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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울산공단 대해부 ③ AI 데이터센터 이후, 울산에 무엇이 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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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울산공단 대해부 ③ AI 데이터센터 이후, 울산에 무엇이 남나

SK·아마존웹서비스 2027년 준공 목표…서버 입지와 제조혁신은 서로 다른 단계
석유·화학 제조 AI에 290억원…불량률·설비 정지시간·에너지 사용량으로 성과 판별
2035년 산업용지 513만6,000㎡는 계획면적…실제 착공과 상시고용이 최종 성적표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에 들어설 ‘SK AI 데이터센터 울산’ 조감도. SK텔레콤 아마존웹서비스는 2027년 11월 41MW 규모로 1차 가동한 뒤 2029년 2월 103MW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사진=SK이미지 확대보기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에 들어설 ‘SK AI 데이터센터 울산’ 조감도. SK텔레콤 아마존웹서비스는 2027년 11월 41MW 규모로 1차 가동한 뒤 2029년 2월 103MW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사진=SK
2026년 7월,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에 굴뚝 없는 산업시설이 올라가고 있다.

건물 안을 채우는 것은 생산설비가 아니라 서버와 냉각장치, 전력설비다.

SK텔레콤과 아마존웹서비스(AWS·Amazon Web Services)는 2027년 11월 41MW 규모로 1차 가동한 뒤 2029년 2월 103MW까지 확대하는 ‘SK AI 데이터센터 울산’을 구축하고 있다.

가동이 시작되면 서버와 냉각설비가 하루 24시간 전력을 사용한다. 울산에 발전소가 많아도 데이터센터까지 전기를 보낼 송전선과 변전소 용량이 부족하면 계획한 시점에 서버를 모두 채우기 어렵다.
전력망을 갖추는 것만으로 울산공단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센터가 울산에 들어서는 것과 지역 공장이 그 연산능력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서로 다른 단계다.

공장에는 AI가 학습하고 분석할 데이터가 먼저 쌓여야 한다.

서버의 연산능력을 생산현장으로 가져오려면 공장에 축적된 데이터와 현장 기술, 이를 다룰 사람이 함께 연결돼야 한다.

데이터센터의 주소가 울산이라고 석유화학·자동차·조선공장의 불량률과 생산원가가 저절로 낮아지지는 않는다.

울산시는 SK와 전력 공급, 전문인력 양성, 지역기업 참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역 중소기업과 창업기업이 AI 연산자원을 이용하도록 지원하고, 제조기업과 기술기업을 연결할 거점을 울산에 두는 방안도 협의하고 있다.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 마련된 SK AI 데이터센터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서버 운영 솔루션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SK이미지 확대보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 마련된 SK AI 데이터센터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서버 운영 솔루션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SK

관건은 데이터센터의 크기보다 그 연산능력이 울산공단 안으로 얼마나 깊이 들어가느냐다. 기존 공장과 협력업체의 생산성을 높이고 현장 기술과 지역 일자리로 이어져야 투자 효과가 울산에 남는다.

1부에서는 울산공단이 제품을 더 많이 수출하고도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약해지는 구조를 살폈다. 2부에서는 60년 동안 쌓인 노후설비와 안전·환경·탄소비용을 꺼냈다.

이번 3부에서는 새 데이터센터와 오래된 공장이 실제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살핀다.

100MW급 데이터센터, 건설 인력과 상시 고용의 간격


현재 건설 중인 ‘SK AI 데이터센터 울산’은 2027년 11월 41MW 규모로 1차 가동한 뒤 2029년 2월 총 103MW로 완공될 예정이다.

울산시는 추가 부지와 전력망을 확보해 데이터센터 집적지를 장기적으로 GW급까지 넓히는 구상도 추진하고 있다.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의 ‘SK AI 데이터센터 울산’ 건설 현장에서 SK에코플랜트가 기초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7년 11월 41MW 규모로 1차 가동한 뒤 2029년 2월 103MW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사진=SK이미지 확대보기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의 ‘SK AI 데이터센터 울산’ 건설 현장에서 SK에코플랜트가 기초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7년 11월 41MW 규모로 1차 가동한 뒤 2029년 2월 103MW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사진=SK


센터가 1차 가동에 들어가면 서버 운영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전력을 끊김 없이 공급할 전기 기술자와 서버에서 나오는 열을 식힐 냉각설비 담당자, 통신망·보안·소방·시설관리 인력이 함께 일한다.

