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제2회 부암공연예술제, 젊은 공연의 짜임새와 사유적 진전

글로벌이코노믹

제2회 부암공연예술제, 젊은 공연의 짜임새와 사유적 진전

부암동 부암아트센터서 10월 23일~31일 개최
23일 공연, 극단예인(「새벽과 노을」)이미지 확대보기
23일 공연, 극단예인(「새벽과 노을」)
제2회 부암공연예술제(예술감독 정유진 부산과기대 교수)가 10월 23일 개막식과 본 공연을 시작하여 31일 페막된다. 올해의 부암공연예술제는 연극, 무용, 음악에 걸쳐 펼쳐지며 앞으로 여러 장르에 걸쳐 공연을 확대할 예정이다. 9일간 부암동 부암아트센터를 달굴 작품들은 속살을 채워가며 관객을 맞을 들뜬 기분에 젖어 있을 것이다. 관객들은 따뜻한 시선으로 작가와 연출가, 연기자들의 연기를 바라봐 줄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상상력이 미진하거나 연극적 구성과 연기력이 떨어지는 작품에는 따끔한 충고가 따를 것이다.

출품된 작품들의 뚜렷한 주제는 ‘나는 누구이며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라는 정체성과 관계의 물음이다. 'I down'의 AI와 인간, '어떤 사람'의 자기구원, 'Who am I'의 내면적 성찰, 'ROSE'의 자아 완성, 'Who is the HERO?'의 영웅론은 서로 다른 형식이지만, 타인이 규정한 내가 아니라 스스로 발견하는 존재의 의미를 탐색한다. 여기에 '사라지지 않는'의 차이를 인정하는 공동체, '새벽과 노을'의 가면 너머의 만남, '쩡히 빛나는 태양이 매일 걸려있으면 좋겠다'의 가족적 유대가 겹쳐지면서 개인의 정체성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완성되는 것임을 보여준다.

구성적 측면에서는 현실과 환상, 과거와 현재, 연극과 현실의 경계를 흔드는 장치가 두드러지며, 개인의 내면을 외부적 사건으로 전환시키는 방식이 다양하게 시도된다. '스트리머'의 보이지 않는 법정과 감시사회, '음모론자들'의 황당한 상상세계, '포인트 니모'의 우주적 공간, '너무 매혹당했거나, 아니면 너무 어리석거나'의 극중극, '담배의 해로움에 관하여'의 강연과 자기 고백은 현실을 낯설게 바라보게 만드는 극적 장치로 기능한다. 반복과 징후를 축적하는 'Before One', 기억을 따라가는 '리플레이', 역사 속 여성들의 지워진 목소리를 복원하는 '해방, 기록되지 않은 이름'은 시간의 층위를 구조화함으로써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이 남긴 흔적과 기억의 힘을 부각한다.

기교적 가능성은 장르와 매체의 혼융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움직임·소리·오브제, 영상적 도시 풍경, 브라스 음악과 뮤지컬, 아르헨티나 탱고, 라이브 연주와 스토리텔링 등은 언어 중심의 서사를 넘어 신체와 음악, 공간과 시각 이미지가 동등한 극적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형식적 다채로움이 곧 작품의 미학적 완성도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다양한 장치와 에피소드가 하나의 필연적인 구조와 주제적 긴장으로 수렴하지 못할 경우 ‘아이디어의 나열’에 머물 위험도 함께 내포한다.
23일 공연, 프로젝트 아그데(「어떤 사람(someone)」)이미지 확대보기
23일 공연, 프로젝트 아그데(「어떤 사람(someone)」)
24일 공연, 한대교(「Before one」)이미지 확대보기
24일 공연, 한대교(「Before one」)
24일 공연, sonamove(로즈「ROSE)이미지 확대보기
24일 공연, sonamove(로즈「ROSE)
24일 공연, 극단 괴우(「스트리머(The Streamer)」)이미지 확대보기
24일 공연, 극단 괴우(「스트리머(The Streamer)」)
25일 공연, 극단 어린어른(「Who am I」)이미지 확대보기
25일 공연, 극단 어린어른(「Who am I」)
25일 공연, 오프더브로드웨이(「해방, 기록되지않은 이름」)이미지 확대보기
25일 공연, 오프더브로드웨이(「해방, 기록되지않은 이름」)
25일 공연, 프리즘프로젝트(「담배의 해로움에 관하여」(About the harm of smoking))이미지 확대보기
25일 공연, 프리즘프로젝트(「담배의 해로움에 관하여」(About the harm of smoking))
25일 공연, 극단동인제그룹-無(「쨍히 빛나는 태양이 매일 걸려있으면 좋겠다(I WAS)」)이미지 확대보기
25일 공연, 극단동인제그룹-無(「쨍히 빛나는 태양이 매일 걸려있으면 좋겠다(I WAS)」)

