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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EU 배터리 자립 계획, 원자재·인력 등 '암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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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EU 배터리 자립 계획, 원자재·인력 등 '암초' 많다

스웨덴 배터리업체 노스볼트는 스웨덴 북부에 세워진 유럽 최초의 배터리 공장의 시험 가동을 시작했다. 사진=노스볼트이미지 확대보기
스웨덴 배터리업체 노스볼트는 스웨덴 북부에 세워진 유럽 최초의 배터리 공장의 시험 가동을 시작했다. 사진=노스볼트
유럽연합(EU)은 전기차가 미래라고 생각한다. 그 핵심 구성 요소는 배터리이며, 생산에서 유럽이 아시아보다 뒤지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EU는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에 다수의 대형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가지고 있다.

스태티스타(Statista) 웹사이트에 따르면 2020년 유럽은 세계 배터리 생산량의 6%만 생산했다. EU는 이를 바꾸고 싶어한다. 여러 개 배터리 셀 공장 건설을 준비 중이며 그 중 첫 번째 공장은 이미 시운전을 시작했다. 추가로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거나 설계 중이다. 또한 EU는 생산, 재활용 및 자원을 다루는 수정된 배터리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EU는 이르면 2025년부터 연간 600만대의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하기를 원한다. 2030년까지는 최소 3000만 대의 전기 자동차가 도로에서 운행하기를 원하며 주로 자체 생산된 배터리로 수요를 충당할 계획이다.

하지만, 배터리 공장 증설에는 많은 과제가 놓여 있다. 원자재 확보와 공급, 인건비 부담, 환경 오염 시비, 과연 전기차가 기대한 만큼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다.

36개까지 늘어나고 있는 새로운 공장 건설 계획

EU 집행위원회는 이르면 2025년에 회원국에서 연간 최소 600만대의 전기차에 충분한 배터리를 생산하기를 원한다. 여러 거대한 공장이 예상 수요를 충족해야 한다. 현재 미국 자동차업체 테슬라가 도입한 기가팩토리(Gigafactory)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계획된 기가팩토리 공장의 수는 아직 최종적이지 않다.

EU 정책 전문 범유럽 미디어 네트워크 유락티브(Euractiv)는 15~20개의 공장을 명시하고 있다. 체코 현대 에너지 연합(Czech Union of Modern Energy)을 위해 준비된 딜로이트(Deloitte) 연구에 따르면 2030년에는 11~16개의 회사가 필요하다고 한다.

분석에 따르면 2030년경에 유럽에서 450~630GWh 생산은 수십만 개의 새 일자리와 각 국가의 GDP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유럽 배터리 연합(EBA)의 업데이트된 추정치에 따르면 2025년에는 연간 550GWh의 배터리 수요가 예상된다. 원래 400GWh에 회원국 내 24개 가능 부지를 발표했지만 이제 36개로 증가했으며 이 중 3분의 1이 준비 중이다.
일부는 셀 자체만 생산할 수 있고 다른 일부는 최종 배터리를 조립한다. 목표는 재활용 공장을 포함한 포괄적 공급망을 만드는 것이다. 야심찬 계획의 일환으로 작년 말 스웨덴 북부에 유럽 최초의 자체 기가팩토리 노스볼트 공장이 시험 가동을 시작했다. 중요한 변화다. 유럽 기업이 설계, 개발 및 제조한 최초의 배터리 셀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회사에 따르면 전속력으로 가면 연간 100만대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하게 된다. 계획 용량은 60GWh다. 최종 목표는 2030년까지 150GWh로 확대해 유럽에서 배터리 점유율 20~25%를 확보한다는 계산이다. 연간 생산 규모가 170GWh인 LG에너지솔루션의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20%에 뒤지지 않는 규모다.

해외 인재 영입에도 집중했다. 노스볼트에 따르면 스켈레프테아 공장에는 56개 국적을 가진 500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노스볼트는 2019년 LG에너지솔루션 출신 직원을 대거 영입했으며, 삼성SDI 출신도 노스볼트로 이직한 바 있다. 나중에 3000명 수준으로 고용을 늘릴 계획이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2년 내에 16GWh의 배터리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약 30만대의 자동차를 위해 설계될 것이다. 그러나 태양열 또는 풍력 발전소의 에너지 저장과 같은 산업의 다른 영역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성명서에 따르면 공장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작동해야 한다. 그래서 주로 재생에너지에서 전기가 생산되는 북극권 근처 위치가 선택되었다.

◇현재 유럽 생산 선두 주자, 헝가리


노스볼트는 이미 여러 개 대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BMW, 폭스바겐 또는 볼보의 공급업체다. 노르웨이 펀드와 금융 대기업 골드만 삭스도 이 공장에 자금을 쏟아부었고 유럽투자은행도 건설을 지원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신규 공장 건설을 지원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현재 유럽 배터리 생산 1위 국가 헝가리 SK이노베이션에 9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폴란드 일간 신문 풀스 비즈네수(Puls Biznesu)에 따르면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 CATL도 북부 지역으로 향하고 있다. 최대 20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다. 독일 베를린에 기가팩토리를 마무리 짓고 있는 미국 테슬라도 곧 유럽에서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노스볼트의 전기차 배터리.이미지 확대보기
노스볼트의 전기차 배터리.

체코에도 공장이 들어설 전망이다. 딜로이트 분석에 따르면 체코에는 최대 2개의 공장이 거론된다. 투자 단계에서만 약 6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연간 용량이 40GWh인 공장이 회자된 바 있다. 또 다른 3만3000명의 신규 일자리를 공급할 회사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딜로이트는 2023년부터 2031년까지 체코의 연간 GDP가 1억8590만 체코 코루나(약 75억8700만 유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다.