이 인력을 지역에서 확보하기 위해 울산시는 7월 지역 대학·SK텔레콤과 회의를 열고, 맞춤형 교육과 현장실습·계약학과를 통해 지역 졸업생을 데이터센터 운영·유지보수 일자리로 연결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데이터센터의 지역 고용효과를 정확히 보려면 공사 단계와 가동 이후를 나눠야 한다.

공사 중에는 토목과 건축, 전기·통신·냉각설비 인력이 집중적으로 투입된다. 가동 이후에는 서버와 전력·냉각·통신·보안·소방시설을 관리하는 상시인력이 남는다. 공사 기간의 누적 투입인원과 울산에서 계속 근무하는 상시인원을 하나로 합치면 실제 고용효과가 흐려진다.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등 사업 주체는 지역 건설업체 발주액과 공사 기간 투입인원, 가동 이후 상시고용을 구분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 울산시도 투자유치 실적을 발표할 때 건설 단계와 운영 단계의 고용을 나눠 제시해야 숫자의 실제 의미가 드러난다.

고용만으로 데이터센터의 산업적 효과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인근 제조기업이 서버의 연산능력을 생산현장에 활용해야 울산공단의 생산성과 기술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290억원 제조 AI, 센서에서 생산성까지


울산시는 2025년 9월부터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에서 석유·화학 인공지능 전환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8년 말까지 국비 140억원과 울산시비 40억원, 민간자금 110억원 등 모두 290억원이 투입된다.

공장에 AI를 넣는 작업은 설비의 움직임을 데이터로 바꾸는 데서 시작한다.

펌프의 진동과 배관의 온도, 반응기의 압력, 제품의 색상과 형태를 센서와 카메라로 읽는다. 종이 작업일지와 개별 컴퓨터에 흩어진 생산·품질·정비 기록도 하나로 연결한다.

펌프의 정상 작동 영상과 이상 진동 영상 비교. 육안으로는 차이를 구분하기 어렵지만 AI 기반 머신비전이 두 영상을 분석하면 진동이 집중된 부위가 색 변화로 표시된다. 설비 고장 징후를 사람이 놓치기 전에 찾아내는 제조 AI 적용 사례다. 사진=한국기계연구원이미지 확대보기
펌프의 정상 작동 영상과 이상 진동 영상 비교. 육안으로는 차이를 구분하기 어렵지만 AI 기반 머신비전이 두 영상을 분석하면 진동이 집중된 부위가 색 변화로 표시된다. 설비 고장 징후를 사람이 놓치기 전에 찾아내는 제조 AI 적용 사례다. 사진=한국기계연구원

공장마다 다른 기록 방식과 단위도 맞춰야 한다.

원료 배합과 생산조건, 불량 원인이 담긴 공정자료를 외부 서버로 보낼 때는 전송 범위와 접근 권한, 사고 책임을 미리 정한다. 제조기업의 핵심 기술이 오가는 만큼 보안도 설계 단계부터 들어가야 한다.

분석 결과는 다시 생산현장으로 돌아와야 의미가 생긴다.

AI가 펌프 고장 징후를 포착했다면 정비 일정과 부품 재고, 생산계획이 함께 움직여야 실제 손실을 줄일 수 있다. 경고가 화면에만 머물면 투자 효과도 공장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적용 방식은 업종마다 다르다. 자동차공장에서는 용접과 도장 불량을 찾고, 조선소에서는 용접 품질과 작업 동선을 분석한다. 석유화학공장에서는 온도와 압력의 작은 변화를 읽어 제품 품질 저하와 설비 이상을 미리 잡는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서 4족 보행로봇 ‘스팟’이 차체 용접 부위를 검사하고 있다. 카메라와 센서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품질 이상을 찾아내는 제조 AI 적용 사례다. 사진=현대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서 4족 보행로봇 ‘스팟’이 차체 용접 부위를 검사하고 있다. 카메라와 센서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품질 이상을 찾아내는 제조 AI 적용 사례다. 사진=현대차그룹


290억원의 성과는 참여기업 수나 설치 장비보다 공장 안의 변화로 확인해야 한다.