미래의 희망은 거창한 영웅이나 초월적 구원보다 자신과 타인의 존재를 다시 바라보는 작은 변화에서 발견된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쉿', 서로의 곁에 남는 의미를 묻는 모녀의 이야기, 잊었던 마음을 다시 발견하는 '리플레이', 이질적 존재의 조화를 통해 모두가 이미 HERO임을 말하는 'ROSE'는 불확실한 시대에도 인간에게 관계를 회복하고 삶을 다시 선택할 가능성이 남아 있음을 역설한다. 어린이의 상상력을 음악으로 확장하는 '숲속 친구들'까지 포함하면 이 작품군은 미래를 질문하고 공감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능력 자체를 미래의 희망으로 제시한다.

이 작품들이 포착하는 미래는 낙관적이지만은 않으며 AI에 의한 정체성의 혼란, 감시와 여론의 폭력, 역사적 망각, 개인의 불안과 고립, 가족관계의 균열이 그 이면에 자리한다. 이 작품군의 비평적 가치는 부정적 현실을 고발하는 데 있지 않고, 상처받고 흔들리는 인간이 자신과 타자를 다시 바라보는 과정을 무대 위에 올려놓았다는 데 있다. 따라서 이번 작품들은 동시대 공연예술이 ‘무엇을 말할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함께 존재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며, 그 미완의 질문 자체가 오늘의 공연예술이 품은 가장 중요한 미래적 가능성이다.

다음은 공연 일정별로 살펴본 작품의 간단 스케치이다. 공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상상력을 가미하면서 작품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 10/23(금) 부암아트홀 20시 ▲ 극단 회화 : 'I down', 서른 번째 생일을 맞은 다운이 함께 살아온 네 개의 AI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되묻는다. ▲ Project Agde : '어떤 사람', 자신을 구해줄 누군가를 기다리던 사람이 지나온 자신의 흔적을 돌아보며 결국 자신을 여기까지 이끈 존재가 자신임을 마주한다. ▲ 극단 예인: '새벽과 노을', 서로 다른 경계에 선 두 사람이 가면 너머의 얼굴을 마주하며 서로를 바라본다.

● 10/24(토) 부암아트홀 13시 ▲ 버디브라스: ‘버디브라스 & 웨스트사이드스토리’, 클래식, 재즈, 영화음악부터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까지 브라스 퀸텟의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인다.

● 10/24(토) 부암아트홀 19시 ▲ 한대교 : 'Before One', 작은 징후와 반복이 축적되어 하나의 결정적인 사건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움직임과 소리, 오브제로 표현한다. ▲ sonamove : 'ROSE 로즈', 있는 그대로의 나를 완성해가는 여정을 통해 이질적 존재가 조화를 이루는 순간 우리가 이미 HERO임을 이야기한다. ▲ 극단 괴우 : '스트리머', 이유도 모른 채 피고인이 된 한 스트리머가 보이지 않는 법정과 수많은 시선 속에서 21세기형 빅브라더와 마주한다. ▲ 김남훈 : 'Who is the HERO?', 평범한 삶 속에 쌓여온 시간과 감정을 통해 진정한 ‘히어로’의 의미를 되묻는다.

