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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에 칠레로 닻 올린 한산도함, 바다 위 방산 세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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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에 칠레로 닻 올린 한산도함, 바다 위 방산 세일즈

- 2012년 이후 첫 페루·칠레 기항…함내 K-디펜스 전시관 구축
- 사관생도 140명 포함 390여 명 승선…지구 한 바퀴 5만km 항해
- 해군 원양 실습에 방산 세일즈 결합…중남미 함정 개체 수요 정조준
한산도함(ATH, 4500톤급) .사진=국방부이미지 확대보기
한산도함(ATH, 4500톤급) .사진=국방부

한국 해군 순항훈련함 한산도함(ATH-81)이 순항훈련 과정에서 칠레 발파라이소항에 입항할 예정이다.

방산 매체 인포데펜사는 2026915(현지시각) 한산도함이 함내에 구축한 전시관을 통해 방산 장비 모형을 소개하며 정부의 수출 활동을 지원한다고 보도했다. 2012년 이후 14년 만에 성사된 이번 남미 기항은 원양 실습 훈련과 중남미 함정 교체 수요를 겨냥한 방산 외교를 동시에 묶은 행보다.

14년 만의 기항과 태평양 훈련 항로


한산도함의 이번 중남미 방문은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추진되는 일정이다. 순항훈련전단은 칠레 발파라이소를 비롯해 미국, 과테말라, 파나마, 페루, 타히티, 피지 등 태평양 연안 주요 기항지를 순차적으로 찾는다. 총 항해 거리는 약 27000해리(5km)에 달한다. 이는 지구 둘레를 한 바퀴 이상 도는 거리다.
훈련전단은 기항지 방문을 통해 각국 해군과 연합 훈련을 실시하고, 군사외교 활동을 펼친다. 칠레 해군은 노후 함정 교체 시기를 맞아 연안 전력 현대화 방안을 검토하는 단계다. 한국 해군은 14년 만에 재개된 기항을 계기로 현지 군 수뇌부와의 협력 채널을 다시 복원한다는 구상이다. 태평양 연안 국가들과의 안보 유대를 다지는 작업도 병행한다.

K-디펜스 전시관과 사관생도 원양 실습


함정에는 해군사관학교 81기 사관생도 약 140명을 포함해 총 390여 명이 탑승했다. 지원 인력과 승무원은 항해 구간에 맞춰 유기적으로 교대 승하선하는 방식으로 함정을 운용한다. 생도들은 약 130일 동안 이어지는 실습을 거치며 원양 항해술과 함상 당직 임무를 체득한다.

이번 항해의 주요 특징은 함내에 들어선 K-디펜스 전시관이다. 선체 내부 공간에 한국 주요 방산기업의 수상함 모형, 전투체계, 정밀 유도무기 체계를 배치했다. 기항지마다 현지 군 관계자들을 함상으로 초청해 설명회를 진행한다.

순항훈련전단을 이끄는 김준엽 준장은 정예 해군 장교 양성과 군사외교 수행, 정부의 방산 수출 지원 기여를 이번 훈련의 3대 중점 목표로 제시했다. 훈련함 본연의 교육 공간이 해상 방산 전시관 역할을 겸하는 구조다.

중남미 함정 현대화와 공급망 유지 과제

중남미 해군은 과거 유럽산 중고 함정을 주로 도입했으나 최근 신형 함정 확보로 방향을 틀고 있다. 페루에 이어 칠레 역시 수상함 현대화 타당성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 해양 방산업계는 페루 국영 조선소와의 협력 모델처럼 현지 공동 건조와 기술 이전을 주요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한산도함의 현지 입항은 이러한 건조 기술력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시키는 계기가 된다.

반면 실제 계약 성사까지는 재정 여건과 경쟁국 견제가 걸림돌로 꼽힌다. 스페인과 영국 등 기존 방산 공급국들은 금융 지원 조건을 내세우며 시장 방어에 돌입했다. 한국과 남미 간의 물리적 거리로 인하여 장기 유지·보수·정비(MRO) 체계를 유지하는 비용 부담도 풀어야 할 숙제다. 단순한 순방 행사로 끝나면 실질적인 수주 결실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순항훈련전단은 중남미 일정을 마친 뒤 내년 초 진해항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이번 항해는 거친 해상 환경에서 한국 방산 장비의 가동 신뢰성을 보여주는 시험 무대다. 기항 기간 구축한 군사 네트워크를 정부 간 안보 협정과 실무 기술 협의로 신속히 전환하는 작업이 향후 수출 성패를 가를 기준점으로 꼽힌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