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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 숨진 울산 ‘끝병원’ 반구대병원 폐원…연쇄 사망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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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 숨진 울산 ‘끝병원’ 반구대병원 폐원…연쇄 사망 왜?

전국 첫 인권위·정부 합동조사 뒤에도 2명 추가 사망…9월3일 운영 종료
2월 조사 당시 환자 202명 중 129명 발달장애인…보호·행정입원 72.8%
6시간 환자 폭행 11건·야간 간호사 1명…치료와 장기수용 경계도 쟁점
2022년 이후 입원환자 7명이 숨진 울산 울주군 두동면 반구대병원 전경. 병원은 오는 9월3일까지 운영한 뒤 폐원할 방침이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022년 이후 입원환자 7명이 숨진 울산 울주군 두동면 반구대병원 전경. 병원은 오는 9월3일까지 운영한 뒤 폐원할 방침이다. 사진=연합뉴스
울산 울주군 두동면 반구대병원이 오는 9월3일 문을 닫는다.

지난 2일 폐쇄병동에서 입원환자가 또 숨졌다. 2022년 이후 이 병원에서 확인된 사망자는 7명이다.

올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보건복지부·울산시·울주군과 전국 정신의료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합동조사를 벌여 과거 사망 5건과 인권침해 실태를 확인한 뒤에도 2명이 더 숨졌다.

인권위는 병원장과 행정원장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반구대병원은 정신의료계에서 이른바 ‘끝병원’으로 불려왔다.
심한 행동장애 등으로 일반 장애인시설이나 다른 정신병원에서 받아주기 어려운 중증 발달장애인이 마지막으로 향하는 병원이라는 의미다.

이번 폐원은 한 정신병원의 운영 종료에 그치지 않는다.

치료받기 위해 입원한 환자가 왜 반복해서 숨졌는지, 정신병원이 치료기관과 장기수용 공간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함께 묻고 있다.

환자 64%가 발달장애인…‘끝병원’의 치료와 격리 사이


인권위 조사 당시인 지난 2월 반구대병원 입원환자는 202명이었다.
이 가운데 지적·자폐성 장애 등 발달장애인은 129명으로 63.8%를 차지했다.

자의입원은 52명에 그쳤다. 보호입원 102명과 행정입원 45명 등 비자의입원은 147명으로 전체의 72.8%였다.
2024년 전국 정신의료기관 평균 36.4%의 두 배다. 의사소통이 가능한 환자도 98명으로 절반에 못 미쳤다.

가족이 감당하기 어렵고 지역사회 돌봄과 재활 기반이 부족하면 정신병원이 사실상 마지막 선택지가 된다.
치료 필요성이 낮아진 뒤에도 갈 곳이 없어 병원에 남는 ‘사회적 입원’이 생기는 이유다.

반구대병원에 중증 발달장애인이 집중된 현실도 이런 구조를 보여준다.
지역사회가 감당하지 못한 돌봄이 정신병원으로 넘어간 것이다.

병원에 들어간 뒤 어떤 치료를 받는지도 중요하다.

중독 치료를 위해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했던 한 환자는 “같은 행동을 왜 반복하는지 치료하기보다 그 행동이 밖에서 보이지 않도록 환자를 병동 안에 두는 데 더 치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약물치료와 명상 등 정해진 프로그램이 반복됐지만 중독의 원인을 깊이 다루는 치료는 체감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정신병동에서 충분한 치료와 관찰이 이뤄지지 않으면 환자의 불안과 충동을 조기에 발견하고 완화하기 어렵다.

환자 보호 인력까지 부족하면 폭행이나 자해·자살 위험을 막는 데도 한계가 생긴다.

야간 인력 부족에 장기 격리…병원 관리책임 4년 뒤 수사


반복된 사망의 배경에는 병동의 환자 보호체계와 야간 인력 부족이 있었다.

2022년 1월 32세 지적장애인이 다른 입원환자 2명의 폭행으로 숨졌다. 당시 수사는 가해 환자 처벌에 집중됐다.

인권위가 확보한 CCTV에서는 사망 피해자에 대한 폭행과 별개로, 사건 발생 전 6시간 동안 같은 공간에서 다른 환자들 사이의 폭행 11건이 추가로 확인됐다.
병원 종사자가 이를 막거나 제지하기 위해 개입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야간에는 현장에서 환자를 관리할 인력도 부족했다.

2022년과 2024년 폭행 사건이 발생한 오후 9시께 병실과 공용공간에는 병원 종사자가 없었다.
2024년 사망사건이 발생한 3병동은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간호사 1명이 근무했다.

환자 상태 확인과 투약, 응급상황 대응에 환자 간 충돌까지 간호사 1명이 감당해야 하는 구조였다.
폐쇄병동에서 CCTV만으로 환자들의 행동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사고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과도한 격리도 확인됐다.

인권위는 지적장애인 한 명이 6.79㎡ 규모 보호실에서 외부진료 시간을 제외하고 2282시간55분 동안 연속 격리된 사실을 확인했다. 약 95일이다. 격리 과정에서 강박도 8차례 이뤄졌다.

인권위는 이를 치료와 보호 목적을 넘어선 비인도적 처우로 판단했다.

사망 뒤 대응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외부 병원이 각각 ‘외상성 뇌출혈’과 ‘상세불명의 심장정지’로 판단한 2건을 반구대병원은 ‘뇌출혈’과 ‘갑상선질환’으로 기록했다.

환자안전사고 보고서도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해 환자 처벌에 머물렀던 수사는 4년 뒤 병원의 관리 책임으로 확대됐다.

인권위는 지난 4월 최근 5년간 발생한 사망사건에서 병원 측의 안전보호와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보고 병원장과 행정원장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폐원 뒤 180여명…다른 병원으로 옮기면 끝인가


반구대병원의 폐원 자체가 전국 첫 사례는 아니다. 전국 첫 사례가 된 것은 조사 방식이다.

인권위가 정신의료기관 한 곳을 조사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광역·기초지자체를 함께 투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병원은 오는 9월3일까지 운영한 뒤 문을 닫겠다는 뜻을 울주군보건소에 전달했다.
보건소가 지난 5일 파악한 입원환자는 180여명이다. 이들은 폐원 전 다른 의료기관으로 옮겨야 한다.

그러나 환자를 또 다른 정신병원으로 옮기는 것만으로 이번 사건이 끝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반구대병원은 다른 시설과 병원이 감당하기 어려운 중증 발달장애인의 마지막 행선지 역할을 해왔다.
병원이 사라지면 이들을 누가 치료하고 돌볼 것인지가 남는다.
또 다른 ‘끝병원’으로의 이동이 답이 될 수는 없다.

정신의료기관의 목적은 환자를 사회에서 보이지 않게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증상을 치료하고 회복을 도와 다시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반구대병원 폐원은 그 원칙이 실제 병동에서 작동했는지를 되묻고 있다.

2022년 첫 사망 이후 병원의 보호 책임이 수사선상에 오르기까지 4년이 걸렸다. 그 사이 사망자는 7명으로 늘었다.

9월3일 병원 문은 닫힌다.

7명의 죽음에 대한 책임과 180여명이 다시 살아갈 장소를 찾는 일은 폐원 뒤에도 남는다.


박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tkay8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