익을 섞지 않았다. 대신 뉴욕주 올버니에 미국 최초의 양자 칩 전용 제조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설립된 독립 법인, 즉 ‘앤더론(Anderon)’이라는 신설 벤처에만 철저히 타깃 투자를 집행했다. 이는 대기업의 고유 리스크로부터 정부 자금을 보호하는 동시에, 미국 영토 내에 확실한 제조 기지를 건설하겠다는 확약(Commitment)을 받아내는 고도의 분리 전략이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거두인 글로벌파운드리스(GlobalFoundries)에 3억 7,500만 달러를 투입해 약 1%의 지분을 확보하고, D-Wave 퀀텀, 리게티 컴퓨팅(Rigetti Computing), 인플렉션(Infleqtion) 등 혁신적인 양자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기업들에도 각각 1억 달러씩을 골고루 배분했다. 하드웨어 제조부터 원천 기술, 그리고 상용화 플랫폼에 이르는 전방위적 생태계를 촘촘히 엮어내겠다는 의도다.

미국 정부의 양자컴 지원 발표 직후 시장은 격렬하게 환호했다. 정부의 자본 참여가 발표된 날, IBM의 주가는 7% 이상 급등했으며, 리스크가 컸던 여타 양자 컴퓨팅 강소기업들의 주가는 무려 20% 가까이 폭등했다. 시장은 정부의 지분 참여를 단순한 규제 리스크의 해소가 아닌, 국가가 보증하는 확실한 ‘성장 보증 수표’이자 안정적인 장기 자본의 유입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 기술 기업의 가치는 이제 단순한 재무제표가 아닌 국가의 안보 스케줄과 결합되어 재정의되고 있다. 미국식 국가 자본주의는 민간의 혁신성과 국가의 거대한 자본 동맹이 결합했을 때 자본주의 시장이 얼마나 강력하게 폭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대한 실험대 위에 올라섰다.

시장경제의 본산인 미국 마저 이토록 노골적으로 자국 기업의 지분을 확보하며 기술 생태계를 수직 계열화하는 시대에, 대한민국을 비롯한 글로벌 기술 강국들이 나아갈 길은 명확해졌다. 이제 과학기술 정책은 민간에 대한 간접 지원이나 R&D 예산 배정이라는 안이한 거버넌스로는 버텨낼 수 없다. 우리 역시 국가 안보와 미래 먹거리가 직결된 핵심 자산(반도체, AI, 양자, 이차전지)에 대해 국가가 리스크를 공동 부담하고, 지분 참여나 파트너십을 통해 강력한 기술 주권을 선언하는 전략적 결단이 필요하다. '트럼프의 꿈'이 완성되어 양자컴퓨터의 패권마저 미국 정부의 포트폴리오 자산으로 귀속되는 날 자본과 안보의 경계는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