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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삼성이 애플 추월했듯이 현대차가 테슬라 따라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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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삼성이 애플 추월했듯이 현대차가 테슬라 따라잡나

테슬라는 미국 전기차 보조금 수혜-현대차는 원화 가치 하락 강점
현대 아이오닉5와 테슬라. 사진=오토버즈이미지 확대보기
현대 아이오닉5와 테슬라. 사진=오토버즈
현대 전기차와 테슬라 간 경쟁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과 애플 간 경쟁을 연상하게 한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와 기아 전기차 판매량이 테슬라에 이어 2위로 올라섰고, 테슬라와의 간격을 빠르게 좁혀 가고 있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현대, 기아 전기차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12%에 달했다. 두 회사가 지난해에 다른 전기차 업체에 비해 가장 큰 폭으로 점유율을 올렸다고 FT가 지적했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도 현대와 기아 전기차가 지난해에 테슬라에 이어 선적 기준으로 2위를 차지했고, 점유율이 14%에 달했다. 1위인 테슬라 점유율은 27%이다. 테슬라는 전기차 선두 업체로서 지난 10여 년 이상 밀레니얼 세대 등으로부터 ‘멋진 자동차’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왔다고 FT가 강조했다.

테슬라는 특히 미국 정부가 최근 시행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정부 보조금 지급 제도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정부 보조금을 주는 내용이 들어 있는 이 법 시행으로 한국에서 생산되는 현대 아이오닉5, 기아 EV6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 제외됐다. 현대와 기아차는 테슬라에 비해 자동차 한 대당 줄잡아 1000만 원가량 원가가 올라가게 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테슬라의 영업 이익이 16%에 이르고, 현대와 기아차는 그 절반 이하인 6%에 그치게 된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현대와 기아 전기차가 빠른 속도로 추격전에 나서고 있다고 이 매체가 강조했다.

현대 전기차 아이오닉6은 한 번 충전으로 610km를 달린다. 이는 테슬라 모델Y와 모델3보다 장거리를 달릴 수 있다는 뜻이다. 현대의 아이오닉5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은 미국에서 ‘최고 수입차’로 등극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2010년에 삼성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6%에 그쳤고, 애플의 5분의 1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삼성이 갤럭시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애플을 따라잡는 데 불과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난 2013년 3분기 기준으로 삼성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애플의 3배에 달했다고 FT가 지적했다.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은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가격 상승으로 원가 상승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전기차에서 배터리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달한다.

현대차는 이 점에서 테슬라에 비해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최근 원화 가치가 13%가량 하락함에 따라 현대차는 최근 분기에 16억 달러 이상의 이득을 보았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배터리와 부품 가격 인상 압력을 견뎌낼 수 있다는 것이다.
테슬라는 미국 정부 지원금으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월가 투자은행 CFRA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는 ‘8월의 크리스마스’와 같다”면서 “새 법 시행의 최대 수혜자가 테슬라”라고 평가했다. 테슬라의 모델Y와 모델 3은 내년 1월 1일부터 자동차 한 대당 정부 보조금 7500달러를 받는다.

이 법 시행으로 전기차 제조 회사당 20만 대까지만 세제 혜택을 주는 상한선 제도가 폐지했다. 테슬라와 GM은 이미 20만 대 상한선을 채웠기 때문에 이 법이 제정되지 않았으면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더는 볼 수 없었다.

올해 상반기에 1만 3692대를 팔아 미국 내 EV 판매 5위를 차지한 현대 아이오닉과 1만 2568대 판매로 6위에 오른 기아 EV6 등은 북미 이외의 지역에서 만들어져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는 전기차와 배터리의 핵심 자재를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공급받아 제작된 전기차에만 세액 공제 형식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규정이 들어있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지 ‘카 앤드 드라이버’(Car and Driver)는 최근 ‘올해의 전기차’로 현대 전기차 아이오닉5를 선정했다. 이 매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올해의 전기차를 선정했다. 지난해에는 올해의 전기차로 포드 머스탱 마하-E를 선정했었다.

이 매체는 아이오닉5가 2개의 전기차 모토로 320마력을 낼 수 있고, 매우 인상적으로 빠른 충전 시간을 자랑하며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이 올해의 전기차로 선정된 이유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후륜 구동의 아이오닉5 기본 사양은 4만 1245달러 (약 5460만원) 가량이고, 168마력에 220마일을 달릴 수 있다고 이 매체가 밝혔다. 사륜구동 아이오닉5는 이보다 비싸 5만 7409 달러가량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