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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원유 흐름 ‘정상화’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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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원유 흐름 ‘정상화’ 아직 멀었다

트럼프 “1억 배럴 통과” 주장에도 실제 물동량은 전쟁 전 크게 밑돌아…유가 안정 기대도 불안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이 전쟁 이전 수준을 크게 밑돌면서 국제유가 안정 기대가 여전히 불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챗GPT이미지 확대보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이 전쟁 이전 수준을 크게 밑돌면서 국제유가 안정 기대가 여전히 불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챗GPT

국제유가가 이란 전쟁 종식 기대 속에 하락했지만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실제 물동량은 여전히 전쟁 이전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군의 지원으로 200척 넘는 상선과 1억 배럴 이상의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안전하게 통과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독립 선박 추적업체들은 선박 통행량과 원유 수송량 모두 전쟁 전 규모와 비교하면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AP통신은 이란과의 합의 기대가 커지면서 브렌트유 가격이 3.4% 하락해 배럴당 87.33달러(약 13만3000원)를 기록했다고 12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지원하고 있지만 실제 선박·원유 흐름은 전쟁 이전 수준을 크게 밑돈다고 13일 전했다.

◇유가 하락, 종전 기대가 배경

브렌트유 가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11일 이란 공격 위협을 철회하고 이란과의 합의가 임박할 수 있다고 밝힌 뒤 하락세를 이어갔다. 종전 합의가 성사되면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고 페르시아만 원유가 세계 시장으로 원활히 공급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 산유국 원유가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핵심 해상 통로다. 전쟁이 시작된 뒤 해협 통항이 사실상 크게 위축되면서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약 70달러(약 10만6000원) 수준에서 급등했다. 이 여파로 휘발유와 경유 가격도 오르며 세계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졌다.

다만 금융시장이 과거에도 이란과의 전쟁 종료 기대에 반등했다가 협상 지연이나 결렬로 실망한 적이 있는 만큼 유가 하락이 지속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는 지적이다.

◇“200척 통과” 주장, 전쟁 전과는 큰 차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미국의 지원으로 200척 넘는 상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안전하게 통과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고위 군 당국자는 이 수치가 약 5주에 걸친 통항 실적이라고 확인했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하루 평균 약 6척이 미국과의 조율 아래 해협을 통과한 셈이다.

그러나 전쟁 이전에는 하루 약 130척의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갔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대로 200척 이상이 통과했다 하더라도 현재 통항 규모는 전쟁 전 정상 수준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독립 선박 추적업체들이 미국 측 통계를 곧바로 검증하기도 어렵다. 미군 지원을 받아 해협을 지나는 선박들이 위치 추적 장치인 트랜스폰더를 끄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추적업체들은 위성사진 등 다른 방식으로 선박을 확인할 수 있지만 시간이 더 걸린다.

◇1억 배럴도 정상 물동량에는 못 미쳐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의 노력으로 1억 배럴 넘는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해당 물량이 어느 기간에 수송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를 미국 군 당국자가 언급한 약 5주 기간에 맞춰 계산하면 하루 약 300만 배럴 수준이다. NYT에 따르면 선박 추적업체 케이플러의 디미트리스 암파치디스 해상위험·컴플라이언스 매니저는 전쟁 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량이 하루 약 1800만 배럴이었다고 설명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의 1억 배럴 주장 자체를 받아들이더라도 현재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물량은 전쟁 전의 일부에 그친다. 유가가 최근 하락한 것은 종전 기대와 일부 물동량 회복 때문이지만, 원유 흐름이 정상화됐다고 보기에는 부족한 셈이다.

◇이란, 통항 보장하되 통제권 주장

이란도 호르무즈 해협을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부 장관은 12일 TV 생중계 연설에서 미국과의 합의가 최종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상선의 안전 통항은 보장하겠지만 테헤란이 해협 통제권을 유지하고 향후 통항 선박에 ‘서비스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반대해 온 방식이다. 미국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통행을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하는 것을 견제해 왔다.

이란은 전쟁 초기부터 위협과 공격으로 유조선과 가스 운반선 통항을 억제했다. 선박 운영사들이 해협 진입을 꺼리면서 세계 원유 공급이 줄었고 연료 가격 상승이 이어졌다. 이란 입장에서는 해협 통행을 억제해 유가를 높은 수준에 묶어두는 것이 미국과의 협상력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미국 봉쇄도 원유 부족 키워

미국은 지난 4월 중순부터 이란 및 이란 연계 선박에 대한 봉쇄를 시행해 왔다. 목적은 이란산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출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그러나 이 봉쇄는 전체 원유 공급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선박 추적업체 보텍사 자료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봉쇄 전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량은 하루 약 190만 배럴이었다. 이 가운데 4분의 3은 이란산이었다. 지난 4월 중순부터 이달 1일까지는 수송량이 하루 120만 배럴로 줄었다. 이란 수출이 급감했고 일부 걸프 산유국 물량이 늘었지만 전체 물량은 감소했다.

외교·안보 연구기관 디펜스 프라이오리티스의 로즈메리 켈라닉 국장은 “이란을 봉쇄해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전체 시장에 해를 끼친다”고 말했다.

미군 통항 지원에도 위험은 커지고 있다. 이번 주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미군 헬리콥터가 격추됐다. 미국 당국자는 해당 헬리콥터가 선박 안내가 아니라 순찰 임무 중이었다고 설명했지만 이 사건은 미군이 해협에서 직면한 위험을 보여준다.

◇유가 안정 기대는 아직 취약

국제유가는 종전 기대와 일부 원유 흐름 회복에 반응해 하락했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선박과 원유 흐름이 전쟁 전 수준으로 돌아오지 못한 만큼, 유가 안정세는 아직 취약하다.

이란과 미국이 실제 합의에 도달하고 해협 통항이 정상화되면 유가는 추가로 안정될 수 있다. 반대로 협상이 지연되거나 이란이 통항 통제권과 수수료 부과 방침을 고수하면 해협 긴장은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