불량품이 얼마나 줄었는지, 갑작스러운 고장으로 멈춘 시간이 얼마나 짧아졌는지, 제품 1t을 만드는 데 쓰는 전력과 연료가 얼마나 감소했는지가 핵심이다.

오판도 성적표에서 빠질 수 없다. 정상 설비를 고장으로 판단하면 불필요한 생산 중단이 생기고, 실제 이상을 놓치면 사고 위험이 커진다.

울산시와 울산정보산업진흥원은 참여기업의 도입 전후 불량률과 설비 정지시간, 제품 1t당 에너지 사용량, 경보 정확도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

중소 협력업체가 먼저 마주치는 AI 비용


대기업의 신설공장은 설계 단계부터 센서와 자동제어장치를 넣는다.

온도와 압력, 생산량과 품질자료가 중앙제어실에 쌓여 AI를 연결할 기반도 갖춰져 있다.

오래된 중소기업 공장은 출발점부터 다르다.

절단기와 용접기, 펌프와 성형기는 제품을 만들지만 작동 상태를 자동으로 기록하지 못한다. 생산량을 손으로 적고 품질검사 결과를 개별 파일로 보관하는 곳도 있다.

이런 공장에 AI를 넣으려면 프로그램보다 먼저 센서와 통신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설비를 멈추고 장비를 다는 동안 생산도 중단된다. 초기 공사비에 서버 이용료와 프로그램 갱신비, 센서 교체비까지 계속 붙는다.

정부와 울산시의 지원도 프로그램 구매비에 그쳐서는 효과가 오래가지 않는다. 낡은 설비에서 필요한 자료를 뽑아낼 장치와 통신망, 사업 종료 뒤 운영비까지 포함해야 설치한 시스템이 계속 돌아간다.

대기업이 협력업체에 품질·에너지·탄소자료를 요구할 때도 비용은 따라붙는다. 센서와 시스템 설치비를 협력업체가 혼자 떠안으면 AI는 생산성 향상 수단보다 새로운 납품조건으로 변질된다.

자료 기준은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함께 정하고, 설비투자로 줄어든 불량과 원가 절감분은 공동개발비와 납품단가에 반영해야 한다. 공급망 전체의 생산성은 비용과 성과를 함께 나눌 때 높아진다.

센서가 기록하지 못한 자료도 있다.

숙련 작업자는 펌프 소리와 배관의 떨림, 냄새와 불꽃의 색으로 설비 이상을 알아챈다. 계기판 수치가 정상범위에 있어도 평소와 다른 작은 변화를 먼저 발견한다.

AI가 이 경험을 학습해 활용하려면 작업자의 판단과 당시 센서값, 실제 고장 원인을 함께 기록해야 한다. 숙련자는 자료를 넘기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신호가 위험을 알리는지 정하고 분석 결과를 검증하는 역할을 맡는다.

울산 에코기술의 숙련기술자들이 배관과 기계설비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수십 년간 현장에서 쌓은 판단을 센서값과 고장 이력에 연결해야 숙련자의 경험이 AI 기술로 남는다. 사진=에코기술·재편집이미지 확대보기
울산 에코기술의 숙련기술자들이 배관과 기계설비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수십 년간 현장에서 쌓은 판단을 센서값과 고장 이력에 연결해야 숙련자의 경험이 AI 기술로 남는다. 사진=에코기술·재편집


기술을 붙이는 비용을 넘으면 다음에는 사람의 이동이 남는다.

자동화가 반복 검사와 설비 감시를 대신할수록 기존 인원 가운데 누가 새 업무로 옮기고, 누가 일터 밖으로 밀려나는지가 울산공단의 고용을 바꾼다.

AI가 줄이는 일자리, AI가 만드는 일자리


AI가 공장에 들어오면 반복 검사와 설비 감시, 생산 기록을 맡는 인원부터 줄어든다.

