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람이 분다. 가온은 대나무를 타고 내려오는 듯한 무사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녀는 고구려 무사의 기개를 느끼게 하지만 마음은 따스하다. 자신에게 엄격하고, 밖으로는 부드럽지만, 물러서지 않는 집념과 자연에 대한 사랑은 지극하다. 푸른 기운이 감도는 산야는 그녀의 무한 도량이다. 모두를 감싸고 사랑함은 경기검무를 가꾸고 일굴 천생의 품성으로 읽힌다.
경기검무로 한류스타가 될 김가온(金佳溫, KIM GA ON)은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용암처럼 달아올랐던 뜨거운 정묘년의 한 가운데인 칠월 하순, 아버지 김마니와 어머니 정문자 사이의 두 딸 중 장녀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현장과 연구로 바쁜 그녀는 서울국악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과와 세종대 석·박사 통합과정을 거쳐 세종대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운정무용단(단원·조교, 2006~ ), 경기검무보존회(조교 2011~ ), 세종대학교(졸업작품강사, 2014~2016), 한림연예고(프로페셔널퍼포먼스 강사, 2015~ ), 한양대 사회교육원(한국무용강사, 2016~ )에 걸쳐 있는 가온은 절제된 수련의 극대화, 규격적 경기검무 생산, 규칙적 일상의 체계화를 통해 시간을 절약하면서 일을 처리하는 지혜를 터득하고 있다.
유년시절부터 인형놀이보다는 밖에서 활동하는 걸 좋아했던 가온은 달리기, 자전거 타기, 줄넘기, 고무줄놀이, 축구, 람보 놀이 등 몸으로 하는 모든 운동을 다 좋아했다. 이런 활달함을 높이 산 고모 김근희 선생의 추천으로 초등학교 2학년 때 무용을 처음으로 시작하게 된다. 발레, 현대무용을 거쳐 한국무용 공연에 깊은 감명을 받고 한국무용을 전공으로 삼게 된다.
경기도립무용단의 <콩쥐팥쥐>(1998), <흥부와 놀부>(1999) 두 작품은 초등학생인 가온을 온몸에 털이 서고 소름이 끼칠 정도로 감동시켰고 한국무용을 전공하는 계기가 되었다. 성인이 되어 국립극장(해오름)에서 국립무용단의 인간 내면 깊숙이 자리한 그리움의 정서를 모티브로 한 는 실험적인 움직임과 재즈음악과의 만남으로 그녀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무용수들의 등・퇴장이 오버랩 되면서 춤이 끝날 듯 끝나지 않고 멈출 듯 멈추지 않고 긴장감을 유지하며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공연은 그녀에게 인상 깊은 공연으로 각인되었다.
가온은 대표작 창작무용 <연어의 꿈>을 발표했다. 연어의 회귀본능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조금씩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그녀가 거쳐 온 스승들은 김장우(서울국악예고, 현 전통예고), 양성옥(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원 무용과), 양선희(세종대학교 대학원 무용과 교수), 김근희(경기도 무형문화재 제53호 경기검무보유자)를 꼽을 수 있다.
쓸데없는 주변의 걱정에 한때 상처 그래도 흔들리지 않고 연습에 집중 공연장 잘 갖춘 무용학교 설립이 꿈
큰 스승들에 견주어보면 가온은 아직 작은 새가 날개 짓을 하는 단계이다. 예술이라는 험난한 길을 선택한 것이 후회될 때도 많았다. 그녀를 슬프게 하는 것들은 ‘춤춰서 돈은 되니? 누가 한국무용 알아주니? 무용과 나와서 뭐하니? 전통무용 재미없어’ 같은 주변인들의 쓸데없는 걱정과 말들이다. 사소한 말들이 가온에게 깊은 상처가 된 순간들이 크게 세 번이나 있었다.
가온의 성격상 포기는 있을 수 없는 일, 누가 뭐래도 흔들림 없이 묵묵히 자신의 일만 신경 쓰면서 끈기와 인내심으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가온은 서울국악예고 예술제에서 <명성황후>의 주인공을 맡았고, 학업에 전념하다가 보니 많은 수상실적은 없지만 세종대학교 박사과정 시절 안산무용협회 주최의 별망성 전국무용경연대회(2012. 09. 22)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가온은 연습을 제일 중시한다. 자신의 춤이 완벽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세, 시선, 호흡, 표정 연습을 늘 실전처럼 연습하고 있다. 그녀는 춤 관련 영화들은 거의 다 챙겨보는 편이고 음악은 영화나 드라마의 OST, 해금, 가야금, 창, 판소리, 등에도 관심이 많아 연주리스트에 꼭 옮겨 놓는다. 퓨전음악도 자주 들으며 후일의 작품 창작에 대비한다.
모든 예술가들의 공통적 고민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어린 나이에는 남에게 의존하고 기대면서 돈을 좇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법이다. 가온은 그런 예술가가 되고 싶지 않았다. 눈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도 묵묵히 제 갈 길을 가면서 밟혀도 다시 일어서는 뿌리 깊은 잡초처럼 열정과 노력으로 언젠가 자신의 자리를 빛낼 생각으로 목표를 향해 일직선으로 걸어가고 있다.
그녀의 앞으로의 커다란 꿈 두 가지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대중적 한국무용 작품을 만드는 것과 체계적 무용수업만 하며 조기교육으로 어렸을 때부터 무용을 가르치고 성장시켜 유명한 무용가를 배출해 내는 무용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무용의 역사와 교육을 기본으로 수업하고 당연히 발레, 현대무용도 배우면서 연습실과 공연장이 많은 그런 학교를 설립하는 것이다.
어렸을 때, 연습실이 부족해서 자리를 맡기 힘들었던 기억이 이런 상상을 만들었나보다. 그녀는 언젠가 한국무용이 다시 전성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믿는다. 요즈음 그녀는 경기검무 수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경기검무보존회가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면서 우리 춤의 전통과 문화를 향유하기 위해 ‘운정의 풍류와 사색’이라는 주제로 구리시 샛다리 춤터에서 공연장을 만들어서 더욱 바쁘다.
김가온, 층이 두텁고 인고의 세월을 요하는 경기검무 분야에서 없어서는 안 될 기량을 보여주는 소중한 존재이다. 그녀는 직조된 것이 아니고 탄생된 것이다. 빛을 받은 명랑한 얼굴에 조화롭게 연결되는 몸 선은 궁중정재의 품격과 대중예술의 연희성을 동시에 표현해 내는데 적합하다. 짓과 사위의 수준 높은 연행(演行)과 경기검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로 우리의 전통춤이 한류 브랜드 가치로 부각되고 춤 연기자 가온이 한류스타로서 뜨거운 환영을 받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