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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50달러 지폐, 돈으로 작동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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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50달러 지폐, 돈으로 작동할까

FT 칼럼 “법적 논란 넘어 화폐 신뢰 흔들 수 있어”…현금기기·은행 유통망 검증도 미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상이 들어간 250달러 지폐 구상이 법적 논란을 넘어 현금 유통망과 달러 신뢰 문제로 번지고 있다. 사진=챗GPT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상이 들어간 250달러 지폐 구상이 법적 논란을 넘어 현금 유통망과 달러 신뢰 문제로 번지고 있다. 사진=챗GPT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얼굴을 넣은 250달러(약 38만원) 지폐 발행 구상이 법적 논란을 넘어 미국 화폐 시스템의 신뢰를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행법상 생존 인물의 초상을 미국 달러화에 넣을 수 없다는 문제와 별개로 새 지폐가 실제 현금 유통망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할 준비도 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 저널리스트이자 달러 역사서 ‘전능한 달러(The Almighty Dollar)’의 저자인 브렌던 그릴리는 13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낸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 초상이 담긴 250달러 지폐가 미국의 ‘화폐 단일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칼럼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말 재무부가 트럼프 대통령 얼굴이 들어간 250달러 지폐 도안을 준비했다는 보도를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그는 현행 미국법상 생존 인물을 달러화에 넣을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미 의회가 이를 허용하는 법을 통과시키면 재무부가 대응할 수 있도록 도안을 마련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현직 대통령 초상, 법적 장벽부터 논란

미국에서는 오랫동안 생존 인물을 화폐 초상에 넣지 않는 관행과 법적 제한이 유지돼 왔다. 이는 권력자가 자기 얼굴을 화폐에 새기는 행위에 대한 역사적 경계심과도 맞닿아 있다.

FT 칼럼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를 설득해 자신의 얼굴을 지폐에 넣는 데 성공한다면 이는 미국이 현직 대통령을 바라보는 방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더 주목되는 쟁점은 정치적 상징성보다 실무적 작동 가능성이다. 250달러 지폐가 서둘러 비공개로 설계됐기 때문에 실제 지폐로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1달러는 1달러’라는 원칙

칼럼은 문제의 핵심을 ‘화폐의 단일성’으로 설명했다. 이는 은행 예금, 중앙은행 지급준비금, 동전, 지폐 등 형태가 다른 달러가 모두 1대1 가치로 매끄럽게 교환되는 상태를 뜻한다.

미국인들이 일상에서 쓰는 달러의 대부분은 상업은행 예금이다. 은행은 연방준비제도의 지급준비금에 의존하고 현금은 재무부 산하 조폐·인쇄 체계를 거쳐 발행돼 연준의 부채로 유통된다. 형태는 다르지만 모두 같은 달러로 인정되고 같은 가치로 교환돼야 한다.

이 원칙은 자동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은행이 무너지더라도 예금자를 곧바로 보호하는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제도, 은행 간 수표 결제, 연준의 현금 입출고 체계 등 복잡한 장치가 맞물려야 한다.

FT 칼럼은 "2023년 여러 은행이 파산했을 때 재무부와 연준, FDIC가 예금보험 한도를 넘어 예금자를 보호한 것도 자선이 아니라 화폐 단일성을 지키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달러는 어떤 형태로 존재하든 같은 달러로 받아들여져야 하기 때문이다.

◇새 지폐는 ‘기계와 은행망’도 통과해야

문제는 새 지폐가 단순히 재무장관의 디자인 승인만으로 돈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현금으로 작동하려면 연준의 현금 창고, 장갑차 운송, 은행 창구,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지폐 계수기와 감별기를 모두 거쳐야 한다.

칼럼은 “전 세계에 달러 지폐를 읽고 세는 기계가 1000만대 이상 있다”고 지적했다. 250달러 지폐가 발행되면 이 기계들은 새 지폐를 투입했을 때 정확히 250달러로 인식해야 한다.

통상 미국 조폐국과 인쇄국은 새 지폐 도안을 현금기기 제조업체들과 공유하고 연준이 주재하는 관련 협의체에서 기계 호환성을 시험한다. 그러나 칼럼은 트럼프 250달러 지폐와 관련해 이런 절차가 아직 이뤄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정상적인 절차라면 새 지폐는 법정통화가 되기 6∼8개월 전에 도안이 공개되고 은행원과 상점 직원들이 위조 여부를 구별할 수 있도록 교육 절차가 진행된다. 이 과정 역시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건국 250주년 안에 실제 유통은 어려워

트럼프 250달러 지폐는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하는 구상과 맞물려 있다. 그러나 칼럼은 “미 의회가 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올해 안에 이 지폐가 정상적인 현금으로 작동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연준은 법적으로 발행된 지폐라면 은행으로부터 이를 받고 지급준비금으로 교환해 줄 수 있다. 그러나 지폐가 돈으로 기능하려면 그보다 훨씬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은행과 장갑차, 현금기기, ATM, 위조 방지 교육까지 모든 유통 단계가 새 지폐를 문제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칼럼은 “이런 세부 절차가 단순한 행정 형식이 아니라 달러가 달러로 인정받게 만드는 핵심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절차가 생략되면 250달러 지폐는 실제 결제 수단이라기보다 지지자들이 벽에 걸어두는 정치적 기념품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 상징 넘어 달러 신뢰 문제

트럼프 250달러 지폐 논란은 겉으로는 현직 대통령 초상을 화폐에 넣을 수 있느냐의 문제처럼 보인다. 그러나 FT는 더 근본적인 위험이 화폐 시스템의 작동 방식에 있다고 봤다.

미국 달러는 세계 기축통화다. 달러가 어떤 형태로 존재하든 같은 가치로 받아들여진다는 믿음은 미국 금융시스템의 핵심이다. 새 지폐가 정치적 목적에 따라 충분한 검증 없이 발행된다면 이는 단순한 디자인 논란을 넘어 달러의 신뢰를 지탱하는 절차와 제도를 훼손할 수 있다.

결국 트럼프 250달러 지폐가 실제 돈으로 작동하려면 의회의 법 개정만으로는 부족하다. 은행과 연준, 현금기기 제조업체, 소매 유통망까지 모두 준비돼야 한다. 칼럼은 이런 준비 없이 서둘러 만든 지폐는 ‘250달러’라는 숫자를 달고 있어도 실제 경제에서는 온전한 250달러로 기능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