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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품은 한국 가스선, 돛 달고 바다 건너 탄소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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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품은 한국 가스선, 돛 달고 바다 건너 탄소 잡는다

- 한화오션 윙 챌린저 인도 시작으로 현대중공업 윈드윙스 프로젝트 가동
- 바다 위 대형 상선 107척 운항 속 엔진 유지 장점 앞세운 개조 선박 우세
- 유럽보다 출발 늦은 기술 연구…화물창 맞춤 설계가 수주 성패 좌우
한화오션이 2026년 9월 말 날개형 돛 2기를 장착해 연료 소비를 최대 12% 줄이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건조해 미국 셰브론에 넘겼다. 사진=페이스북이미지 확대보기
한화오션이 2026년 9월 말 날개형 돛 2기를 장착해 연료 소비를 최대 12% 줄이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건조해 미국 셰브론에 넘겼다. 사진=페이스북
한화오션이 2026년 9월 말 날개형 돛 2기를 장착해 연료 소비를 최대 12% 줄이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건조해 미국 셰브론에 넘겼다.

그리스 해운전문지 헬레닉 쉬핑 뉴스는 2026년 10월 14일(현지시각) 한국 조선업계가 화물선을 넘어 액화천연가스 운반선과 컨테이너선으로 풍력 보조 추진 기술 적용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해사기구의 선박 탄소 배출 규제가 무거워지자, 한국 대형 조선사들은 선박 구조에 맞춘 풍력 추진 기술을 확보해 친환경 선박 수주 경쟁력을 다지는 경로에 들어섰다.

화물선에서 시작된 돛…컨테이너선과 가스선으로 확산


풍력보조추진장치는 갑판에 풍력 장치를 올려 주 엔진의 추진력을 돕는 보조 설비다. 배의 기본 엔진이나 연료 배관을 바꾸지 않고 갑판 위에 설치할 수 있어 새로 짓는 배는 물론 이미 운항 중인 배에도 두루 쓰인다.

그동안 이 장치는 갑판이 넓은 화물선 중심으로 쓰였다. 한국 선사 HMM은 브라질 광산업체 발레와 맺은 장기 계약에 따라 21만톤(t)급 화물선 8척을 발주했다. 우양상선도 같은 계약으로 4척을 주문했다.

건조되는 12척에는 원통이 돌며 바람을 받아 추진력을 만드는 로터세일 장치가 붙는다. 발레는 바람을 쓰면 배 한 척당 연료 소비를 최대 10%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발레는 2030년까지 풍력 보조 추진 선박을 20척으로 늘릴 방침이다.

화물을 실을 공간이 빽빽해 장치 설치가 까다로웠던 컨테이너선에도 길이 열렸다.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는 2026년 9월 초 영국 아네모이 마린 테크놀로지스와 협력해 8700티이유(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단위)급 컨테이너선에 길이 35미터(m), 지름 5미터 규격의 로터세일을 달았다. 컨테이너선에 로터세일을 설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형 상선 107척 운항…개조 방식이 신조 웃돌아


국제풍력선박협회 집계를 보면 2026년 6월 기준 풍력보조추진장치를 단 대형 상선은 모두 107척이다. 이 가운데 운항 중이던 배를 고쳐 장치를 올린 개조 선박은 61척이다. 설계 단계부터 반영해 새로 건조한 선박은 46척이다. 엔진을 교체하지 않고 얹을 수 있는 장점 덕에 개조 사례가 신조보다 15척 더 많다.
다만 갑판 위에 화물을 높이 쌓아야 하는 컨테이너선은 개조 작업이 상대적으로 까다롭다. 국제풍력선박협회는 보고서를 통해 컨테이너선은 갑판 공간 부족과 높은 작업 난도 탓에 다른 선종보다 보급 속도가 더디다고 짚었다.

한국 대형 조선사들은 기술 난도가 높은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한화오션은 일본 상선미쓰이와 공동 설계를 진행해 선박 배치에 맞춘 돛 탑재 방식을 정립했다. HD현대중공업도 2026년 9월 한국선급, 영국 바(BAR) 테크놀로지스와 손을 잡았다. 17만4000세제곱미터(㎥)급 액화천연가스 운반선에 날개 형태 돛인 윈드윙스를 적용하는 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유럽 대비 짧은 연구 이력…실증 데이터 축적이 숙제


한국 조선업계의 풍력 기술 도입은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 친환경 성능 격차를 벌리는 핵심 연결고리로 작동한다. 선주사들이 환경 규제를 통과하기 위해 최대 12%의 기름을 아끼는 풍력 장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가스 화물창 배치와 돛 구조물이 부딪치지 않는 엔지니어링 설계를 구축해 해외 전문업체들과 실증에 들어갔다. 다만 실선 인도 1척 외에 세부적인 장치 공급 단가와 계약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유럽에 비해 관련 연구개발 착수가 2~3년가량 늦어 현장 실증 경험이 적다는 점은 풀어야 할 과제다. 돛 장치 제작과 탑재 사례가 늘어나야 국내 기자재 공급망의 제조 단가를 낮추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앞으로 시장 성패는 바다로 나간 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의 실제 운항 연료 절감 수치와 핵심 장치 국산화 속도에 달렸다. 바다 위에서 검증된 수치가 쌓여야 글로벌 선주들의 후속 주문이 이어질 수 있다. 반면 국제 규제 적용 시점이 뒤로 밀리거나 장비 설치비 대비 실제 연료 절감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선사들의 풍력 장치 도입 수요가 주춤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