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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 기술주 몸값도 흔들…AI 대형주만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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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 기술주 몸값도 흔들…AI 대형주만 버틴다

S&P 500 선행 PER 연초 22.2배→19.3배
MS·엔비디아·애플·메타가 지수 떠받쳐…나머지 업종은 광범위 약세
지난달 1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가 업무를 보고 있는 가운데 화면에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기자회견이 나오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달 1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가 업무를 보고 있는 가운데 화면에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기자회견이 나오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국채금리가 20여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높은 평가를 받아온 기술주조차 고금리의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 실적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주요 주가지수는 사상 최고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기업 이익 1달러에 지불하려는 가격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소수 대형 기술주의 실적 호조가 주식시장 전반에서 진행되는 평가가치 하락을 가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국채금리 상승으로 S&P 500 기업의 평가배수가 빠르게 낮아지고 있으며 엔비디아를 비롯한 대표 기술주도 예외가 아니라고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S&P 500의 향후 12개월 예상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약 19.3배로 연초 22.2배에서 크게 떨어졌다.
지수 자체는 올해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했지만 같은 이익에 대해 투자자들이 지불하는 가격은 낮아진 셈이다.

◇10년물 금리 24년 만에 최고…주식 할인율 상승

가장 큰 원인은 미 국채금리 상승이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7일 장중 5.36%를 넘어 24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분기 상승폭은 1994년 이후 가장 컸다.

국채는 위험이 낮은 자산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국채금리가 오르면 투자자가 위험자산인 주식을 보유하기 위해 요구하는 기대수익률도 함께 높아진다.
이에 따라 미래에 벌어들일 기업 이익의 현재 가치가 낮아지고 주식의 적정 평가배수에도 하락 압력이 가해진다.

밥 돌 크로스마크글로벌인베스트먼츠 최고투자책임자는 “금리 상승은 이미 주식시장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며 기업 실적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그 영향이 가려져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S&P 500이 직전 종가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던 8월 13일 이후 25개 업종 가운데 18개 업종의 주가가 하락했다.

S&P 500 구성 종목에 동일한 비중을 부여한 동일가중지수도 이 기간 약 5% 떨어졌다. 은행과 부동산 등 일부 업종은 10% 넘게 하락했다.

◇AI 대형주가 시장 하락 가려

그럼에도 S&P 500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대형 기술주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와 기술, 반도체 업종은 AI 투자 열풍과 빠르게 증가하는 이익 전망에 힘입어 다른 업종보다 강한 흐름을 보였다.

시타델증권 분석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애플, 메타플랫폼 등 4개 기업은 3분기 S&P 500 상승에 약 300포인트를 기여했다.

반면 나머지 496개 기업은 합산 기준 약 150포인트를 깎아내렸다.

소수 대형주의 상승이 시장 전체를 끌어올리는 현상이 더욱 심해진 것이다.

WSJ는 “여러 지표에서 미국 증시의 종목 집중도가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고 전했다.

스콧 러브너 시타델증권 관계자는 “주식시장은 경제가 아니며 갈수록 S&P 500도 평균적인 주식을 나타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한 달 동안 경기 흐름을 상대적으로 넓게 반영하는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4.2% 하락한 반면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지수는 약 4% 상승했다.

골드만삭스, 보잉, 홈디포, 나이키, 맥도날드 등이 다우지수를 끌어내린 주요 종목으로 꼽혔다.

◇주가 추가 상승하려면 실적 더 좋아야

고금리 압력을 상쇄한 것은 결국 기업 실적이었다.

기업들의 이익과 내년 실적 전망이 강하게 증가하면서 평가배수 하락에도 주가지수가 버틸 수 있었다.

알렉스 찰로프 번스타인프라이빗웰스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는 “연초에 10년물 국채금리가 1%포인트 오른다고 예상했다면 현재와 같은 주식시장 결과를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기업 실적이 매우 강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앞으로 주가가 더 오르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강한 실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다음 주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등 월가 대형 금융회사를 시작으로 3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화하면서 투자자들이 기업에 요구하는 실적 기준도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마크 해킷 네이션와이드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수석시장전략가는 “금리가 높아지면 주식의 가치는 낮아진다”며 현재 상황을 기본적인 금융 원리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고금리가 지속되면 특히 경기 변화에 민감한 업종에는 추가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AI 관련 대형 기술기업들이 지금과 같은 이익 증가세를 이어갈 경우 시장 전체의 평가배수 하락에도 주요 지수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WSJ는 결국 고금리 시대의 미국 증시가 ‘지수는 강하지만 평균 종목은 약한’ 구조로 더욱 양극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