카메라가 제품 불량을 찾고 센서가 설비 상태를 24시간 살피면 작업자가 직접 확인하던 공정도 축소된다.

현대트랜시스의 AI 기반 품질검사 시스템이 자동차 부품의 이상 여부를 판독하고 있다. 반복 검사가 자동화되면서 시스템 운영과 판정 결과 검증을 맡는 기술인력의 역할은 커지고 있다. 사진=현대트랜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현대트랜시스의 AI 기반 품질검사 시스템이 자동차 부품의 이상 여부를 판독하고 있다. 반복 검사가 자동화되면서 시스템 운영과 판정 결과 검증을 맡는 기술인력의 역할은 커지고 있다. 사진=현대트랜시스

반면 센서를 관리하고 AI의 판단을 검증하며 이상 신호를 정비계획으로 바꿀 기술인력은 새로 필요해진다. 생산공정을 이해하면서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이유다.

새로운 기술인력이 필요해져도 줄어든 인원이 모두 그 자리로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 분석가와 시스템 운영자를 채용하더라도 자동 검사와 설비 감시를 맡던 인원보다 규모가 작을 수 있다. 사내교육을 거쳐 다른 업무로 옮기는 사람도 있지만, 기존 업무가 사라지면 다른 업체나 업종을 찾아야 하는 사람도 생긴다.

이 변화는 협력업체에서 더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대기업 정규직은 교육과 배치전환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검사·기록·설비 감시를 맡아온 협력업체 근로자는 발주 물량이 줄면 고용부터 흔들린다.

AI 투자의 고용효과는 새로 채용한 인원만으로 계산해선 부족하다. 자동화로 줄어든 인원과 새로 필요한 기술인력, 교육을 거쳐 다른 업무로 옮긴 사람의 수와 전환 뒤 임금·고용형태까지 함께 봐야 실제 변화가 드러난다.

새로 필요한 기술인력을 울산에서 키우더라도 지역에서 일하고 성장할 자리가 없으면 인력 전환은 이어지지 않는다.

AI 인재 60명, 울산 취업으로 이어질까


AI가 새로 만드는 기술 일자리를 울산 사람이 채우려면 교육과 채용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울산은 AI 인력을 키우는 동안 청년 유출도 이어지고 있다.

2025년 울산에서는 전입자보다 전출자가 5,474명 많았다. 순유출 사유 가운데 교육이 4,107명으로 가장 컸다. 연령별 순유출률은 10대 1.3%, 20대 1.0%였다. 대학 진학과 취업 시기에 청년층이 울산 밖으로 빠져나가는 흐름이 두드러졌다.

울산대학교는 2026년 3월 산업 현장형 AI 교육을 위한 ‘Industrial AX대학원’을 열었다. 첫해 모집 규모는 산업 AI 석사과정 30명과 비학위과정 30명 등 60명 안팎이다.

60명을 가르치는 것은 출발점이다.

이들이 데이터센터와 제조기업의 어떤 일자리로 이어지는지가 더 중요하다. 서버 운영과 전기·냉각설비, 산업보안뿐 아니라 제조 데이터 분석과 설비 예측, 공정 개선, 기술개발 인력이 울산에서 실제로 채용돼야 한다.

공장만 울산에 두고 AI 개발과 연구, 주요 의사결정 조직이 수도권에 남으면 청년 기술자가 지역에서 경력을 쌓을 길도 짧아진다. 데이터센터와 첨단공장 투자에 울산 연구조직과 지역 대학 공동연구, 협력업체 기술개발이 함께 따라야 하는 이유다.

울산시와 대학의 성과도 입학생과 수료생 수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교육을 마친 뒤 울산 기업에 취업한 인원과 맡은 업무, 1년 뒤에도 근무하는 인원을 함께 봐야 한다. 기업도 교육과정 자문에 머물지 않고 현장실습과 채용, 기존 근로자의 업무 전환까지 연결해야 한다.

청년 유출을 문화시설이나 개인의 선택만으로 설명하면 산업의 책임이 사라진다. 배우고 싶은 전공과 일하고 싶은 일자리, 다음 단계로 성장할 자리가 같은 지역 안에 있어야 AI 인재도 울산에 남는다.

