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참돌고래 500여 마리 목격된 울산 바다, 같은 날 밍크고래는 위판장으로
포획은 금지됐지만 혼획은 위판…죽은 밍크고래를 현금으로 바꾸는 제도
작살 흔적 중심 현장검사 넘어 반복 출하·항적·구조 지연까지 가려낼 장치 필요
포획은 금지됐지만 혼획은 위판…죽은 밍크고래를 현금으로 바꾸는 제도
작살 흔적 중심 현장검사 넘어 반복 출하·항적·구조 지연까지 가려낼 장치 필요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24일 오후 3시 20분, 울산 장생포 남동쪽 17㎞ 해상에서 고래바다여행선 앞에 참돌고래 200여 마리가 나타났다. 무리는 약 20분 동안 수면을 가르며 배와 나란히 움직였다.
약 4시간 뒤 방어진항 남동쪽 37㎞ 해상에서는 밍크고래 한 마리가 그물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됐다. 길이 7.3m·둘레 3m, 무게 약 3.2t의 수컷이었다. 고래는 방어진수협 위판장으로 옮겨져 7,100만 원에 낙찰됐다.
이튿날 장생포 남동쪽 18㎞ 해상에서는 참돌고래 300여 마리가 다시 목격됐다. 이틀간 두 차례 모습을 드러낸 참돌고래 500여 마리는 관광객을 불러왔고, 그물에 걸려 죽은 밍크고래 한 마리는 수산물로 거래됐다.
이번 울산 밍크고래는 현행 절차상 적법한 혼획으로 처리됐다.
해경은 금속탐지기로 사체 내부를 살피고 작살·창살 흔적 등 외상을 확인한 뒤 고래류 처리확인서를 발급했다. 작살과 같은 포획 도구가 직접 사용됐는지를 가리는 현장검사다.
이미지 확대보기작살을 사용하지 않은 포획 정황은 사체 검사만으로 가리기 어렵다. 그물이 고래 이동로를 겨냥해 설치됐는지, 살아 있는 고래를 발견한 뒤 어구 회수와 구조를 제때 시도했는지는 조업 전후의 기록으로 확인해야 한다.
어구가 설치된 해역과 그물을 놓고 거둔 시각, 선박 항적, 조업일지, 신고·통신 기록을 함께 대조해야 한다. 그래야 의도된 포획과 우연한 혼획을 가려낼 수 있다.
포획은 금지됐지만 보호종은 아닌 밍크고래
우리나라는 연구·교육 등 허가받은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고래류의 고의 포획을 금지한다.
밍크고래도 의도적으로 잡으면 처벌받지만 해양생태계법상 해양보호생물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보통밍크고래 종 전체를 멸종 위험이 낮은 ‘관심대상(LC)’으로 평가한다.
이미지 확대보기이 등급은 종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우리 연안을 오가는 지역 개체군은 개체수 추세와 혼획 위험을 기준으로 상태를 판단한다. 밍크고래가 해양보호생물에 포함되지 않고 IUCN 관심대상으로 분류돼도 고의 포획은 금지된다.
허가받은 어업의 정상적인 조업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잡힌 비보호 고래류는 해경의 처리확인서를 받아 위판할 수 있다.
해양보호생물과 좌초·표류 고래는 위판 대상에서 제외된다. 좌초·표류 고래는 폐기하거나 국립수산과학원의 요청에 따라 연구·교육용으로 인계한다. 불법 포획물은 수사에 필요한 증거 절차를 거친 뒤 전량 폐기한다.
같은 밍크고래도 포획 의도가 입증되면 폐기되고, 혼획으로 판단되면 시장에서 거래된다. 밍크고래는 ‘잡으면 범죄, 걸리면 거래’가 가능한 법적 경계에 놓여 있다.
다른 비보호 고래류도 위판할 수 있지만, 높은 가격이 형성되는 밍크고래가 시장에서 유독 두드러진다.
위판 가능 고래 372마리 중 밍크고래 328마리…평균 4,671만 원
혼획 통계가 보여주는 것은 개별 사건의 불법 여부보다 고래 한 마리가 만들어내는 이익의 구조다.
해경·수협이 집계한 2019년 1월부터 2024년 6월까지 국내 고래류 혼획은 4,084마리다. 이 가운데 위판할 수 있었던 비보호 고래류 5종은 372마리였다. 밍크고래가 328마리로 88.2%를 차지했다.
