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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하이닉스 7% 폭락… 스페이스X IPO 앞두고 코스피 공포지수 사상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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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하이닉스 7% 폭락… 스페이스X IPO 앞두고 코스피 공포지수 사상 최고

AI 반도체 랠리 종료 신호인가…브로드컴發 충격에 나스닥도 연속 하락
스페이스X·오픈AI·앤스로픽 상장 러시, 기존 기술주 자금 4조 달러 이탈 우려
미국 증시.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증시. 사진=연합뉴스
반도체 거품 붕괴 우려와 인공지능(AI) 관련 기업공개(IPO) 물량 폭탄이 겹치면서 글로벌 기술주 시장이 연쇄 충격에 빠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 등 현지 매체가 지난 9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을 종합하면, 나스닥 지수는 이날 0.97% 하락 마감해 짧았던 반등의 불씨를 꺼뜨렸고, 10일 아시아 시장에서도 한국 코스피가 4.52% 급락하며 글로벌 매도세가 이어졌다.

브로드컴이 당긴 방아쇠…IPO 자금이탈이 불에 기름


이번 충격의 방아쇠는 지난 3일(현지시각) 브로드컴의 실적 발표였다. 브로드컴의 2026 회계연도 3분기 AI 반도체 매출 가이던스가 160억 달러(약 24조 원)로, 시장 예상치 172억 달러를 7% 밑돌면서 AI 반도체 랠리에 급제동이 걸렸다.

연간 AI 칩 매출 가이던스 560억 달러 역시 전망치 576억 달러에 못 미쳤다. 이후 사흘 만에 브로드컴 주가는 20% 급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하루 만에 10.26% 떨어지는 등 2020년 3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여기에 스페이스X의 나스닥 상장이 13일(현지시각) 예정된 가운데 IPO 자금이탈 우려가 기존 상장 기술주를 압박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1조 7500억 달러(약 2669조 원)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주당 135달러의 고정 공모가를 제시했다.

포춘(Fortune) 지는 최근 스페이스X와 오픈AI, 앤스로픽의 IPO가 미국 증시에 최대 4조 달러(약 6102조 원) 규모의 시가총액을 추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오픈AI는 지난 8일(현지시각) 비밀 상장 신청서를 제출했고, 앤스로픽 역시 상장을 준비 중으로 알려져 AI 대형 IPO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CNBC의 짐 크래머는 9일 방송에서 "AI 대형 IPO들이 쏟아내는 신규 물량이 기존 기술주로 향하던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며 "공급 과잉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은 가격 하락"이라고 경고했다.

이스터리 스노우의 최고투자책임자 조슈아 샤흐터는 WSJ에 "반도체 주식 다수가 가치 평가를 도외시한 채 감정과 추진력에만 기대어 거래됐다"며 "다른 곳에 투자 기회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코스피, 공포지수 사상 최고…반도체 집중도가 독이 됐다


한국 증시의 낙폭은 특히 심각하다. 코스피는 지난 5일과 8일 이틀에 걸쳐 한 차례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되는 폭락을 겪었다. 10일에도 삼성전자는 6.06% 하락한 30만 2500원, SK하이닉스는 7.54% 떨어진 204만 8000원에 마감했다.

한국판 공포지수인 VKOSPI는 장중 90을 넘어서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고점을 뛰어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피의 취약성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두 종목에 대한 과도한 집중에서 비롯됐다. 이 두 기업은 2026년 코스피 상승분의 최대 70%를 책임지며 지수를 사상 최고치인 8801.49포인트(6월 2일)까지 끌어올린 주역이었다.

트레이딩키(TradingKey) 분석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수세를 주도했던 이 반도체 거인들의 급락은 코스피를 연쇄 하락의 진원지로 만들었다.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 기조 속에서 단기 차익 실현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둔 관망 심리가 매도세를 가속화했다고 분석했다.

10일(현지시각) 발표된 미국의 5월 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4.2%로, 2023년 5월 이후 처음으로 4%대를 넘어설 것으로 WSJ 조사 경제학자들은 예상했다. 미·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자금, '실물경제'와 '비기술 시장'으로 분산


격변 속에서 자금은 반도체 바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S&P 500의 11개 업종 중 부동산·필수소비재·헬스케어 등 9개 업종이 9일 상승했고, 운송주가 대표적 수혜 섹터로 부상했다.

올드 도미니언 프레이트 라인은 연초 이후 59%, 라이더 시스템은 45%, 물류 기업 맷슨은 57% 오르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팩트셋 집계 기준으로는 소재 섹터 기업들의 2분기 이익이 약 4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비기술 업종의 실적 회복세도 뚜렷하다.

글로벌 자금의 일부는 유럽과 일본으로도 향하고 있다. 영국 FTSE 100이 연초 대비 3%, 일본 닛케이225가 30% 오른 반면, 코스피는 반도체주 급락 이전까지 92%에 달하는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그 열매가 빠르게 증발하고 있다.

오르투스 어드바이저스의 주식 전략가 앤드류 잭슨은 CNBC에 "최근 조정을 거친 방위산업주들이 재부각될 가능성이 있다"며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 IHI, 일본제강소 등을 잠재적 수혜주로 거론했다.

AI 대형 IPO의 연쇄 등장과 금리 불확실성이 맞물린 지금,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재편 압박은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