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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반독점 소송 '1심 승리'..."美 법규, 시대 뒤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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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반독점 소송 '1심 승리'..."美 법규, 시대 뒤떨어졌다"

브루킹스연구소 보고서. 사진=브루킹스연구소이미지 확대보기
브루킹스연구소 보고서. 사진=브루킹스연구소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 1심 법원이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은 페이스북의 소송 기각 요청을 받아들인다고 지난 28일(현지시간) 밝혔다.

FTC와 미국 46개주 검찰총장이 지난해 12월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제기한 반독점 소송이 일단 페이스북의 승리로 끝난 것. 페이스북은 이번 소송을 기각해줄 것을 지난 3월 법원에 요청한 바 있다.

미 연방법원이 기각 결정을 내린 이유는 페이스북이 독점적 지위를 악용해 공정한 시장질서를 해치고 있다는 FTC의 주장은 법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

그러나 이번 결정은 첨단 기술에 기반한 IT기업을 다스리기에는 미국의 현행 반독점 관련 법규가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곳은 미국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싱크탱크로 꼽히는 브루킹스연구소.

◇현행 반독점 법규의 한계


브루킹스연구소는 29일(현지시간) 펴낸 보고서에서 “이번 판결은 디지털 기업에 대한 미국의 반독점 법률이 소비자를 보호하고 불공정한 경쟁을 막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아울러 규제 일변도의 반독점 정책을 만병통치약으로 여기는 접근 방법을 재검토할 때”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그 근거로 △미국 정부가 현재 IT 기업들을 상대로 펴고 있는 반독점 규제 정책은 과거 퇴행적이고 사후 약방문에 가깝다는 점 △IT 업계에 대한 반독점 규제가 업계 전반의 행동양식을 전체적으로 변화시키는데 초점을 두기보다는 구체적인 사건에만 매달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 △지난 40년간 법원이 보수적인 판결로, 기업을 감싸는 판결로 시장질서를 세우는 일을 더디게 하고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는 점을 들었다.

특히 법원의 판결 추세와 관련해서는 실제로 거대 기업을 상대로 제기된 반독점 소송에서 미국 정부가 승리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배경들이 어우러진 결과 공정한 시장질서를 위한 미국 정부의 반독점 규제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게 브루킹스의 진단이다.

◇사후 약방문


반독점 규제 법규의 핵심은 시장 독점적인 지위를 지속적으로 악용하는 것을 막는데 있다. 문제는 지속적인지 여부를 확인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

FTC가 소송을 제기한 이유로 페이스북이 지난 2012년 인스타그램을, 2014년 왓츠앱을 인수한 것은 경쟁 상대가 될 만한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싹을 잘라버리는 시장독점 전략이었다고 주장한 것이 뒷북을 친 것으로 지적되는 이유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구체적인 반독점 증거를 확보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지만 페이스북 입장에섲는 잘 나가던 두 스타트업을 흡수한 뒤 지금까지 시장지배적인 지위를 충분히 누리고도 남은 상황이라는 것.

◇가이드라인 제시 못하는 정부


현행 반독점 법규가 소비자 보호보다는 불공정 경쟁 차단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FTC가 문제 삼은 페이스북을 비롯한 IT 대기업들이 고객이나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도용하고 이를 통해 이익을 취하고 있는 것을 구멍 투성이의 현행 반독점 법률로는 다스릴 방법이 없다는 것.

특히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마구 유통되고 있는 가짜뉴스에 대응하는 문제는 반독점 규제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는 사안 자체가 아니라는 지적도 아울러 나오고 있다.

규제 당국이 뚜렷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다보니 IT 기업들이 알아서 내부 지침이나 규정을 만들어 시행하는 경우도 있으나 공정한 시장경쟁과 소비자 보호라는 공익을 기업의 존재 이유인 영리 추구보다 앞세울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곤란하다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IT업계 전담 규제당국 설치 필요성


브루킹스연구소가 현행 반독점 규제 시스템은 한계에 봉착했다며 대안으로 제시하는 방안은 IT업계의 공정한 시장경쟁을 전문적으로 도모하는, IT기업의 행동규범을 제시할 수 있는 연방 규제기관을 신설하되 기존 반독점 규제 체계에서 독립시켜 운영하는 것.

보고서는 “페이스북을 비롯한 일단의 플랫폼 기업들이 현재의 독점적 지위를 누리게 된 것은 우리 모두는 잘 몰랐지만 진작부터 자신들이 창조하고 있는 디지털 산업이 기존 산업과 많이 다르다는 점을 간파했기 때문”이라면서 “발 빠르게 움직이는 IT업계를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기존 관념에서 벗어나 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디지털 산업 전문 규제당국을 신설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