26일 공연, 컴퍼니 연결(「소담씨의 이별견문록」(Sodam’s farewell travelogue))이미지 확대보기
26일 공연, 컴퍼니 연결(「소담씨의 이별견문록」(Sodam’s farewell travelogue))
26일 공연, 모순프로젝트(「사라지지 않는」(Unfading))이미지 확대보기
26일 공연, 모순프로젝트(「사라지지 않는」(Unfading))
26일 공연, 씨어터2순간(「네개의 팔, 하나의 심장(로미오와 줄리엣)(Four Arms, One Heart)」)이미지 확대보기
26일 공연, 씨어터2순간(「네개의 팔, 하나의 심장(로미오와 줄리엣)(Four Arms, One Heart)」)
26일 공연, 유익액터스(「음모론자들」(The Truther, TG이벤트홀))이미지 확대보기
26일 공연, 유익액터스(「음모론자들」(The Truther, TG이벤트홀))
27일 공연, 극단연호(「물음표」(question mark))이미지 확대보기
27일 공연, 극단연호(「물음표」(question mark))
27일 공연, 작작곡가(「쉿」(Shhh))이미지 확대보기
27일 공연, 작작곡가(「쉿」(Shhh))

● 10/25(일) 부암아트홀 19시 ▲ 극단 어린어른 : 'Who am I', 불안과 자책으로 흔들리던 청년이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마주하며 자신을 찾아간다. ▲ PLZZAVI : 'SEOULVERS', 빠르게 움직이는 서울의 일상 속에서 사람들이 경험하는 다양한 감정과 삶의 순간을 하나의 도시 풍경으로 담아낸다. ▲ 오프더브로드웨이 : '해방, 기록되지 않은 이름', 나라를 빼앗긴 시대에 평범한 네 명의 여성이 각자의 방식으로 시대에 맞서며 기록되지 못한 영웅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 프리즘 프로젝트 : '담배의 해로움에 관하여', ‘담배의 해로움’을 강연하던 이반 이바노비치 뉘힌이 한 순간 담배와는 전혀 다른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낸다. ▲ 극단 동인제그룹-無 : '쩡히 빛나는 태양이 매일 걸려있으면 좋겠다', 딸의 결혼을 앞두고 흔들리는 한부모가정 모녀의 관계를 통해 서로의 곁에 남는다는 것의 의미를 묻는다.

● 10/26(월) 부암아트홀 19시 ▲ 극단 파란여우 : '너무 매혹당했거나, 아니면 너무 어리석거나', 역사 속에서 지워진 여성들을 연기하던 배우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며 현실과 연극의 경계를 허문다. ▲ 컴퍼니 연결 : '연극 소담씨의 이별견문록',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는 자신만의 도깨비를 마주한다. ▲ 모순프로젝트 : '사라지지 않는', 서로 다른 기억과 감각을 지닌 사람들이 차이를 지우지 않은 채 서로의 존재를 알아가며 ‘우리’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는다 ▲ 씨어터2순간 : '네 개의 팔, 하나의 심장(로미오와 줄리엣)' :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 사랑을 역동적인 움직임과 아르헨티나 탱고의 신체 언어로 표현한다.

● 10/26(월) TG이벤트홀 19시 ▲ 유익액터스 : '음모론자들', 자신을 일루미나티라고 주장하는 음모론자들이 이삭을 아가르타로 데려가려 하면서 벌어지는 황당한 소동을 그린다.

● 10/27(화) 부암아트홀 19시 ▲ 극단 연호 : '물음표', 두 배우가 한 가지 미션을 가지고 하나의 단어를 이야기하며 관객에게 그 의미와 미션을 함께 생각하게 한다. ▲ 작작곡가 : '쉿(Shhh)', 서로를 지키기 위해 괜찮다고 말해온 사람들이 이제는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며 각자의 삶을 향해 나아간다 ▲ 극단 놀터 : '포인트 니모', 우주선의 묘지 ‘포인트 니모’에 불시착한 인간과 멈춰 있던 존재들의 만남을 통해 오늘을 살아간다는 의미를 되묻는다.

● 10/31(토) 부암아트홀 13시 ▲ Classicow : ‘숲속 친구들’(Little Forest Friends), 숲속 동물들의 이야기를 생생한 라이브 연주와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며 아이들의 음악적 상상력과 예술적 감수성을 키우는 키즈클래식

● 10/31(토) 부암아트홀 19시 ▲ 극단 플레이 : '리플레이'(Replay), 타인의 삶을 연기하던 배우 부부가 한 노신사의 추억을 따라가며 잊고 있던 서로의 마음과 소중함을 다시 발견한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서울연극협회 희곡분과 회원), 사진=부암공연예술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