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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부족 1년…고객 납품대기 시간 더 길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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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부족 1년…고객 납품대기 시간 더 길어져

글로벌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에서부터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다.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에서부터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다.
글로벌 반도체 부족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생산을 늘리고 있지만 고객에게 납품하기까지의 대기 시간은 한층 더 길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3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각국이 적극 나서고 있으나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거액의 판매 손실 등 사태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가정용 수도·광열 이용 감시기기 제조업체 파워X(뉴욕주)를 경영하는 매뉴얼 숀펠드는 지난 5월 트랜스미션 팁을 발주했을 때 납기는 여름철이 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다가 가을, 그리고 겨울로 납기가 미뤄지더니 지금은 2022년 5월까지 납기가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숀펠드는 “아직도 끝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은 심각함을 더하고 있다. 대기 시간은 한층 더 길어지고 고객은 사재기에 분주하다. 내년까지 수습 전망도 불투명하다. 수요는 예상만큼 한풀 꺾이지 않고 있다. 공급망(supply-chain)도 막혀 있다. 이미 풀가동으로 대응하고 있는 공장은 예기치 못한 생산 장애를 겪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처음에는 자동차로부터 시작된 후 최근에는 스마트폰, 의료기기 등 다른 산업으로 폭넓게 확대되고 있다. 조사회사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스마트폰 업계는 전년대비 6%의 성장을 기대했으나 실제로는 절반 수준에 그쳤다.

반도체 제조업체도 부품 부족으로 판매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미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주 실적발표 후 열린 콘퍼런스 콜에서 “공급망의 제약이 없었다면 더 많은 출하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부족은 오는 2023년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은 9~12주다. 하지만, 일본 사스케하나 파이낸셜 그룹에 따르면, 여름에는 평균 19주, 10월에는 22주로 늘어났다. 특히 전력제어 칩은 25주, 자동차업계가 필요로 하는 마이크로 컨트롤러는 38주까지 늘어났다.
웰스파고 인베스트먼트 인스티튜트의 시니어 전략분석가 스콧 랭은 반년 전에는 반도체 부족이 지금쯤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금은 2023년까지 수습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했다. 웰스파고는 최근 반도체 부족에 따른 소비재 공급 제한을 이유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예상을 7%에서 6.3%로 낮췄다.

스콧 랭은 “이 문제는 당초의 예상을 뛰어넘어 훨씬 길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공급은 급속히 확대됐지만 애초에 이미 풀가동 하고 있는 생산체제에 더 이상의 역풍이 불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그런데 반도체 제조 프로세스는 시작부터 최종 공정까지 크게 위협받고 있다.

우선 서브스트레이트 등 기판 소재의 공급이 부족하다. 악천후와 공장 화재 등 사고로 인해 웨이퍼 생산에도 차질이 생겼다. 제조의 최종 공정에서는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대로, 제품의 조립을 담당하는 말레이시아의 공장이 폐쇄돼 치명타를 입혔다.

세계적인 해운 막힘도 공급 장애를 부채질했다.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완성품이 나올 때까지 부품이 최장 4만km를 이동한다고 컨설팅 대기업 액센츄어와 세계 반도체 연맹(GSA)이 리포트에서 지적했다.

당장 반도체 확보는 로또복권에 당첨되는 상황이 됨에 따라 과잉 발주를 불러오고 공급을 더욱 압박하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HBS)의 윌리 C. 시 교수(반도체 공급망 전문)는 “혹시나 하는 이유로 구매자들은 많은 부품을 구입하고 있으며 이것이 공급난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수요를 초과하는 이 같은 사재기 탓에 결국 과잉 공급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최대기업 TSMC, 한국 삼성전자, 인텔은 모두 증산을 위해 거액의 투자 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공장 건설에는 몇 십억 달러의 자금이 필요한 데다가 가동까지는 수년이 걸린다.

반도체 증산을 가장 강하게 요구하는 곳은 이번 위기로 일찍부터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자동차업체들이다. TSMC는 올해 차량용 칩 생산을 60% 확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회사들은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을 줄이는 등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가 지난 27일 공개한 3분기 결산 모두 반도체 부족이 생산에 걸림돌이 돼 큰 폭의 이익감소를 기록했다. 양 회사는 내년에는 완만하게 반도체 부족이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급망 전문 컨설팅 회사 세라프의 창업자 앰브로즈 콘로이는 “이렇게까지 어려운 지경에 처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한동안 개선은 전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