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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파키스탄 사업가에 1억달러 사기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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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파키스탄 사업가에 1억달러 사기당해

아리프 나크비 아브라아즈그룹 창업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아리프 나크비 아브라아즈그룹 창업자. 사진=로이터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를 비롯한 세계적인 부호와 유명 인사들이 파키스탄의 잘 나가는 사업가의 사기 행각에 놀아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사기극의 주인공은 파키스탄이 자랑하는 글로벌 사모투자업체 아브라아즈그룹의 아리크 나크비 창업자. 이같은 사실을 폭로한 인물은 사이먼 클라크 월스트리트저널(WSJ) 영국 런던 특파원과 윌 라우치 전 WSJ 기자.

클라크와 라우치에 따르면 나크비의 사기에 이용된 유명인은 게이츠 MS 창업자 외에 로이드 블랭크파인 전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등 한둘이 아니다.

◇WSJ 전·현직 기자들이 폭로


21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따르면 이같은 사실은 클라크와 라우치가 최근 펴낸 ‘키맨: 세계적인 엘리트들이 자본주의 요청에 사기 당한 스토리’라는 책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나크비가 부리던 직원의 폭로를 통해 드러났다.

나크비는 영국의 유명한 런던정경대(LSE)를 졸업해 자수성가한 기업인으로 지난 2002년 사모투자회사 아브라아즈그룹를 창업했다. 창업 10여년 만에 회사를 세계 20여곳에 거점을 둔 글로벌 기업으로 키웠다. 지난 2014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판 맥도날드’로 통하는 패스트푸드 체임전 쿠두(KUDU)를 인수해 경제계에 화제를 몰기도 한 인물이다.

그러나 이 책에 따르면 그는 회사 자금에서 7억8000만달러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고 이 가운데 3억8500만달러는 사용처가 불분명해 미국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지난 2019년 4월 영국에서 체포됐고 현재 미국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사모펀드업체와 관련된 사상 최대 규모의 사기극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는 그의 죄가 인정될 경우 291년의 초장기 징역형이 예상되고 있다.

◇자선활동가


나크비는 언론의 주목을 받는 화려한 자선사업을 이용해 사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확장시킨 의혹을 받고 있다.

클라크와 라우치에 따르면 나크비는 존스홉킨스대학과 자신이 졸업한 LSE를 비롯한 세계 유명 대학에 수백만 달러 규모의 기부금을 쾌척하는 활동을 펼쳐왔다.
아울러 세계 최대 자선단체를 설립해 운영하는 빌 게이츠와 최근 이혼한 부인 멜린다 게이츠를 롤 모델로 내세운 ‘아만재단’이라는 자선단체를 직접 차려 파키스탄에서 본격적인 자선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그의 자선활동에 관심을 보인 투자자들을 만나기 위해 전세계 곳곳을 누비면서 항상 초호화 전세 제트기와 요트를 이용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2007년에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중동의 비벌리힐즈’로 유명한 부촌 에미리츠힐즈에 초초화 맨션을 사들이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그가 게이츠 MS 창업자를 비롯한 세계적인 부호들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다보스 포럼을 비롯한 유명 국제행사에 출입하면서부터.

책에 따르면 특히 게이츠는 지난 2012년 나비크의 집을 찾아가 만날 정도로 친근해졌다. 게이츠는 주로 자선사업과 관련한 문제로 나크비와 종종 접촉했고 실제로 파키스탄에서 자선사업을 함께 진행하기도 했다.

클라크와 라우치는 “게이츠는 나비크만큼 자선사업을 함께 하기에 가장 좋은 사람은 없다고 본 것 같다”면서 “돈 많고 가난한 사람들을 챙기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나비크는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일으킨 세계 대부호들의 사회환원 운동인 ‘더기방플레지’에도 가입한 유일한 파키스탄 사람이다.

게이츠가 그를 얼마나 신뢰했는지는 빌앤멜린게이츠재단을 통해 1억달러에 달하는 거금을 나크비가 추진한다는 신흥시장 의료 관련 사업에 투자한 사실에서 잘 나타난다. 게이츠가 대규모 투자를 한 것에 영향을 받은 다른 투자자들도 몰려 나크비는 9억달러를 추가로 챙길 수 있었다고 한다.

◇사기꾼의 결말


그러나 나크비의 말과 행동은 달랐다. 나크비는 회사 직원들도 모르는 용처로 자금을 빼돌리기 시작했다.

클라크와 라우치는 “아브라아즈그룹은 전세계 조세 회피처에만 300여개의 페이퍼컴퍼니를 두고 자금을 굴려온 회사”라면서 “법적으로 은행에 수백만달러를 예치하도록 돼 있지만 그는 이 마저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겉으로는 자선활동가였지만 실제로는 개인 치부에 몰두한 사기꾼이었다는 것.

투자를 받은 사업을 제대로 진행시키지는 않고 계속 추가 투자를 요청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측이 조사를 벌이기 시작해 사기꾼일 가능성을 확인했고 상당수 투자자들도 뒤늦게 투자금을 회수하려 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되찾아올 자금이 나크비의 회사에는 거의 없었다는 것.

클라크와 라우치는 “나크비가 그많은 돈을 차라리 높은 빌딩에서 뿌렸다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