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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에 美 소비 둔화…월마트 매출 증가 6년래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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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에 美 소비 둔화…월마트 매출 증가 6년래 최저

美 동일점포 매출 2.6% 증가…시장 예상 3.8% 밑돌아
매장 방문 증가율 3%→1.5%·객단가 증가도 크게 둔화
주가 9% 넘게 급락…시총 하루 113조원 이상 증발
월마트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월마트 로고. 사진=로이터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의 동일점포 매출 증가율이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휘발유 가격에 압박받은 미국 소비자들이 생필품을 우선하고 다른 지출을 줄이면서 미국 소비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월마트는 2027회계연도 2분기 미국 내 동일점포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6%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3.8%를 크게 밑돈 수준이다.

월마트의 동일점포 매출 증가율로는 6년 만에 가장 낮았다. 동일점포 매출이 시장 전망을 밑돈 것도 최소 5년 만에 처음이다.

투자자들은 연간 실적 전망 상향보다 소비 둔화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월마트 주가는 장중 한때 10% 떨어져 9개월 만의 최저치로 내려갔으며 9% 넘게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하루 동안 줄어든 시가총액은 800억달러(약 113조2000억원)를 넘어섰다. 하루 주가 하락폭은 2022년 5월 이후 가장 컸다.

브라이언 제이컵슨 애넥스웰스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경제에서 이번 월마트 실적은 엔비디아의 성장 둔화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며 “소비자들이 더 싼 제품을 찾아 월마트로 이동하는 이른바 ‘트레이드다운’ 효과가 약해지고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고유가에 방문·객단가 증가세 모두 둔화

소비 둔화는 매장 방문과 구매액에서 동시에 나타났다.

최근 3개월간 월마트 매장 방문객 증가율은 1.5%에 그쳐 1분기의 3%에서 절반으로 낮아졌다.

한 차례 거래에서 소비자가 지출하는 평균 구매액 증가율도 1.1%로 둔화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3.1% 증가했다.

미국에서 휘발유 가격이 수개월 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가계의 다른 소비 여력을 압박하고 있다는 게 월마트의 판단이다.

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애널리스트들과 전화회의에서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약 5700원)를 넘으면 소비자에게 심리적인 영향까지 미칠 수 있다”며 “소비자들이 지출 항목 사이에서 선택하고 절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7월 소매판매도 예상과 달리 감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연료 가격이 높은 수준에 머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유가는 월마트 자체 비용에도 부담이다. 회사는 이전 전망보다 연료 관련 비용이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1만1000개 제품 가격 인하로 승부

월마트는 소비자의 가격 부담을 낮춰 판매량과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회사는 19일 1만1000개 제품의 가격을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가격 인하에 필요한 재원의 일부는 29억달러(약 4조1000억원)에 달하는 관세 환급금에서 충당된다. 다만 로이터는 관세 환급이 일회성 이익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레이니 CFO는 2분기와 3분기 실적을 하나로 묶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존 퍼너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도 판매 수량이 늘어나면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월마트는 경기 둔화기에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고객을 끌어들이는 사업모델을 갖고 있어 일부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은 가격 경쟁이 심화할수록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월마트의 고수익 사업도 가격 인하 여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디지털 광고사업인 월마트 커넥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3% 급증했고 멤버십 매출도 17% 늘었다.

전자상거래 매출은 24% 증가했다. 월마트는 30분 이내 배송한 상품 수가 1년 전보다 두 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연간 전망 올렸지만 3분기는 시장 기대 못 미쳐

월마트는 소비 둔화에도 2027회계연도 연간 실적 전망을 소폭 상향했다.

연간 순매출 증가율 전망은 기존 3.5~4.5%에서 4~5%로 높였다.

조정 주당순이익(EPS) 전망도 기존 2.75~2.85달러에서 2.80~2.87달러(약 3960~4060원)로 상향했다.

그러나 3분기 전망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월마트는 3분기 조정 EPS를 0.62~0.64달러(약 878~906원)로 예상했다. 시장 전망치 0.68달러(약 963원)를 밑도는 수준이다.

의약품 사업의 특수 요인도 동일점포 매출에 영향을 미쳤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최대 공정가격’ 프로그램에 따라 약값이 낮아지면서 월마트 약국 매출이 타격을 받았다.

약국 사업의 영향을 제외하면 미국 동일점포 매출 증가율은 3.4%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2023회계연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연간 전망을 높이고 전자상거래와 광고사업이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갔는데도 주가가 급락한 것은 투자자들이 월마트 자체의 경쟁력보다 미국 소비자의 지출 여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에 더 큰 무게를 둔 결과로 풀이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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