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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과잉에 제련소 동결"… 인도네시아발 경고에 中 니켈 자본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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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과잉에 제련소 동결"… 인도네시아발 경고에 中 니켈 자본 '비상'

바흐릴 장관 "NPI·니켈매트 등 반제품 제련 중단 추진"… 프라보워 대통령에 권고안 제출
제련 투자의 75% 차지한 중국 직격탄… "단순 중간재 증설 멈추고 고부가가치 전환해야"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 소로와코 근처에서 트럭들이 원시 니켈 광석을 운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 소로와코 근처에서 트럭들이 원시 니켈 광석을 운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세계 최대 니켈 매장·생산국인 인도네시아가 글로벌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폭락을 막고 자국 광물 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신규 니켈 제련소 건설을 일시 중단하는 '모라토리엄(유예 조치)'을 검토하고 나섰다.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 투자의 75%를 장악하며 글로벌 스테인리스강과 전기차 배터리용 중간재 공급망을 과점해 온 중국계 광산·제련 기업들이 사업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는 분석이다.

10월 11일(현지시각) 홍콩 영자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국영 안타라(Antara) 통신은 바흐릴 라하달리아(Bahlil Lahadalia) 에너지광물자원부 장관(하류화·에너지전환조정장관)이 중간 니켈 가공품(반제품)을 생산하는 제련소의 신규 건설을 동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생산량 60% 차지하는 반제품 '핀셋 규제'… 저가 투매 방어 목적


이번 모라토리엄의 핵심 타깃은 니켈 선철(NPI, Nickel Pig Iron)과 니켈 매트(Nickel Matte) 등 1차 가공된 반제품 생산시설이다.

NPI는 주로 스테인리스강 제조에 쓰이고, 니켈 매트는 황산니켈로 정제돼 전기차(EV) 배터리 양극재 원료로 공급된다.

현재 이들 중간재는 인도네시아 전체 니켈 생산량의 약 50~60%를 차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020년부터 원광(미가공 광석) 수출을 전면 금지하며 해외 제련소 유치에 성공했으나, 설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심각한 공급과잉과 런던금속거래소(LME) 니켈 시세 급락을 자초했다.

에너지광물자원부는 단순 반제품의 저가 투매를 막고, 완제품 형태의 배터리 셀이나 고순도 정제 니켈 등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하류(다운스트림)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대통령에게 최종 규제 권고안을 보고할 방침이다.

현지 정련 인프라 75% 쥔 중국 직격탄… 골드만삭스 "과잉 주원인"

이번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가장 큰 충격을 받는 곳은 중국 자본이다.

미국 비영리 안보연구기관 C4ADS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니켈 정제 산업 내 중국계 기업과 자본의 점유율은 약 75%에 달한다.

자카르타 소재 정치리스크 컨설팅사 KRA그룹의 라피 아디스 수바르나(Rafi Adis Subarna) 연구원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니켈 시장 공급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역시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천문학적인 투자가 인도네시아의 가공 역량을 폭발적으로 키운 동시에 2023년 이후 글로벌 니켈 공급 과잉을 부채질한 직접적 원인이었다고 꼬집었다.

아시아센터 연구소 자문위원 누킬라 에반티(Nukila Evanty)는 "인도네시아 광산·제련 생태계에서 핵심 역할을 해온 중국 투자자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이미 공급 과잉인 중간 제품 증설 프로젝트를 선별적으로 축소하고 투자 방향을 재고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잦은 규제 변경에 따른 '불확실성' 경고 vs 中 "자본 철수 시 인도네시아 손해"


전문가들은 자카르타의 잦은 정책 변경이 야기하는 통상 불확실성을 최대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시와지 다르마 네가라(Siwage Dharma Negara) 수석연구원은 "모라토리엄이 발효되면 기존 제련소 증설 계획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될 수 있다"며 "정부가 투자 조건을 수시로 바꾸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확장을 멈추거나 최악의 경우 자금을 회수해 철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 내부에서는 자본 철수가 오히려 인도네시아에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중국 인민대학교 금융학 교수 자오시쥔(Zhao Xijun)은 "인도네시아가 독자적으로 제련소를 운영할 기술과 장비, 엔지니어링 역량을 갖췄는지 먼저 자문해야 한다"며 "조건이 까다로워지면 중국 기업들은 아프리카나 라틴아메리카 등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릴 것이며, 결국 손해는 광산 개발이 멈추게 될 인도네시아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자원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광물 고부가가치화를 꾀하는 인도네시아 정부와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해 온 중국 자본 간의 힘겨루기가 글로벌 배터리·철강 원자재 시장의 공급 판도를 다시 한번 뒤흔들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