위판된 밍크고래 328마리의 낙찰액은 모두 153억2,400만 원이다. 한 마리 평균 4,671만 원, 최고가는 1억7,730만 원이었다. 이번 울산 밍크고래도 평균보다 2,400만 원 이상 높은 7,100만 원에 팔렸다. 한 번의 혼획이 수천만 원의 수입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같은 출하자가 여러 차례 밍크고래를 내놓은 사례도 있었다.
다섯 차례 이상 위판한 출하자는 4명이다. 한 명은 8마리를 4억2,369만 원에 팔았다. 2024년에는 석 달 사이 3마리를 잇달아 출하했다. 반복 출하는 출하자와 연계된 선박·어구의 혼획 이력을 따져봐야 할 지점이다.
이미지 확대보기밍크고래가 자주 걸리는 데에는 조업 구조도 영향을 미친다.
2011~2017년 국내 연안 연구에서 밍크고래 혼획 어구는 정치망 43.5%, 통발 26.9%, 자망 19.2% 순이었다. 동해 회유로와 장시간 물속에 놓이는 어구가 겹치면 우발적인 혼획도 발생한다.
현행 통계는 혼획 마릿수만 집계할 뿐 지역별 조업 선박 수와 어구를 물속에 둔 기간까지 반영하지 않는다. 울산·포항 해역의 고래 출현 빈도와 조업량을 보정하고, 특정 선박과 어구에 혼획이 반복되는지까지 분석해야 한다.
보호종은 폐기·연구 절차로 향하지만 밍크고래는 처리확인서가 발급되는 순간 수천만 원의 상품이 된다.
혼획을 마릿수뿐 아니라 선박·어구·수익 단위로 추적해야 하는 이유다.
혼획 고래 DNA 시료 등록…불법 포획 감정은 4,084마리 중 14건
처리확인서를 받아 위판된 고래는 DNA 시료를 남긴다.
확인서 사본과 시료는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로 보내져 개체 정보와 유통 이력을 추적하는 데이터베이스에 쌓인다.
이미지 확대보기시료 등록과 불법 포획을 가리기 위한 정밀감정은 목적이 다르다. 같은 기간 해경이 고래연구소에 유전자 감정을 의뢰한 사례는 14건으로, 전체 혼획 4,084마리의 0.34%였다. 시료 등록은 사체와 유통 고기의 이력을 남기고, 정밀감정은 사건별 증거를 대조한다.
DNA는 압수한 고기와 고래 사체, 선박에 남은 혈흔을 하나의 개체로 연결한다. 선원이 살아 있는 고래를 발견하고도 구조를 늦췄는지, 이동로를 겨냥해 그물을 놓았는지까지 판별하지는 못한다.
작살은 사체에 금속과 상처를 남긴다. 구조를 늦춘 정황과 고래 이동로를 겨냥한 어구는 사체에 그처럼 선명한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선내 영상장치도 일반 어선의 의무 장비가 아니다.
외상이 없는 고래일수록 항적과 어구 설치 위치·시간, 목표 어종, 그물 규격과 침지 시간, 신고 시각, 구조 시도, 선원 진술과 휴대전화 기록을 함께 대조해야 한다.
혼획이 반복된 선박에는 부검과 유전자 감정을 추가하는 별도의 조사 기준도 필요하다.
작살 자국 밖에서 드러난 불법 포획
DNA가 고기와 혈흔의 주인을 찾는다면 영상과 선박 항적, 통화·판매 기록은 포획 과정을 복원한다.
울산에서 사체 밖의 증거로 불법 포획을 기록한 사례는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울산MBC 2부작 ‘한반도의 고래’는 1년에 걸친 해양 탐사 과정에서 밍크고래 불법 포획 현장을 직접 촬영했다. 포획이 이뤄지는 순간을 영상으로 남긴 기록이다.
영상이 포획 행위를 보여줬다면, 이후 법원 판결에는 또 다른 불법 포획을 둘러싼 유통 조직과 수사 무마 청탁이 기록됐다.
법원 판결의 대상은 밍크고래 포획에 가담한 선주와 고래고기를 판매한 유통업자들이었다. 이들은 2014년 6월부터 2017년 5월까지 밍크고래 약 16마리를 불법 포획해 유통했다.