인력을 키우고 붙잡는 것만으로 AI 산업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공장과 데이터센터를 실제로 돌릴 전력망도 함께 갖춰져야 한다.

100MW급 데이터센터, 발전소보다 중요한 전력망


100MW급 데이터센터에서는 서버와 냉각설비가 밤낮없이 돌아간다.

전력 공급이 끊기면 연산과 서비스가 멈추기 때문에 끊김 없는 전원망이 필요하다.

울산에 발전소가 많다고 이 전기를 곧바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는 송전선과 변전소를 거쳐 데이터센터까지 이동한다. 기존 공장들이 쓰는 전력을 제외하고도 선로와 변전설비에 충분한 여유가 있어야 한다.

한쪽 전력선에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선로에서 즉시 전기를 받을 수 있는 이중 공급망도 필요하다.

송전선과 변전소 보강이 늦어지면 건물을 완공해도 계획한 만큼 서버를 채우기 어렵다. 울산시와 SK가 투자 이행 방안을 논의하면서 전력망과 추가 부지, 운영인력 확보를 함께 다루는 이유다.

서버에서 쏟아지는 열도 또 다른 부담이다.

AI 서버는 열 발생량이 많아 냉각설비가 더 많은 전력과 물을 사용한다. 냉각 효율이 낮으면 전기요금과 탄소배출이 함께 늘어난다.

데이터센터 운영사는 서버와 냉각설비가 각각 사용할 전력량, 전력 공급 시점, 이중 전원 확보 방식, 냉각용수 조달 계획을 가동 전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 울산시는 이를 인근 공장의 전력·용수 수요와 겹쳐 공급 부족이 생기지 않는지 살펴야 한다.

전기의 생산방식도 울산공단의 손익을 바꾼다.

울산·미포와 온산국가산업단지가 2024년 배출한 온실가스는 약 4,031만tCO₂eq다. 공장 에너지를 줄이는 AI가 대량의 화석연료 전력으로 작동하면 한쪽에서 줄인 탄소를 다른 쪽에서 다시 늘릴 수 있다.

데이터센터의 성과는 서버 규모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연간 전력사용량과 재생에너지 조달 비율, 냉각에 쓴 전력과 물을 함께 봐야 한다. AI가 공장에서 줄인 에너지와 데이터센터가 새로 소비한 에너지를 비교해야 울산 전체에 남는 효과가 드러난다.

이 전력과 용수 문제는 데이터센터에서 끝나지 않는다. 울산시가 새로 공급하려는 산업용지도 기업이 들어오기 전에 같은 기반시설부터 갖춰야 한다.

513만6,000㎡는 지금 입주할 수 있는 땅이 아닌 계획면적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는 새 산업용지에도 기업보다 먼저 들어가야 한다.

울산시는 제5차 산업입지 수급계획에 2035년까지 산업시설용지 513만6,000㎡를 공급하는 구상을 반영했다. 이전 제4차 계획의 순수요 203만㎡보다 2.53배 넓다.

513만6,000㎡는 지금 바로 기업이 입주할 수 있도록 조성된 땅이 아니라, 2035년까지 산업단지로 개발하기 위해 계획에 반영한 면적이다.

울산 제5차 산업입지 수급계획에 반영된 주요 신규 산업단지 예정지. 왼쪽부터 성안·약사 산업단지, U-밸리 산업단지, 수소 융·복합밸리다. 513만6,000㎡는 2035년까지 공급할 산업시설용지 계획면적으로, 각 산업단지의 전체 사업면적을 단순히 합한 수치와는 다르다. 자료=울산시·울산도시공사이미지 확대보기
울산 제5차 산업입지 수급계획에 반영된 주요 신규 산업단지 예정지. 왼쪽부터 성안·약사 산업단지, U-밸리 산업단지, 수소 융·복합밸리다. 513만6,000㎡는 2035년까지 공급할 산업시설용지 계획면적으로, 각 산업단지의 전체 사업면적을 단순히 합한 수치와는 다르다. 자료=울산시·울산도시공사

실제 공장이 들어서려면 토지를 확보하고 도로와 전력·용수·폐수처리시설을 갖춘 뒤 분양계약과 착공, 설비 가동까지 이어져야 한다.

