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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 물가 35% 폭등… 카니 캐나다 총리, '4조원' 식품안보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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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 물가 35% 폭등… 카니 캐나다 총리, '4조원' 식품안보 승부수

5대 마트 시장 90% 독과점 깨러 40개 유통허브 신설·독립 소매상 지원
"농업 강국인데 왜 이렇게 비싸나"… 10년 공급망 대개편 시동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사진=연합뉴스
미국과의 무역 갈등, 기후변화로 글로벌 식량 공급망이 흔들리는 가운데, 캐나다 정부가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를 잡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식품안보 전략을 꺼내들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지난 11일(현지시각) 온타리오주 에토비코크 소재 온타리오 식품 터미널에서 향후 10년간 32억 달러(약 4조 8464억 원)를 투입하는 캐나다 최초의 국가 식품안보 전략을 공식 발표했다고 CBC뉴스, CPAC 등 캐나다 주요 언론이 같은 날 보도했다.

단순한 소비자 보조금이 아니라 농장에서 식탁까지 이어지는 공급망 전체를 재편하겠다는 구조적 승부수다.

'농업 강국'이 왜 이렇게 비쌀까… 독과점 구조가 핵심


카니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캐나다는 농업 강국"이라면서도 "대부분의 캐나다인은 계산대 앞에서 전혀 실감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캐나다는 세계 최대 농식품 수출국 가운데 하나로, 농가·목축업자·생산자들이 해마다 1000억 달러어치 상품을 해외로 내보낸다.

그럼에도 캐나다인들은 신선 과일의 약 90%, 채소의 7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 부담은 임계점에 다다랐다. 2019년 이후 식료품 가격이 약 35% 올랐고, 현재 캐나다 4인 가족의 연간 식비는 1만 달러(약 1515만 원), 즉 한 달에 800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3월 기준 식료품 가격은 1년 전보다 4.4% 올라, 전체 물가상승률 2.4%를 크게 웃돌았다.

유통 구조의 뿌리 깊은 독과점도 문제다. 로블로(Loblaw), 소베이즈(Sobeys), 메트로(Metro), 월마트(Walmart), 코스트코(Costco) 등 5대 대형 식료품 체인이 캐나다 식료품 시장의 약 90%를 장악하고 있으며, 로블로 한 곳만 32%를 차지한다.

달호지 대학교 실반 샤를부아 교수는 "식품 가격이 5년 전보다 27% 높은 상황에서 캐나다 가정은 여전히 장바구니 물가에 짓눌려 있다"며 "2026년에도 식품 구매력 부담은 핵심 압박 요인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4조원 투입 4대 축… 유통 허브 40개 신설·가공산업 육성

이번 전략은 식료품 유통 경쟁 촉진, 국내 식품 생산 확대, 연중 과일·채소 재배 강화, 농업 공급망 규제 완화 등 4개 축으로 구성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식품 유통 인프라 투자다. 인프라 부문에 10억 달러를 배정해 식품 터미널과 허브를 새로 짓고, 독립 소매상이 대형 유통 체인을 거치지 않고 농가·식품 제조업체에서 직접 물건을 살 수 있게 지원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4년 안에 식품 터미널·허브에서 구매하는 독립 소매상 수를 15%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연중 국내 과일·채소 생산 확대를 위해서는 7억 5000만 달러를 별도 조성하며, 온실과 수직 농장 등 시설 농업도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식품 가공 능력 확충을 위해서는 농업 금융공사(Farm Credit Canada)를 통해 10억 달러 규모의 농식품 프로젝트 파이낸스 펀드를 신설해 기업들에 초기 자본을 공급하고, 장비 현대화를 위한 1억 5000만 달러의 식품안보 기금도 별도 지원한다.

독과점 차단을 위한 칼도 빼들었다. 경쟁국(Competition Bureau)과 경쟁심판원(Competition Tribunal)에 약 1억 3000만 달러를 투입해 식료품 분야의 반경쟁 행위를 조사하고 차단하는 역할을 강화한다.

야당 "가격은 언제 내려가나"… 구조 변화까지 긴 호흡 필요


발표 직후부터 정치권의 반론이 쏟아졌다. 보수당 의원 마이클 배럿(Michael Barrett)은 "카니 총리의 발표로 식료품 가격이 언제 내려가느냐가 핵심 질문"이라며 즉각적인 효과를 촉구했다.

10년 단위 투자 계획인 만큼 단기간에 체감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첫 번째 사업 공모는 오는 6월 중 전략적 대응 기금을 통해 시작되고, 두 번째 공모는 오는 가을에 이어진다.

공급망 재편의 효과가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카니 총리는 앞서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 "스스로 먹을 것을 생산하고, 자체 에너지를 조달하고, 스스로를 방어하지 못하는 나라는 선택지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전략은 단순한 물가 대책을 넘어, 미·중 무역 긴장과 기후변화로 글로벌 식량 공급망이 흔들리는 시대에 캐나다가 식량 자립 기반을 다지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