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왕이 외교부장 방문 맞춰 카니 총리 뉴욕서 ‘1조 달러 투자 세일즈’ 영리한 행보
트럼프 ‘NATO 탈퇴·캐나다 51번째 주 편입’ 압박 속 자치·주권 위한 시장 다각화 포석
왕이 “2030년 대중 수출 50% 확대 가능”… 캐나다, 간섭·인권 우려 표명 속 전략 대화 재개
트럼프 ‘NATO 탈퇴·캐나다 51번째 주 편입’ 압박 속 자치·주권 위한 시장 다각화 포석
왕이 “2030년 대중 수출 50% 확대 가능”… 캐나다, 간섭·인권 우려 표명 속 전략 대화 재개
이미지 확대보기7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중국 왕이 외교부장의 드문 캐나다 공식 방문은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자국 경제의 생존과 주권 확보를 위해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지렛대 삼으려는 오타와 당국의 정밀한 균형 잡기 춤을 극명하게 부각시켰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왕이 외교부장이 캐나다 땅을 밟아 양국 간 경제 협력을 공고히 하던 지난달 말, 마크 카니 총리가 미국 뉴욕을 방문해 1조 달러 이상의 캐나다 투자 유치 세일즈를 펼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알레한드로 레예스 홍콩대학교 현대중국과세계센터 정치학 교수는 "이 같은 타임라인 설정은 거의 확실히 철저하게 의도된 것"이라며 "중국과의 교류 재개가 미국의 안보와 무역이라는 캐나다의 ‘가장 주요한 관계’를 희생시키는 대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강력한 신호를 워싱턴에 보낸 셈"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51번째 주’ 합병 위협 맞서 주권 사수… 미국 의존도 70% 딜레마
카니 총리가 미국 외에 새로운 글로벌 무역 돌파구를 모색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백악관에 복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탈퇴를 공언하고, 심지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며 주권을 침해하는 합병 위협을 반복적으로 쏟아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캐나다는 여전히 전체 무역 거래의 70% 이상을 거대 이웃국인 미국에 의존하고 있어 당장 미국을 등질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갇혀 있다.
미·캐나다 싱크탱크 평화외교연구소의 제레미 팔티엘 선임연구원은 "카니 총리는 캐나다와 중국, 미국 간의 관계를 단순한 일회성 거래(Deal)로 접근하지 않는다"며 "그는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가진 막중한 비중을 인정하고, 캐나다가 더 큰 자치권과 외교적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다각화 통로로서 중국과의 관계 복원에 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카니 총리는 뉴욕 세일즈 현장에서 상호 이익을 강조하며, "새로운 미·캐나다 파트너십을 통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워싱턴의 비위를 맞췄다.
이와 동시에 중국의 국영 보조금 기반 과잉 생산 능력과 현지 산업 잠식에 대한 유럽의 무역 우려에 적극 동조하며, 중국산 전기차가 캐나다 시장으로 대량 밀려 들어오도록 방치하지는 않겠다는 방어선도 분명히 했다.
카니 총리의 미국 방문 나흘 전에는 캐나다 군함이 대만 해협을 전격 통과하며 나토의 항행의 자유 작전을 지원, 베이징을 향해 군사적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대부분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캐나다 역시 대만을 독립 국가로 공식 인정하지는 않지만, 미국의 안보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음을 실천으로 증명한 것이다.
왕이 부장 “2030년까지 대중 수출 50% 증대 초과 달성 가능” 장밋빛 유혹
이 같은 군사적 마찰 속에서도 경제 실리를 챙기려는 양국의 이해관계는 맞아떨어졌다. 3일간의 방한 기간 동안 왕이 외교부장은 아니타 아난드 캐나다 국장과의 회담에서 "오타와 당국이 설정한 ‘2030년까지 대중국 수출 50% 확대’라는 국가 목표를 충분히 초과 달성할 수 있다"며 막대한 무역 혜택을 제시했다.
캐나다 글로벌업무사무국은 이번 고위급 회담을 통해 양측이 모든 정부 수준에서 소통 채널을 전면 개방해 불편 요소를 제거하고, 마약 단속 협력을 포함한 새로운 ‘외교 및 전략 대화’와 정치·안보 협의를 전격 재개하기로 전격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 역시 "양국 간에 근본적인 핵심 이익의 충돌은 없으며 협력의 여지가 매우 크다"고 화답했다.
다만 해묵은 안보·인권 갈등은 여전히 불씨로 남아있다. 아난드 국장은 회담 중 중국의 캐나다 대선 등 외국 간섭 우려를 비롯해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내 강제 노동 및 인권 침해 혐의에 대해 날 선 거부감을 솔직하게 피력했다.
레예스 교수는 이를 두고 캐나다 외교가 중국을 상대로 기능적 대화 채널을 유지하는 ‘단순 교류(Engagement)’를 추구할 뿐, 동맹국과의 안보 약속과 기술 이전 경계를 무너뜨리는 ‘가치 수렴(Convergence)’ 단계로 나아가는 것은 철저히 선을 긋고 있다고 분석했다.
관세 폭탄과 북미무역협정(USMCA) 재협상 뇌관… 야당은 "중국 규제" 공세
중국과의 무역 강화 행보는 카니 총리를 국내외적 정치 리스크의 한복판으로 몰아넣고 있다. 백악관은 최근 캐나다와 중국을 포함한 60개국에 대해 10%의 새로운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폭탄 계획을 발표하며, 중국이 강제 노동 차단 조치에 미온적이라고 비판했다.
카니 총리는 "관세의 실질적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사태를 축소하는 동시에 강제 노동 근절 지지를 외쳤으나, 국내 야당의 공세는 매섭다. 보수당 지도자 피에르 푸일리에브르는 "카니 행정부가 중국에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몰아세우며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넘어오는 모든 수입 선적을 즉각 전면 금지하고 노예제 동조 행위를 끝내라"고 총리를 압박했다.
더욱 큰 뇌관은 다음 달로 다가온 북미무역협정(USMCA) 재협상 시한이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협정의 60년 연장을 요구하고 있으나,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거부하며 장기적인 혈투가 예상된다.
앨버타 대학교 중국연구소의 자왕 선임연구원은 "캐나다 외교 정책가들에게 미국은 의심할 여지 없는 1위 시장이며 중국은 먼 2위지만, 미국 관료들은 캐나다가 미국 수출의 최대 시장이라는 상호 의존적 사실을 종종 무시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레예스 교수는 미국 협상가들이 중국 상품이 캐나다를 거쳐 미국으로 우회 유입되는 꼼수를 막기 위해 '원산지 규정'을 극도로 강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타와가 워싱턴과 무역 조건을 조율하는 민감한 시기에 베이징과 지나치게 밀착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데이터나 증거보다는 주관적 직관과 정치적 명분으로 협상 테이블을 뒤엎는 트럼프 행정부에게 캐나다를 타격할 완벽한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고래 싸움 터진 북미 대륙에서 미국산 안보 해자와 중국산 수출 실리 사이를 위태롭게 줄타기하는 마크 카니의 저글링 외교가 캐나다의 운명을 가를 재협상 무대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을지 전 세계 통상 관료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