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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10국 "중국, 우크라 침공 틈타 남중국해 장악"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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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10국 "중국, 우크라 침공 틈타 남중국해 장악" 우려

아세안 10개국은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틈타 남중국해를 장악하려는 음모를 펼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아세안 10개국은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틈타 남중국해를 장악하려는 음모를 펼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중국이 남중국해를 장악하기 위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인해 혼란스러운 사태를 이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동남아시아 국가 연합(아세안) 10개 회원국가들이 남중국해 분쟁의 영향에 대해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현 상태를 바꾸려는 러시아의 일방적인 시도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공격적인 움직임과 겹치면서 그들은 러시아의 행동을 묵인할 경우 주변 지역에 파급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싱가폴 리센룽(Lee Sheng Loong) 총리는 7일(현지 시간) 트위터에서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우리에게 엄중하다. 국제관계가 '힘이 옳다'에 기반한다면 세계는 작은 나라들에게 위험할 것이다. 이것이 SG(싱가포르)가 국제법과 유엔 헌장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이유"라고 적었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와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말레이시아 총리는 2월 24일 프놈펜에서 우크라이나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훈센 총리는 싱가포르 영자신문 스트레이츠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고 작은 나라지만 이와 같은 국제적 문제는 우리에게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아세안 회원국은 군사력 면에서 핵보유국과 견줄 수 없다. 러시아와 같은 군사 강대국이 국제법을 무시하고 영토나 영해를 확장하려고 하면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세안 외무장관들은 일요일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발전하는 상황과 무장한 적대 행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한다. 모든 관련 당사자가 최대한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으나 러시아를 명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 크림반도를 점령했을 때 아세안은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

유엔은 8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을 '가장 강력하게 개탄한다'는 결의안을 압도적으로 채택했다. 아세안 10개국 중 8개국이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고 베트남과 라오스는 기권했다.
아세안의 경우,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팽창주의적 움직임과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아세안 입장에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중국의 남중국해역 확장주의 움직임과 유사하며, 이는 거대 이웃 국가의 일방적인 현상변화 시도로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 전략 및 국제 연구센터의 길랑 켐바라(Gilang Kembara) 연구원은 자카르타 포스트 사설 기고에서 "미국이 유럽 분쟁에 휘말리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거나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여 아시아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6년, 헤이그에 소재한 상설중재재판소의 후원 하에 설립된 국제재판소는 필리핀이 제기한 소송에서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중국은 이를 '폐지'라고 부르며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남중국해의 군사화를 계속 추진해 왔다.

인도네시아 해안 경비대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부터 자국 나투나(Natuna) 제도(諸島)주변 해역에 고도의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배타적인 경제수역 200해리는 남중국해역에서 중국이 주장하는 '구단선(nine-dash line)'과 중첩되면서 양국이 첨예하게 맞붙기 때문이다.

9단선은 중국 지리학자가 1940년대에 남중국해역 지도에 그린 U자형 9개 단선으로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근거이며 중국은 남중국해의 90%를 차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도 국제법 준수를 요구하고 관련 당사자들에게 외교적 노력을 촉구했다.

베트남의 집권 공산당은 소비에트 시대부터 러시아와 깊은 관계를 맺어왔다. 베트남이 러시아와 관련된 국제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베트남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에 휩싸여 있기 때문에 동남아 국가는 우크라이나 위기가 자국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 고위 아세안 외교 소식통은 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합병한 2014년과 지금 사이에 유사점을 지적했다.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장악을 막을 수 없었고, 그의 민주당은 몇 달 뒤 중간선거에서 패했다. 그 결과 오바마 행정부는 정치적으로 약해졌고 중국은 남중국해 활동에 박차를 가했다.

마찬가지로,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을 수 없다면, 일부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이번 가을 중간 선거에서 힘든 싸움에 직면할 것이며 중국이 분쟁 지역에서 통제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3월 28일과 29일 워싱턴에서 아세안 정상들과 특별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2월 28일 발표했다.

중국을 상대하는 것이 최우선 의제가 되겠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상황을 다룰 예정이고 아세안 정상들의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하야시 요시마사(Yoshimasa Hayashi) 일본 외무상은 7일 주일본 아세안 대사들과 회담을 갖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포함한 공동의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을 다짐했다.


김세업 글로벌이코노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