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코노믹 이재경 기자] 지난주 중복이 지나고 이제 말복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여름철에 즐겨 찾는 음식의 이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식당에 걸려있는 차림표를 보면 어느 식당은 ‘육계장’, 또 어느 식당은 ‘육개장’으로 써있어 어느 것이 표준어인지 한 번쯤은 혼란스러움을 느껴보셨을 것입니다.
한자 닭 계(鷄)자가 들어간 육계장(肉鷄醬)이 맞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으나 '육개장'이 표준어입니다.
'육개장'을 알기 위해서는 ‘개장’의 의미부터 살펴보아야 합니다. '개장'은 '개장국'의 준말입니다. '개장국'은 개고기에 토란, 깻잎, 대파 등 갖은 양념을 넣어 얼큰하게 끓여낸 보양식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예부터 삼복더위 때 몸을 보하기 위해 이 '개장국'을 즐겨 먹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개고기를 싫어하는 사람을 위해 개고기 대신 쇠고기를 넣고 끓인 것이 '육개장'입니다. ‘개장’에 쇠고기를 뜻하는 고기 육(肉)자를 붙여 ‘육개장’이란 단어가 생겨난 거지요. 옛날에 사대부 집안에서는 '개장국' 대신 쇠고기를 원료로 한 '육개장'을 끓여 먹었다고 합니다.
원료로 개고기가 들어가면 ‘개장국’, 쇠고기가 들어가면 ‘육개장’이라고 하는 거죠.
현대에 와서 개장국은 ‘개’란 이미지가 좋지 않아 주로 ‘보신탕’이라고 부릅니다. 또 철을 가리지 않고 일 년 내내 먹는다며 ‘사철탕’이라고도 하나 이는 표준어가 아닙니다.
그러면 닭고기가 들어간 탕 음식은 무어라 부를까요?
‘닭곰탕’이라고 합니다. 닭을 고아 살을 뜯어 양념한 다음 다시 닭국물에 넣어 끓인, 좀 싱겁게 만든 탕이죠. 이와 비슷한 음식으로 ‘닭국’도 있는데, 이는 닭고기와 무 조각을 함께 넣어 끓인 맑은 장국으로 ‘계탕(鷄湯)’이라고 합니다. 삼(蔘)을 넣은 보양식은 ‘삼계탕’이라고 하고요. 그리고 쇠고기 대신 푹 고아낸 닭고기를 쭉쭉 찢어 '육개장'처럼 얼큰하게 끓이면 ‘닭개장’이라고 합니다. '닭계장'으로 잘못 알고 있는 이도 있는데 닭고기로 만든 '육개장'이므로 '닭개장'이 표준어입니다.
이처럼 닭고기를 원료로 하는 음식에는 조리법에 따라 ‘닭곰탕’ ‘닭국(계탕)’ ‘계삼탕=삼계탕’ ‘닭개장’ ‘닭백숙’ 등 다양합니다.
닭고기 음식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게 있죠. 바로 ‘닭볶음탕’입니다. '닭볶음탕'은 식사로도 많이 애용하지만 얼큰한 맛 때문에 술안주로도 잘 어울려 애주가 분들이 즐겨 찾는 요리입니다. 흔히 ‘닭도리탕’이라고 하나 '닭볶음탕'이 표준어입니다.
'닭도리탕'은 일본어 ‘도리’가 들어간 말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도리’는 새 조(鳥)자의 일본어 발음인데 새나 닭을 뜻합니다. 화투 놀이 고스톱의 약(約) 가운데 ‘고도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역시 도리가 들어간 일본말입니다. 화투짝 매조(한 마리), 흑싸리(한 마리), 공산(세 마리) 석 장에 모두 다섯 마리의 새가 그려져 있다고 해서 일본어로 고도리, 한자로는 五鳥라고 부릅니다.
일본어 '도리'와 결합한 '닭도리탕'은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닭+닭(도리)+탕(湯)’이 되어 중복어가 됩니다. '닭도리탕'을 우리말로 순화한 것이 바로 '닭볶음탕'입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겠지만 '닭볶음탕'도 자주 쓰다보면 익숙해질 겁니다.
이재경 기자 bubmu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