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선 1차 투표 패배 뒤 디지털 선거운동 전면 개편…20년 만에 최고 결선투표 참여율
마지막 TV 토론의 '아홉 손가락' 공방도 주목…청년·저소득층 결집
마지막 TV 토론의 '아홉 손가락' 공방도 주목…청년·저소득층 결집
이미지 확대보기지배적인 예상을 깨고 브라질 대통령선거에서 1차 투표 패배를 뒤집고 통산 4선에 성공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의 막판 선거운동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올해 80세의 룰라 대통령은 무엇보다 결선투표를 앞둔 3주 동안 소셜미디어 선거운동을 강화하고 소상공인과 청년층을 겨냥한 공약을 내놓으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룰라 측 정치인이 개설한 왓츠앱 채널은 팔로어가 약 1100만 명으로 늘어나면서 지지자들에게 선거운동 메시지와 행동 지침을 전달하는 통로로 활용됐다.
룰라 대통령이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각)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을 꺾고 승리한 배경에는 이같은 선거운동 전략의 변화가 있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 보도했다.
◇1차 투표 패배 후 3주…왓츠앱 채널 팔로어 1100만명
룰라 대통령은 지난 4일 실시된 대선 1차 투표에서 보우소나루 후보에게 약 2%포인트 차이로 뒤졌다.
당시 보우소나루 후보는 약 47%, 룰라 대통령은 약 45%를 득표했다. 어느 후보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두 사람은 결선투표에서 다시 맞붙었다.
결선투표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보우소나루 후보가 근소하게 앞서는 경우가 많았다.
FT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1차 투표 이후 기존 선거운동 방식을 수정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한 유권자 접촉을 확대했다.
젊은 유권자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변화였다.
온라인 선거운동에서 핵심 역할을 맡은 인물은 룰라 대통령과 협력 관계에 있는 다른 정당 소속의 안드레 자노네스 의원이었다.
자노네스 의원은 룰라 대통령을 지지하는 왓츠앱 채널을 개설했고 팔로어는 약 1100만 명으로 늘어났다.
그는 채널을 '룰라의 군대'라고 부르며 지지자들에게 짧은 격려 메시지와 선거운동 지침을 지속적으로 전달했다.
군사적 표현을 활용해 자신을 장군, 룰라 대통령을 원수라고 부르기도 했다.
FT는 “자노네스 의원의 적극적이고 파격적인 선거운동 방식이 활력을 잃었던 룰라 캠프에 긴박감을 불어넣었다는 평가가 지지자들 사이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마지막 TV 토론서 '아홉 손가락' 공방…노동자 출신 이력 재조명
결선투표를 이틀 앞둔 23일 열린 마지막 TV 토론도 선거 막판의 주요 장면으로 주목받았다.
45세의 보우소나루 후보는 토론 도중 룰라 대통령을 '아홉 손가락'이라고 불렀다.
이는 룰라 대통령이 젊은 시절 상파울루의 금속가공 공장에서 일하다 사고로 손가락 하나를 잃은 일을 조롱하는 표현이다.
FT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토론 초반 진행 방식에 혼란을 보이거나 상대 후보의 자신감 있는 태도에 불편한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후보의 발언이 나온 뒤에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언급했다.
룰라 대통령은 "나는 미성년자였고 밤에 일해야 했다. 일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잣집 도련님이 나를 아홉 손가락이라고 부르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반박했다.
이 장면은 주말 동안 인터넷에서 널리 공유됐다.
경영자문회사 테네오의 마리우 마르코니니 이사는 이 장면이 룰라 대통령의 경험과 사회적 인식을 상대 후보와 대비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룰라 대통령이 과거의 삶을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성장 과정과 노동 경험을 유권자들에게 다시 상기시킬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FT는 해당 장면이 실제 투표 결과를 얼마나 바꿨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마지막 토론 이전의 여론조사에서 보우소나루 후보는 평균 약 2%포인트 앞섰지만 결선투표에서는 룰라 대통령이 약 3.5%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
◇20년 만에 최고 결선투표 참여율…기권층 공략 효과 주목
룰라 캠프가 선거 막판 집중적으로 공략한 대상 가운데 하나는 1차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던 유권자들이었다.
