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니상 6관왕, 60회 그래미상 최우수 뮤지칼 앨범상에 빛나는 브로드웨이 최신 뮤지컬을 영화로 제작한 「디어 에반 핸슨」은 스크린에서 본 주제가도 강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곡들이며 남주인공 에반역(벤 플렛)의 연기와 노래는 영화에 담긴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설득력을 준다. 이 영화는 총 16곡의 OST가 호소력 있는 여운을 주는데 그중 대표적인 몇 곡만 들어도 영화의 진가를 알 수 있다.


‘Waving through a window’는 사회 불안 장애를 겪고 있는 에반의 심경이 짙게 표현된 곡이며, 공간을 적절히 활용한 사운드의 기술이 돋보였다. 인간의 불안정한 정서는 언더 스코어링 기법을 차용했고, 에반의 감정 선을 밀도있게 스크린에 나타낸 곡이다. 곡 중에 에반의 진심 어린 메시지로 가득 찬 이 곡은 영상을 한 번에 소화할 수 있게 접근한 연주다.


주제곡 ‘You will be found’는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는 에반의 희망의 메시지를 절절히 담고 있고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기에 공감대가 큰 사운드 트랙이다.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것을 알아가는 에반의 행동이 깃든 곡이며 여느 춤곡 못지않은 흥겨움이 있고, 기타와 드럼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밝은 화음과 재미난 도입부가 인상적이며 노래로 맥을 잇는 몇몇 트랙에서 벤지파섹, 저스틴 폴의 역량이 두드러진다.
‘Requiem’은 뜻하지 않은 가족의 죽음으로 슬픔과 분노의 감정을 담아낸 곡이며 음악 속에 효과 음향을 숨기고 그 효과 음향이 영상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암시적으로 반복되는 사운드를 보인다. 특히 영화 속 음성이 담겨져 생동감에 충실한 트랙으로 남는다.독특한 장르의 음악을 생동감있게 실었고 보고 듣는 이상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Sincerely, me’는 조이와 부모님께 보여줄 메일을 조작하며 코너와의 가짜 우정을 표현한 익살미와 춤과 노래가 곁들여져 정교하게 짜인 영상들을 통해 플롯 전체를 실제 뮤지컬 무대의 공연처럼 동일화시킨 점이 인상이다. 실제 뮤지컬 같은 현장감을 영화 속에서 재현하려는 발상이다.


<If I could tell her>에서 에반의 마음을 조이에게 전달하려는 애틋함이 곡 속에 잘 배어있다. 언뜻 보기엔 뉴올리언즈 스타일의 즉흥연주로 들리지만 빅 밴드 형식을 갖는 뮤지컬 재즈로 다소 낡은 느낌이 들지만 뮤지컬 영화라는 역동성이 드러 난다.
「디어 에반 핸슨」의 OST는 제작자 마크 플랫의 말처럼 ‘극화된 세계가 아닌 이 영화의 줄거리는 동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이다.’ 라고 공감을 했듯, 원작 스토리에 뮤지컬에 없는 영화음악이 더해져 다양한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더욱 영상 분위기에 맞게 다양하게 편곡된 재즈풍의 사운드 트랙이 가슴 찡한 여운을 남기며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뮤지컬 재즈풍의 냄새가 영상마다 짙게 배어 있는 것은 이번 영화를 작곡한 벤지 파색, 저스틴 폴이 현대 뮤지컬의 넘버이기 때문이다. ‘A little closer’는 자존감이 낮고 정서적으로 불안한 에반의 일상생활을 대변한 곡이며 영상은 시각적으로 대비되어 보다 리얼하게 내면적 의도를 끌어낸다.
이 영화의 주제인, ‘우리는 인생의 가장 어두운 순간에도 도움을 청할 용기를 가져라.’를 서술적으로 표현한 <So big, so small>은 극의 요소를 담은 편곡 사운드가 대부분이며 주제적 성격이 강한 ‘You will be found’는 발라드와 스윙 위에 재즈풍이 잘 결합되었고, 영상과 맞물린 사운드 트랙은 마치 각 세션을 잇는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보인다. 주체할 수 없는 결정적 매력을 발산한 OST ‘For forever’는 뮤지컬 고전에 기반을 두고 블루스와 소울의 디테일한 면을 섞어 질감을 업그레이드한 점은 감독의 탁월한 역량이다.
말랑말랑한 브릿 팝송의 냄새가 강한 ‘A little closer’는 엔딩에 대한 메시지와 여운으로 가득하다. 애절한 솔로 연주와 록 메탈, 발라드는 일렉트로니카에 걸쳐 장면을 받쳐주고 율동과 음악의 짜임새 있는 구조로 질감을 업그레이한 점은 영화 매니아들의 바램을 충족시켰다.

「디어 에반 핸슨」은 가능한 뮤지컬 영화의 동시성을 영화 화면 속에 실행시키시고 한다. 스크린 밖의 관객은 영화 속의 관객들과 함께 공연을 보고 있기 때문에 실제 뮤지컬 무대 앞이란 착각을 갖게 된다. 더욱 전형적인 뮤지컬 재즈로 열연한 벤 플랫(에반역)의 노래와 빅밴드의 조합은 다양한 방식의 변주를 통해 영상의 분위기를 리얼하게 전달한다. 본래 벤 플랫은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의 초기 주인공으로 역할을 맡은 뮤지컬 배우이며 하이 톤의 음색이 뛰어나다.
이 작품은 영화음악의 대표작인 <라라랜드>와 <위대한 쇼맨>의 제작진이 만든 영화라서 그런지, 뮤지컬 아닌 뮤지컬처럼 존재감 있는 명작이며 보편적이고 영화적이다. 오프닝 곡이며 에반이 자신의 불안한 심리를 표현한 OST ‘Waving through a window’와 엔딩곡 ‘A little closer’는 상대적 감정이입을 갖는 사운드트랙이며 영화에 핵심포인트를 제시한다. 오프닝 곡과 엔딩 곡이 내러티브의 핵심구조를 갖춘 연결점을 드러내며, 입체적인 생동감을 지닌 영화 <디어 에반 핸슨> OST의 중성적 특성에 적절히 기여하고 있다.
브로드웨이의 최고의 뮤지컬을 영화로 탄생시킨 이 영화는 대표적 OST 16곡이 진가를 말하듯, 상투적인 사운드트랙이 아닌 벤지 파섹, 저스틴 폴의 공동 참여로 탄생된 스토리텔링식 노래들이다. 동화적이고 미학적 요소를 지닌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가사는 영화의 온도를 높이며 대중적인 트랙에서 한보 전진한 영화 매니아의 시각에 촛점을 맞추었다. 〈디어 에반 핸슨〉은 영상 속에 진보된 사운드트랙이 두드러졌고 흥미롭게 영화와 뮤지컬의 형식을 혼합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 프리재즈와 잇는 탄탄한 징검다리가 되었다.
정순영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