체코 정부는 최소 520억 체코 코루나(약 21억2200만 유로) 투자로 프로젝트를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는 호무토프 인근에 있는 해체된 갈탄 발전소인 프루네르조프 발전소 지역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공장은 5년 이내에 준비될 예정이다. 생산되는 배터리의 크기에 따라 400~80만대의 전기차 수요를 충당할 수 있다. 주로 아시아 파트너 외에도 폭스바겐 그룹과의 협상이 진행 중이다. 체코의 강점은 풍부한 리튬 매장량이다. 리튬은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리튬은 유럽에서 체코 매장량이 가장 많다. 치노베츠는 세계 리튬 매장량의 3%를 보유하고 있다. 체코 최대기업인 체즈 그룹은 호주 유로피언 메탈의 체코 자회사 지오멧(Geomet) 지분 절반을 보유하고 있는데 지오멧은 그곳에서 리튬을 채굴할 계획이다.

유럽환경영향평가(EIA) 포털에 게시된 계획에 따르면 2025년에 시작하려고 하지만 아직 채굴 승인은 이뤄지지 않았다. 타당성 조사는 내년 중반까지 완료되어야 한다. 또한 환경 및 EU 자연보호지역 네트워크(Natura) 2000 영향 평가도 남아있다. 사업 계획에는 지오멧이 리튬 외에 주석 및 텅스텐을 포함하는 3800만 톤의 광석을 채굴하려는 20년 채광 계획이 담겨 있다.

◇슬로바키아에도 대규모 공장 설립 예정


슬로바키아에는 리튬 매장량이 어느 정도인지 확실하지 않다. 심층조사가 필요하다. 채굴 외 필요한 리튬을 영국이나 독일의 지열 발전소 광천수에서 추출해 공급할 수도 있다. 슬로바키아의 지열정에서 리튬을 추출할 수 있을지 의문의 여지가 있지만 리튬을 구할 수 있는 소금물이 있는 지아르나트흐로눔과 프레쇼우 발전소 인근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리튬 배터리 개발에는 이노벳 오토(InoBat Auto)가 포함될 예정이다. 트루나바 근처 보데라디에 기반을 둔 이 회사는 2019년 가을에 설립되었다. 1년 후 자체 배터리 프로토 타입을 개발했으며 최근에는 뉴욕에 기반을 둔 글로벌 기업 아이디어노믹스(Ideanomics), 인도 배터리 제조업체 아마라 라자(Amara Raja) 및 다국적 광산 대기업 리오 틴토(RioTinto)가 이 스타트업에 자금을 쏟아 부었다. 이노벳은 중국 회사 Wuxi Lead의 생산 라인을 갖춘 공장을 갖게 되며 올해 말에 출시할 예정이다.

◇EU 집행위원회, 배터리 생산 관련 새로운 법안 준비


EU 집행위원회는 공장 건설 외에도 환경보존과 인권 등에 관한 새 규정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0년 말 제시된 제안에서 EU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윤리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얻은 원자재만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오늘날 리튬, 코발트 및 니켈 같은 주요 금속은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채굴되는데 해당 국가에서는 인권 문제가 종종 거론된다. 또한 이 제안에서는 독성 수은이나 카드뮴이 포함된 제품 판매를 금지한다.

배터리 생산 외에 재활용도 중요하다. 이 법안에서는 배터리의 전체 수명 주기의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 배터리의 환경적 영향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것을 제안한다. 일부 배터리에는 재활용 소스 내용도 게시되어야 한다.

SK온이 CES2022에 선보인 NCM9 배터리를 관람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SK온이미지 확대보기
SK온이 CES2022에 선보인 NCM9 배터리를 관람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SK온

EU 환경위원 버지니아 주 싱케비치우스(Virginijus Sinkevičius)는 “배터리는 귀중한 재료로 가득 차 있고 낭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30년까지 배터리에 포함된 일부 금속에 대한 재활용 목표가 설정되어야 한다. 구리, 납, 코발트 및 니켈의 경우 위원회는 95% 수준을, 리튬은 70% 수준을 제안한다.

EU위원회는 또한 일회용 알카라인 배터리 금지 가능성을 검토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제안이 통과되면 2030년 말까지 일회용 알카라인 배터리는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

◇EU 자체적인 배터리 생산을 가로막는 문제들


하지만 배터리를 독자적으로 생산하려는 유럽 계획은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의 칩 위기 상황에서 유럽 산업의 배터리 자립을 위한 정교한 전략의 준비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몇 가지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유럽 법률 자체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EU가 석유 의존도를 배터리 원자재 의존도로 바뀔 뿐이라는 비판이다. 또한 유럽 배터리 동맹(European Battery Alliance)에 구속력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매우 엄격한 규제로 인해 EU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퇴출될 수 있다. EU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배터리 생산을 규제하기를 원한다.

EU는 2030년까지 최소 3000만 대의 전기 자동차를 도로에 운행하기를 원하지만 실제 어떻게 될 지는 예측할 수 없다. 2020년 전기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판매량이 처음으로 100만대를 돌파했을 뿐이다. 기간 중 얼마나 빨리 내연차가 사라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비판이다.

지금까지 유럽 배터리가 특히 아시아의 거대 배터리 생산과 어떻게 경쟁할 수 있을지 말하기는 어렵다. 원자재의 외에도 인건비도 유럽에 손해를 끼칠 수가 있다.

한편 배터리 생산은 에너지 집약적이며 모든 현장에서 재생 가능한 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국제 에너지 기구(IEA)에 따르면 폴란드에서는 화석 연료가 여전히 지배적이다. 배터리를 생산하는 에너지원에서 탄소 배출이 많이 발생한다면 배터리 전환 경제가 갖는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