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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모터 거인' 니덱의 회계 부정 쇼크, 상장폐지 위기 속 지배구조 대수술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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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모터 거인' 니덱의 회계 부정 쇼크, 상장폐지 위기 속 지배구조 대수술 직면

5,646억 엔 사상 최대 순손실… 감사인 PwC 日 '의견 거절'로 도쿄거래소 특설주의종목 지정
행동주의 펀드 오아시스, 지분 9% 확보해 최대주주 등극… 경영진에 '상장폐지(민영화)' 압박
창업자 나가모리 회장 등 전직 임원에 276억 엔 손배 청구… 자회사 절반 축소·사모펀드 매각 착수
니덱 주식회사의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니덱 주식회사의 로고. 사진=로이터
'일본의 모터 왕'으로 불리며 50년간 정밀 모터 산업을 호령해 온 일본 니덱(Nidec·옛 일본전산)이 창립자의 제왕적 억압 경영과 자회사 전반에 걸친 대규모 분식회계 스캔들로 상장폐지 기로에 내몰렸다.

창립자 나가모리 시게노부(永守重信·82) 회장의 가혹한 실적 압박이 낳은 회계 부정으로 5,000억 엔이 넘는 기록적인 적자를 낸 가운데, 홍콩계 행동주의 펀드가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상장폐지를 통한 비공개화(민영화)와 이사회 전면 쇄신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11월 4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에 따르면, 50년 정밀제조 역량을 자랑하던 시가총액 2조 엔(약 18조 원) 규모의 대기업 니덱이 외부 지원 없이는 자력 재건이 불가능하다는 시장의 회의론에 직면했다.

"미달자는 S급 전범" 창업자의 폭주… 5,646억 엔 적자에 감사인 '의견 거절'


1973년 교토의 조립식 창고에서 단 4명으로 출발한 니덱은 PC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용 스핀들 모터 세계 1위를 발판 삼아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거치며 가전, 전기차(EV), 산업기계를 아우르는 글로벌 모터 제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무리한 EV 구동모터 확장 실패와 중국 시장 내 경쟁 격화, 그리고 창업자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된 경직된 지배구조가 결국 파국을 불렀다.

조사 결과, 나가모리 회장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자회사 관리자들을 'S급 전범'으로 낙인찍고 해고 위협을 가하는 등 극단적인 실적 압박을 가해왔다. 이로 인해 수많은 자회사가 수년에 걸쳐 조직적으로 허위 재무제표를 본사에 보고하는 광범위한 회계 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사태의 여파로 니덱은 2026년 3월기 결산에서 무려 5,646억 엔(약 5조 1,000억 원)의 사상 최대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중 자회사 부실과 사업 축소에 따른 감액 손실만 6,321억 엔에 달했다.

감사인인 PwC 일본은 증거 부족과 미해결 부정 의혹을 이유로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의견 표명 면책)'을 결정했다.

도쿄증권거래소(TSE)는 즉각 니덱을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이 요구되는 '특설주의 시장종목(특별 경보 상태)'으로 지정했으며, 통제 시스템이 부적합하다고 최종 판단될 경우 주식 시장에서 강제 퇴출(상장폐지)될 위기에 놓였다.

행동주의 오아시스, 9%로 최대주주 올라… "민영화로 새판 짜야"


경영 공백과 주가 폭락을 틈타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도 최고조에 달했다.

홍콩계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오아시스 매니지먼트(Oasis Management)는 최근 지분율을 9%까지 끌어올리며 니덱의 단일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세스 피셔(Seth Fischer) 오아시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닛케이 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니덱의 모터 엔지니어링 기술과 데이터센터 냉각, 발전기 등 AI 인프라 부품 경쟁력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문제는 나가모리 1인의 독재적 지배구조였다"고 직격했다.

피셔 CIO는 경영진과의 연쇄 회동을 통해 외국인 사외이사 영입과 지명위원회 강화를 촉구하는 한편, 상장 유지에 얽매이지 말고 사모펀드(PEF)와 손잡고 자진 상장폐지(민영화)를 단행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과거 2조 엔 규모로 상장폐지를 단행해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도시바(Toshiba)의 전례처럼, 단기 실적 압박과 증시 규제에서 벗어나 비공개 상태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과감하게 도려내는 수술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피셔는 사측이 전향적인 쇄신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하겠다고 경고했다.

전직 임원에 276억 엔 손배 청구… '창업자 흔적 지우기' 나선 신임 경영진


코너에 몰린 니덱 이사회는 창업자와의 단절을 선언하며 배수진을 쳤다.

회사는 지난 10월 27일, 나가모리 창립자와 전임 CEO 등 전직 임원 8명을 상대로 선관주의 의무 위반에 따른 276억 엔(약 2,50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술 총괄(CTO) 출신으로 새로 지휘봉을 잡은 카이다 미치오(海田道男) 신임 사장 겸 CEO는 기자회견에서 "과거의 지배 방식으로 돌아갈 생각은 전혀 없다"며 독립경영을 선언했다.

니덱은 생존을 위해 현재 353개에 달하는 거대 그룹 자회사를 160~180개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통폐합하는 고강도 다이어트에 착수했다.

이미 10월 중 전자부품 자회사를 미국계 사모펀드 칼라일에 약 1,030억 엔에 매각하기로 합의하는 등 비핵심 자산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의 실패한 전기차 완제품 모터 대신, 자사 점유율이 60%에 달하는 정밀 기어 절삭 공작기계와 AI 데이터센터용 냉각분배장치(CDU), 산업용 알터네이터(발전기) 등 고수익 B2B 인프라 사업으로 역량을 집중한다는 복안이다.

"기술력은 건재하나 부채·신뢰 회복이 관건"… 日 기업 거버넌스 시험대


글로벌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니덱의 위기가 일본 제조업 특유의 카리스마형 창업주 경영이 한계에 봉착했을 때 나타나는 '거버넌스 실패의 축소판'이라고 입을 모은다.

모닝스타의 이토 카즈노리 이사는 "창업자 1인의 강력한 드라이브로 급성장한 기업일수록 자회사 간의 칸막이(사일로)가 심하고 전사적 내부 통제가 마비되기 쉽다"며 "단순히 지분을 매각하고 주인을 바꾼다고 해서 실적이 저절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며, 재무제표의 투명성과 독립적인 이사회 기능이 확립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권 시장의 우려도 깊다.

미즈호증권의 코에타카 켄고 신용 분석가는 "니덱 경영진이 거래소 상장 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지만, 행동주의 펀드의 압박으로 대규모 차입형 매수(LBO) 방식의 민영화가 추진될 경우 막대한 부채가 전가돼 기업 신용도와 채권자에게는 상당한 악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도쿄증권거래소의 심사 결과에 따라 11월 이후 니덱의 운명이 가려질 것"이라며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일본 간판 제조업체가 창업자의 그늘을 벗겨내고 외부 자본의 개입을 통해 환골탈태할 수 있을지 전 세계 금융권이 주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