계획면적만으로는 현재 진행 상황을 알기 어렵다.

울산시는 산업단지별로 토지를 확보한 면적과 기업이 계약한 면적, 공사를 시작한 면적, 실제 생산에 들어간 면적을 나눠 보여줘야 한다. 전력과 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 시점도 함께 제시해야 기업의 입주 일정이 드러난다.

어떤 기업을 들이느냐에 따라 준비할 시설도 달라진다.

데이터센터에는 대규모 전력과 냉각설비가 필요하다. 수소산업에는 생산·저장·운송시설과 안전거리가 따라붙는다. 배터리 공장은 전력과 용수뿐 아니라 화재 확산을 막을 방재시설까지 갖춰야 한다. 같은 1만㎡라도 입주 업종에 따라 조성비와 준비기간이 크게 달라진다.

새 산업단지와 함께 기존 공장의 빈 공간도 선택지에 넣을 수 있다. 생산을 줄이거나 멈춘 공장과 창고, 야적장을 재편하면 이미 깔린 도로와 항만, 전력·배관망을 활용할 수 있다.

석유화학 부지를 다른 산업으로 바꾸는 데는 별도의 비용이 든다. 토양과 지하수 오염을 조사하고 노후설비를 철거해야 한다. 새 산업단지 조성비와 기존 부지의 철거·정화비를 비교해 기업이 더 빨리 가동할 수 있는 곳부터 공급해야 한다.

결국 513만6,000㎡는 계획면적보다 실제 계약과 착공, 가동 면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산업단지별 진행 단계를 구분해 봐야 용지 공급이 기업 투자로 이어졌는지 알 수 있다.

계획과 실제 사이의 간격은 산업용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데이터센터와 제조 AI, 인력 양성도 같은 기준으로 확인해야 한다.

서버 용량보다 먼저 볼 울산의 성적표


2027년 데이터센터가 가동되면 서버 대수보다 먼저 확인할 것은 울산 산업의 변화다.

지역기업이 데이터센터를 이용한 계약 건수와 사용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살펴야 한다. 제조 AI의 성과는 불량률과 설비 정지시간, 제품 1t당 에너지 사용량의 변화에서 드러난다.

협력업체가 지원사업이 끝난 뒤에도 자체 인력으로 시스템을 운영하는지, 데이터센터가 준공된 뒤 울산에서 근무할 상시인원과 지역기업 발주액이 얼마나 되는지도 중요하다.

산업용지는 513만6,000㎡ 가운데 실제 착공과 가동에 들어간 면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대학과 교육기관의 성과도 수료생 수보다 울산 기업 취업자와 1년 뒤 근속 인원으로 나타난다.

이 변화들은 서로 맞물려 있다. 지역 공장이 AI를 사용하면 새로운 기술인력이 필요해지고, 협력업체가 시스템을 직접 운영하면 정비와 기술 일감이 울산에 남는다. 전력과 용수가 갖춰진 산업용지에 기업이 들어오면 교육받은 청년이 일할 자리도 넓어진다.

연결이 끊기면 투자 효과도 울산 밖으로 빠져나간다.

데이터센터는 울산의 전력과 부지를 쓰지만 지역 공장의 생산성은 그대로일 수 있다. 외부 기술기업이 시스템을 설치하고 떠나면 협력업체에는 이용료만 남는다. 산업용지를 계획에 반영해도 기업이 착공하지 않으면 먼저 깔아놓은 기반시설 비용을 회수하기 어렵다.

울산은 지난 60년 동안 항만과 배관, 공장과 숙련인력을 한곳에 모아 대한민국 최대 산업도시를 만들었다. 이제 그 위에 서버와 데이터를 더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연산능력이 공장 생산성으로 이어지고, 숙련자의 경험이 새로운 기술로 남으며, 계획 속 산업용지에 실제 공장과 일자리가 들어서야 투자 효과도 울산에 쌓인다.

울산공단의 다음 60년은 서버 용량만으로 열리지 않는다.

오래된 공장의 생산성을 높이고 지역기업과 노동자에게 새로운 기술과 일자리를 남길 때 시작된다.


박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tkay8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