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HD현대 연합, 현대차 수소 인프라 결합한 초대형 절충교역 제안…"단순 무기 수출 넘어선 경제 동맹"
실물 없는 독일 '페이퍼 함정' vs 당장 인도 가능한 한국 'KSS-III'…6월 최종 승자 발표 앞두고 외교전 최고조
실물 없는 독일 '페이퍼 함정' vs 당장 인도 가능한 한국 'KSS-III'…6월 최종 승자 발표 앞두고 외교전 최고조
이미지 확대보기현대 방위산업 시장에서 단순한 무기 제원 비교만으로 승패가 갈리던 시대는 막을 내렸다. 수십조 원의 세금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 사업인 만큼, 도입국은 자국 산업을 부흥시킬 파격적인 경제적 반대급부(절충교역)를 요구하고 있다. 최대 12척, 약 200억~240억 캐나다 달러(약 20조~24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캐나다 해군의 차기 잠수함 순찰 사업(CPSP)을 두고 한국과 독일이 벌이는 진검승부가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 방산업계가 잠수함이라는 하드웨어에 '수소 인프라 구축'이라는 거대한 산업 패키지를 묶어 북미 시장의 견고한 장벽을 허물려 시도하고 있다.
24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과 캐나다 현지 방산 동향을 종합하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을 필두로 한 '팀 코리아'는 최근 캐나다 정부에 잠수함 건조와 연계한 대규모 수소 연료전지 인프라 구축 계획을 전격 제안했다. 이는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스(TKMS)가 내세우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 간의 작전 호환성이라는 무형의 이점을, 막대한 실물 경제 투자로 압도하겠다는 전략적 포석으로 읽힌다.
수소 철도부터 철강 투자까지…'쩐의 전쟁' 방불케 하는 절충교역
이번 수주전의 핵심 승부처는 단연 절충교역의 규모와 질이다. 한화오션 측이 캐나다 정부에 브리핑한 내용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과 연계하여 캐나다 북부 지역에 3~4개의 '수소 네트워크 회랑(Network Corridors)'을 조성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광활한 영토를 가진 캐나다의 지리적 특성에 맞춰 장거리 운행에 유리하고 탄소 배출이 없는 수소 연료전지를 철도와 대형 트럭 등 주요 육상 운송망에 이식하겠다는 파격적인 구상이다.
이미지 확대보기나아가 한화 측은 승전고를 울릴 경우 캐나다 현지 기업들과 약 15건의 업무협약(MOU)을 가동해 전방위적인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온타리오주 해밀턴에 조선 훈련 허브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현지 철강업체인 알고마 스틸(Algoma Steel)의 철강 빔 공장 신설에 최대 3억4500만 캐나다 달러를 투입하는 방안이 이미 확약된 상태다. 향후 항공우주, 광업, 천연가스 분야에 이르기까지 추가적인 투자 보따리가 대기하고 있다.
글렌 코플랜드 한화디펜스 캐나다 최고경영자(CEO)는 이 제안이 실현될 경우 트럭이나 기차 등 캐나다의 주요 교통 회랑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단순한 잠수함 프로그램이 아니라 한국과 캐나다 간의 광범위한 인도·태평양 무역 관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전 검증 끝난 KSS-III vs 아직 도면 위에 있는 Type 212CD
성공적인 수주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기둥은 함정 자체의 신뢰성과 즉시 전력화 능력이다. 현재 경쟁사인 독일 TKMS의 Type 212CD 파생형 모델은 독일과 노르웨이 해군을 위해 첫 함정이 이제 막 건조에 들어간 상태다. 즉, 성능이 온전히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설계안이라는 한계가 뚜렷하다.
반면 한국의 KSS-III(도산안창호급)는 이미 한국 해군에서 실전 운용되며 태평양과 대서양을 아우르는 대양 작전 능력을 완벽하게 입증했다. 코플랜드 CEO는 KSS-III에 대해 "직접 걸어 들어가 만져보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준비된 전력"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국 측 제안대로라면 2032년에 초도함을 인도하고 2035년까지 4척, 2042년까지 전체 12척의 인도를 모두 마칠 수 있다. 노후화된 빅토리아급 잠수함의 잦은 고장으로 전력 공백에 시달리는 캐나다 해군으로서는 가장 매력적인 조건이다.
국내 방산업계 고위 관계자는 "독일이 나토 국가라는 정치적 이점을 앞세우고 있지만, 북미의 혹한과 거친 파도를 견뎌야 하는 캐나다 해군의 작전요구조건(ROC)에는 선체가 크고 잠항 능력이 긴 한국의 KSS-III가 훨씬 부합한다"며 "여기에 기술 완전 이전과 독자적인 정비창 구축까지 보장한 만큼 하드웨어 경쟁력은 이미 판정승을 거둔 상태"라고 귀띔했다.
외교전 총력…파이브 아이즈 진입의 역사적 분수령
양국 정부 차원의 외교 및 안보 밀착 행보도 속도를 내고 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25년 10월 경주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안보·국방 협력 강화를 약속한 데 이어, 이번 주에는 양국의 외교·국방 장관이 오타와에 모여 '군사 정보보호 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미국의 막대한 관세 장벽에 부딪혀 자동차와 철강 등 자국 산업의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캐나다 정부의 절박함이 K-방산의 자본력과 맞물려 시너지를 내고 있는 형국이다.
오는 3월 2일 최종 제안서 제출을 앞두고 막판 스퍼트에 돌입한 이번 수주전의 최종 결과는 6월경 판가름 날 전망이다. 한국이 24조 원 규모의 매머드급 사업을 따낸다면, 이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방산 수출을 넘어 미국 주도의 최상위 정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의 핵심 해상 전력 공급망에 진입하는 역사적인 쾌거로 기록될 것이다. 단순한 무기 상인을 넘어 포괄적 안보·경제 파트너로 진화한 K-방산의 진정한 역량이 지금 캐나다의 차가운 바다 위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김정훈 기자 kjh777@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