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원유 수송 차질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와 석유업계가 실제 원유 반출 규모를 놓고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미군 지원으로 페르시아만 원유 수송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셰브런 최고경영자(CEO)는 실제 물량이 그보다 적다고 반박했다.
라이트 장관은 현재 페르시아만에서 하루 약 700만 배럴의 원유가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 병목 현상으로 묶였던 물량의 절반가량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수치가 “대략적인 추정치”라면서도 “흐름은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워스 CEO는 셰브런이 관측한 물량은 그 정도에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선박이 위치 식별 장치인 트랜스폰더를 끄고 야간에 이동하고 있으며 미군의 지원을 받아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군 지원에 원유 수송 일부 회복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흐름의 핵심 통로다. 포춘에 따르면 이란 전쟁으로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초기에 차질을 빚었다.
그는 “오늘의 흐름은 공백의 절반에 접근하고 있고 계속 늘고 있다”며 “결국 이란이 있든 없든 흐름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걸프 지역 원유 흐름은 유지하되 평화 합의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이란산 원유는 봉쇄한다는 입장이다. 라이트 장관은 현재 이란산 원유 반출 물량은 “제로”라고 주장했다. 그는 “군사적 보호가 이뤄지고 있고 실제로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셰브런 “700만배럴엔 못 미쳐”
워스 CEO는 원유 수송이 일부 회복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라이트 장관의 700만 배럴 추산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의 견해로는 아마 그 정도는 아닐 것”이라며 “선박들이 통과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대체로 트랜스폰더를 끈 채 밤에 이동하고, 미군의 일부 지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워스 CEO는 이런 움직임이 실물 원유 시장의 수급 부담을 완화하는 데는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시장이 공급과 수요 양쪽에서 위험에 대응하며 시간을 벌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놀라운 조정력”을 보였다고 말했다.
국제유가는 한때 배럴당 138달러(약 21만원)까지 올랐다. 이는 올해 초 배럴당 61달러(약 9만3000원)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그러나 1차 휴전 발표 직전 고점을 찍은 뒤 12일 기준 약 87달러(약 13만2000원)로 내려왔다. 이는 지난 3월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포춘은 유가가 우려만큼 폭등하지 않은 배경으로 △미국 전략비축유(SPR) 방출 확대 △중국의 원유 수입 감소 △각국의 절약 노력 △중동산 원유의 송유관 우회 수송 증가 등을 꼽았다.
◇전략비축유도 빠르게 줄어
문제는 비축유다. 원유 흐름이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비축유 의존이 길어지면 가격 급등 위험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석유 컨설팅·리서치 업체 피커링에너지파트너스의 댄 피커링 창업자는 “이 위기는 업계가 길을 찾아낸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도 “해협이 열리지 않는다면 하루 700만 배럴이 빠져나가더라도 또 다른 하루 700만 배럴은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 큰 가격 급등은 지연되고 있을 뿐이라고 경고했다. 여름 말까지 원유 흐름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긴급 비축유가 빠르게 줄면서 유가가 다시 뛸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이란 전쟁이 시작된 이후 6월 5일까지 미국 정부는 전략비축유 6600만 배럴을 방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수개월에 걸쳐 총 1억7200만 배럴의 방출을 승인했다. 해당 원유를 사들이는 기업들은 나중에 이를 보충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미 전략비축유는 지난 5일 기준 3억4920만 배럴로 줄어 3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매주 약 900만 배럴 가까이 줄어드는 속도다. 이보다 더 낮아지면 1983년 8월 이후 볼 수 없었던 수준까지 내려가게 된다.
피커링은 원유 재고를 주택보험에 비유하며 “영원히 이렇게 할 수는 없다”며 “기간이 길어질수록 보험은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는 “보험은 집이 불타기 전까지는 늘 너무 비싸 보인다”고 덧붙였다.
◇존스법 유예 연장 가능성도
라이트 장관은 미국이 원유 수출을 금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트럼프 행정부의 존스법 유예 조치를 8월 중순 이후까지 연장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존스법은 미국 항구 간 화물 운송에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 국적을 가진 선박, 미국인 선원을 요구하는 106년 된 법이다. 이 규정은 평시에는 미국 해운·조선업 보호 장치로 작동하지만 에너지 위기 때는 미국 내 원유와 석유제품 운송에 쓸 수 있는 선박 수를 제한하는 요인이 된다.
존스법 유예가 유지되면 더 많은 선박이 미국 걸프만 연안에서 파나마운하를 거쳐 캘리포니아로 연료를 운송할 수 있다. 최근 캘리포니아 일부 정유시설 폐쇄로 서부 지역 공급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유예 조치는 물류 숨통을 틔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포춘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흐름이 일부 회복되고 있지만 실제 회복 규모를 둘러싼 정부와 업계의 시각차가 여전히 크다”고 지적했다. 전략비축유가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가운데 중동 원유 수송이 정상화되지 못하면 유가 안정세가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