울산해경 소속 경찰관은 브로커에게 53만 원 상당의 접대를 받고 이들에 대한 수사 무마를 청탁받았다.
경찰관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브로커에게는 징역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항소심에서도 형은 유지됐다.
이와 별개로 2016년 고래고기 환부 사건에서는 유통 단계의 추적 한계가 드러났다.
울산 경찰이 불법 포획·유통 혐의로 압수한 고래고기 27t 가운데 21t이 검찰의 환부 결정으로 유통업자에게 돌아갔다. 검찰은 DNA 분석만으로 합법 위판분과 불법 포획분을 구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미지 확대보기이후 2018년부터 처리확인서와 DNA 시료를 함께 관리했고, 2021년부터 불법 포획·좌초·표류 고래의 위판을 금지했다.
DNA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포획 과정은 영상과 항적을 함께 추적한 수사에서 밝혀졌다.
2020년 울산에서는 항공순찰기가 두 선박의 작살 포획을 포착했다. 2023년 포항에서는 항공 영상과 선박 항적, 혈흔 DNA를 토대로 밍크고래 17마리를 포획·유통한 조직원 55명이 검거됐다.
이미지 확대보기올해 포항에서는 수사가 포획선 밖의 운반·판매망으로 이어졌다.
밍크고래 5마리는 389개 자루, 약 5t의 고기로 해체돼 3억5,000만 원에 거래된 것으로 조사됐다. 해경은 통화 기록과 혈흔 DNA, 판매대금, 가담자별 역할을 대조해 유통 경로를 추적했다.
이미지 확대보기사체의 상처는 포획 과정의 일부만 보여줬다.
포획 순간은 영상에, 선박의 움직임은 항적에, 해체와 운반은 혈흔에, 유통 조직은 통화와 판매대금에 남았다.
벌금 상한 3,000만 원보다 비싼 한 마리…법원이 지적한 수익·처벌 격차
포획·유통망을 밝혀낸 뒤에는 범죄수익을 얼마나 환수하느냐가 처벌의 실효성을 가른다.
울산지법은 2020년 불법 포획 사건에서 최대 1억 원에 이르는 수익과 벌금·집행유예 중심의 처벌 사이에 큰 간격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이 같은 수익과 처벌의 불균형을 범행이 반복되는 원인으로 봤다.
현행법상 고래를 불법 포획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불법 포획물을 소지·보관·운반·판매한 사람에게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이 적용된다.
법정 최고액만 비교해도 이번 울산 밍크고래 낙찰가 7,100만 원은 포획죄 벌금 상한의 2.4배다. 올해 포항에서 불법 운반된 고래도 한 마리당 약 7,000만 원에 거래됐다. 범행을 거듭하며 수익이 쌓일수록 벌금형만으로 경제적 유인을 끊기 어려워진다.
조직적 범행에는 실형과 범죄수익 추징, 선박·작살 등 범행 도구의 몰수가 뒤따를 수 있다. 작살 흔적은 불법 포획 혐의를 뒷받침하지만 구속 여부는 범죄 소명과 도주·증거인멸 우려를 따져 법원이 결정한다.
법정형과 실제 양형, 범죄수익 환수가 함께 움직여야 고래 가격이 처벌의 무게를 앞지르는 구조를 끊을 수 있다.
산업포경이 부른 자원 고갈…일본은 상업포경 재개
국내에서 혼획 고래의 판매를 허용하는 제도를 이해하려면 국제사회가 상업포경을 중단한 이유부터 살펴봐야 한다. 그 출발점은 20세기 산업포경이 초래한 자원 고갈이었다.
남극 대왕고래는 포경 이전 20만~30만 마리에서 한때 수백 마리 수준까지 줄었다.
고래는 성숙과 번식이 느리고 여러 국가의 바다를 오간다. 한 국가가 과도하게 잡으면 다른 국가의 바다에서도 개체가 줄어든다. 국가별 포획량만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국제 공동 자원이다.
국제포경위원회는 1982년 상업포경 일시중지를 결정해 1986년부터 시행했다. 한국도 같은 해 연안 상업포경을 중단했다.
밍크고래 종 전체는 국제자연보전연맹의 관심대상이지만 지역 개체군의 상태는 다르다. 국제포경위원회 과학위원회는 동해·황해·동중국해를 오가는 밍크고래 개체군이 높은 혼획으로 감소할 위험을 거듭 경고했다.