브라질에서는 저학력층과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투표 불참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으며 이들 가운데 룰라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유권자가 많다는 분석이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결선투표를 앞두고도 룰라 캠프의 디지털 선거운동이 실제 투표 참여 확대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결선투표에서는 20년 만에 가장 높은 투표 참여율이 기록됐다.
FT는 룰라 캠프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지층의 참여를 독려한 전략이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브라질 아마조나스주 마나우스에서 아들과 함께 상파울루의 승리 축하 행사에 참석한 앙젤리카 얀센(53)은 자노네스 의원의 역할을 강조했다.
얀센은 1차 투표 결과가 나온 뒤 패배했다고 생각했지만 자노네스 의원이 등장한 이후 다시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투표 참여율 상승의 원인을 특정 온라인 선거운동 하나로 단정할 수는 없다.
◇소상공인 채무 경감 공약…자영업 희망 노동자층도 공략
룰라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선거운동과 함께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는 공약도 확대했다.
FT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결선투표를 앞두고 소상공인을 위한 채무 경감 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직접 사업체를 운영하거나 창업을 희망하는 젊은 유권자들과의 접점을 넓히는 데 주력했다.
룰라 캠프 참모들은 보우소나루 후보가 자영업을 희망하는 노동자층에서 상당한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보우소나루 후보는 기업가정신과 창업에 대한 관심을 반영해 별도의 번영부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룰라 대통령은 저소득층 복지정책을 강조하는 기존 선거운동에 더해 소규모 사업체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FT는 이같은 공약이 자영업과 창업에 관심이 높은 노동자층을 겨냥한 선거운동 전략의 일부였다고 전했다.
◇보우소나루 가문의 정치적 부담도 변수
룰라 대통령은 결선투표 기간 상대 후보와 보우소나루 가문의 정치적 문제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후보의 아버지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22년 대선에서 룰라 대통령에게 패배한 뒤 군사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룰라 대통령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 사건을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또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후보가 리우데자네이루의 조직범죄 관련 인물들과 연관돼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보우소나루 후보는 이러한 조직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주장을 계속 부인해 왔다.
FT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후보와 일부 지지자들이 1차 투표 이후 승리를 낙관적으로 받아들인 점도 선거 과정에서 논란이 됐다.
일부 측근들은 결선투표가 끝나기도 전에 차기 정부의 장관 인선을 논의하기도 했다.
보우소나루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검증이 강화되면서 일부가 대통령직 수행에 대한 판단을 다시 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좌파 정부에서 대통령 공보비서관을 지낸 정치 컨설턴트 토마스 트라우만은 이번 결과가 룰라 대통령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의 승리라기보다 보우소나루 정치세력에 대한 거부감이 드러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정 정당의 조직 없이도 보우소나루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유권자들이 결집했다고 평가했다.
◇룰라 4선 확정…역전승 이끈 선거운동 변화 주목
브라질 고등선거재판소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이번 결선투표에서 유효투표의 약 51.8%를 얻어 약 48.2%에 그친 보우소나루 후보를 제쳤다.
룰라 대통령은 1차 투표에서 패배하고도 결선투표에서 승리하면서 통산 네 번째 대통령 임기를 확보했다.
특히 기존의 선거운동 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디지털 소통을 강화하며 경제적 지원 공약을 확대했던 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FT는 막판 TV 토론에서 부각된 룰라 대통령의 노동자 출신 이력과 왓츠앱을 통한 지지층 결집, 높은 투표 참여율 등이 결선투표에서의 역전승을 이해하는 주요 요소라고 분석했다.
다만 어느 한 가지 전략이 선거 결과를 결정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FT는 “TV 토론에서의 공방, 소셜미디어를 통한 젊은 유권자 공략, 소상공인 부채 경감 등 경제 지원책, 보우소나루 후보에 대한 공세가 맞물리면서 룰라 대통령이 1차 투표의 열세를 뒤집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