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中 사이버 보안 인증 탈락 틈새"… 삼성SDI·대만 연합, 日 ESS 시장 '대공세'

글로벌이코노믹

"中 사이버 보안 인증 탈락 틈새"… 삼성SDI·대만 연합, 日 ESS 시장 '대공세'

日 경제산업성, 내년 4월부터 전력망 장비 대상 'JC-STAR' 인증 의무화 전격 시행
화웨이·선그로우·BYD 등 중국계 탈락… 국가 안보 우려에 공급망 재편 본격화
삼성SDI, 2030년 2GWh로 10배 확대… "일본산보다 30% 저렴·안보 검증 완료" 승부수
대만의 콜드 일렉트릭은 전력 저장 시스템 생산 능력을 9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사진=콜드 일렉트릭이미지 확대보기
대만의 콜드 일렉트릭은 전력 저장 시스템 생산 능력을 9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사진=콜드 일렉트릭
일본 정부가 국가전력망 안보 강화를 위해 통신 기능이 탑재된 에너지저장장치(ESS) 설비에 대한 사이버 보안 인증을 대폭 강화하면서, 일본 전력망 시장을 장악해 온 중국 기업들이 대거 배제될 위기에 놓였다.

이러한 규제 틈새를 정조준해 이미 인증을 확보한 삼성SDI와 대만 배터리 기업들이 공격적인 생산능력 확대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일본 그리드 ESS 시장 선점에 나섰다.

10월 15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 도쿄발 보도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정보처리추진기구(IPA)는 전력망에 연계되는 배터리 제어 시스템(BMS), 전력변환장치(PCS) 등 통신 기능 장비를 대상으로 'JC-STAR' 사이버 보안 인증 취득을 의무화하고 내년 4월부터 본격 시행에 돌입한다.

현재까지 IPA로부터 JC-STAR 인증을 통과한 기업은 일본, 미국, 독일, 한국, 대만의 약 50개 사에 불과하다. 반면 일본 시장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넓혀왔던 화웨이(Huawei), 선그로우(Sungrow), 비야디(BYD) 등 주요 중국계 기업들은 이번 인증 명단에서 일제히 제외됐다. 일본 당국이 공식 사유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핵심 전력 인프라에 대한 백도어와 원격 해킹 위험 등 국가 안보적 우려가 배제 배경으로 지목된다.

삼성SDI, 2030년 2GWh 목표로 10배 증산… '안보+가성비' 정조준


삼성SDI는 일찌감치 지난해 JC-STAR 인증을 선제적으로 취득하며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삼성SDI는 오는 2030년까지 일본 내 ESS 배터리 판매량을 2기가와트시(GWh)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는 2026년 예상치 대비 무려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삼성SDI는 중국산 장비의 보안 리스크로 인해 대체 공급선을 찾는 일본 유틸리티 및 전력 사업자들의 이탈 수요를 집중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가격과 신뢰성을 동시에 잡은 포지셔닝도 강점이다. 삼성SDI의 한 고위 임원은 "삼성SDI 배터리는 중국 경쟁사 제품보다 약 20~30% 비싸지만, 파워X(PowerX)나 GS유아사(GS Yuasa) 등 일본 로컬 제조사보다는 20~30% 저렴하다"며 "검증된 사이버 보안 인증과 우수한 원가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 콜드일렉트릭·포모사 등 '반중 공급망' 동맹 가세


대만 배터리 진영의 추격도 거세다. 대만 대표 배터리 저장 시스템 제조사인 콜드 일렉트릭(Cold Electric)은 지난 8월 JC-STAR 인증을 획득하고, 오사카 소재 배터리 유통사인 유아사 M&B(Yuasa M&B)와 손잡고 연내 일본 최초의 상업용 ESS 가동에 나선다.
콜드 일렉트릭은 오는 2028년까지 본국 공장의 생산능력을 현재의 9배인 3GWh로 대폭 확장할 계획이다. 필 첸(Phil Chen) 콜드 일렉트릭 CEO는 "순수 가격만으로는 중국산 저가 공세를 당해내기 어렵지만, 일본 정부의 엄격한 사이버 인증 덕분에 결정적인 시장 진입 기회가 열렸다"고 밝혔다.

대만 굴지의 석유화학·소재 대기업인 포모사 플라스틱스 그룹(Formosa Plastics Group) 역시 연말 인증 획득을 목표로 절차를 밟고 있다. 포모사는 전해액과 분리막 등 핵심 부품의 70%를 그룹 내에서 수직계열화해 조달할 수 있어 탁월한 원가 유연성을 갖추고 있다.

클레이튼 리엔(Clayton Lien) 포모사 일본 법인 대표는 "미국과 동남아시아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중국산 인프라 의존도를 낮추려는 '탈중국(디리스킹)' 움직임이 뚜렷하다"며 "2029년까지 배터리 생산능력을 10GWh로 5배 늘려 일본에서만 연간 3GWh 규모의 ESS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2040년 100GWh 시장 폭발… 中 '통신 외주'로 우회로 모색


일본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대규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이 맞물리면서 일본의 전력망 저장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도쿄 소재 에너지 컨설팅사 RTS에 따르면, 일본의 ESS 운영 설비용량은 올해 약 11GWh 수준에서 오는 2040년 100GWh로 9배 이상 급증할 전망이다. 이는 대형 원자력 발전소 1~2기의 상시 발전량과 맞먹는 규모다.

위기에 몰린 중국 제조사들은 규제 우회로를 모색하고 있다. JC-STAR 인증이 통신 모듈이 없는 순수 배터리 셀 자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은 통신 및 제어 부품을 제외한 순수 배터리 하드웨어만 수출하고 통신 제어 장치는 인증을 보유한 일본 현지 기업에 외주를 주는 합작 모델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핵심 전력 인프라 전반에 걸친 서방 진영의 안보 빗장이 갈수록 공고해지는 만큼, 사이버 보안성과 기술 신뢰성을 선제적으로 공인받은 한국과 대만 공급망의 시장 지배력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