상업포경 일시중지에는 예외도 남았다. 노르웨이는 국제포경위원회 결정에 이의를 제기했고, 아이슬란드는 유보 조항을 근거로 포경을 이어왔다.
일본은 2018년 12월 국제포경위원회(IWC) 탈퇴를 통보했다.
이미지 확대보기탈퇴는 2019년 6월 30일 발효됐고, 일본은 7월 1일부터 밍크고래·브라이드고래·보리고래 상업포경을 재개했다. 2024년에는 참고래를 포획 대상에 추가했다. 일본 정부가 허가 종과 포획량을 정해 시장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한국과 일본 모두 고래고기 시장은 남아 있지만 합법 유통의 기준은 다르다. 일본은 국가가 정한 포획 종과 할당량에 따라 고래고기를 시장에 공급한다. 한국에서는 해경의 고래류 처리확인서가 혼획 고래의 시장 진입을 결정한다.
한국의 쟁점은 상업포경 허용 여부보다 수천만 원이 걸린 ‘우연’을 누가 어떤 증거로 판정하느냐에 있다.
반복 혼획은 자동 정밀조사…선내 영상·회유로 어구 제한
그 ‘우연’을 가릴 책임을 사체의 외상 검사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처리확인서가 고래고기 시장으로 들어가는 문이라면 발급 기준도 조업 전후의 기록까지 넓어져야 한다.
이미지 확대보기동일 선박·선주·출하자에게 혼획이 반복되면 고위험 신호로 분류해 자동 정밀조사로 전환해야 한다. 현장검사를 넘어 항적·조업·신고 기록과 부검·유전자 감정을 묶어 포획 전후를 검증하는 방식이다.
밍크고래 회유로에서 반복 조업하는 고위험 어선에는 선내 영상과 전자 조업 기록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수 있다. 고래 출현이 집중되는 시기와 해역에는 자망 조업을 제한하고, 현장 효과가 검증된 음향 경보기와 탈출장치 보급, 어구 전환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살아 있는 고래를 발견했을 때 즉시 신고하고 구조를 시도할 의무도 더 분명히 해야 한다.
그물을 자르거나 조업을 중단하면서 발생한 어구 손실과 구조 비용은 공적으로 보전해야 한다. 사체 위판이 구조보다 유리해질 수 있는 경제적 유인을 없애기 위해서다.
이 같은 장치는 이미 해외의 혼획 관리에 활용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야생 고래류의 고의 포획·살해와 보관·운송·판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미국은 승선 관찰원과 전자 영상을 활용해 혼획을 기록하고, 2026년부터 자국과 동등한 수준의 해양포유류 혼획 관리 체계를 인정받지 못한 해외 어업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한다.
뉴질랜드는 마우이돌고래와 헥터돌고래 서식 해역에 광범위한 자망 금지·제한 구역을 두고 트롤어업도 제한한다.
조사와 예방을 강화하더라도 혼획된 고래에 수천만 원의 가격이 붙는 한 경제적 유인은 남는다. 가장 직접적인 해법은 혼획 고래의 상업 판매를 막아 ‘우연’에 붙는 가격 자체를 없애는 것이다.
판매 금지는 신고 은폐와 어민 피해를 함께 다뤄야 작동한다.
혼획을 즉시 신고한 어민에게는 위판 수익 대신 정액 신고 보상금과 구조 과정에서 발생한 어구 손실·조업 중단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전면 금지에 앞서 위판 제도를 유지하는 동안에는 위판 대금 가운데 이 보전액만 출하자에게 지급하고, 나머지는 혼획 저감과 고래 연구 기금으로 돌리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지난 24일 울산에서 잡힌 밍크고래는 현행 기준을 통과해 적법한 혼획으로 처리됐다. 제도의 신뢰는 한 건의 처리 결과가 아니라 수천만 원이 걸린 우연을 얼마나 촘촘한 증거로 가려내느냐에 달려 있다.
같은 이틀, 울산 바다에 나타난 참돌고래 500여 마리는 관광객을 불러왔고, 그물에 걸려 죽은 밍크고래 한 마리는 7,100만 원에 거래됐다.
죽음에 가격이 붙는 순간, 우연을 입증하는 절차도 그 가격만큼 무거워져야 한다.
박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tkay89@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