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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OTT] 셔더·라프텔, 아무나 찾지 않을 OTT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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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OTT] 셔더·라프텔, 아무나 찾지 않을 OTT 서비스

공포영화·애니메이션 전문 플랫폼…오리지널 장르물 제작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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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열린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중 한 영화의 GV(Geust Visit, 관객과의 대화)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날 감독과 프로듀서가 GV에 참석했고 관객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날 GV에서 한 관객은 해당 영화에 대해 찬사를 보내며 "넷플릭스 같은 곳에서 보고 싶은 영화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프로듀서는 "우리 영화는 셔더(SHUDDER) 오리지널로 제작된 영화다"라고 답했다.
셔더는 한국 관객에게는 생소한 OTT다. 셔더는 미국의 영화제작사 AMC네트워크가 2015년 설립한 호러, 스릴러 전문 OTT 플랫폼이다. 장르영화를 전문으로 하는 플랫폼인 만큼 장르영화팬이 아닌 관객에게는 생소할 수 있다.

유선방송사의 경우 낚시나 바둑 등 취미생활부터 일본 콘텐츠, 애니메이션 등 특정 장르의 매니아들을 위한 채널까지 다양한 기호를 맞추고 있다. 조금 생소할 수 있지만, OTT에서도 이처럼 특정 팬들을 겨냥한 플랫폼이 존재한다.

셔더는 최근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나 부산국제영화제에 종종 소개되고 있다. 대부분 호러, 스릴러 영화들로 장르영화에 목마른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최근 국내 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작품 중에서는 대만영화 '곡비'가 큰 화제를 모았다. 판타지아국제영화제와 판타스틱페스트 등에서 수상한 '곡비'는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공개됐다. 장르영화 팬들이 모이는 부천영화제에서도 '곡비'는 "정도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으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부천영화제에서는 '곡비' 외에 '매드 갓', '씨시', '스픽 노 이블' 등이 소개된 바 있다. 남종석 부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씨네21과 인터뷰에서 "호러영화계 넷플릭스라고 불리는 셔더가 아직 한국에 진출하지 않아 좋은 작품을 더 많이 소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플럭스 고메'와 '다크 글래시스' 등이 공개된 바 있다. 특히 '다크 글래시스'는 이탈리아 공포영화의 거장 다리오 아르젠토가 10년만에 내놓은 작품으로 공포영화팬들을 부산으로 이끄는데 큰 역할을 했다.
셔더는 미국과 영국, 대만, 캐나다, 일본 등 다양한 국가의 호러, 스릴러 영화에 대해 글로벌 판권을 획득하거나 직접 제작해 서비스하고 있다. 다만 당장 한국에 서비스 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그러나 '싸이코 고어맨'이나 '원 컷 오브 더 데드(한국 개봉명: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 등이 OTT 서비스를 통해 국내에 소개된 바 있고 영화제에서 화제가 된 작품도 국내 배급사를 통해 개별 수입되는 만큼 셔더의 기획력을 확인할 기회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셔더와 같은 장르 특화 OTT 서비스는 우리나라에도 있다. 2014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라프텔(Laftel)은 애니메이션 전문 OTT 서비스다. 애니메이션 채널인 애니플러스가 최대 주주로 있는 이 서비스는 각 OTT 플랫폼에 흩어져있는 애니메이션들을 한데 모아서 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특히 '데스노트'와 '요리왕 비룡', '공의 경계', '닌자보이 린타로' 등 타 OTT 서비스에 보기 힘든 작품들을 대거 확보하고 있다. 다만 CJ ENM이나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판권을 확보한 작품들은 서비스하지 못하고 있다.

또 '시맨틱 에러'(애니메이션)나 '그 여름', '슈퍼 시크릿' 등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제작도 활발히 나서고 있다. 특히 웹툰과 웹소설 등을 서비스하는 리디가 지분 12.5%를 보유한 3대 주주로 있어 풍부한 오리지널 IP를 확보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라프텔은 올해까지 10여편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선보였다.

특정 매니아들을 공략한 서비스는 큰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헤비메탈이나 뉴에이지 장르가 마이너로 분류된 것과 같다. 그러나 충성도 높은 매니아층을 확보한 음악이라면 끈질긴 생명력을 확보할 수 있다.

라프텔이나 셔더 같은 플랫폼은 큰 성공을 거두기 어려울 수 있으나 매니아층을 발판으로 생명력을 지속할 수 있다. 무엇보다 소수 취향의 장르에 대한 매니아층이 늘어나는 것은 문화 콘텐츠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이는 한국에서도 매니아를 위한 플랫폼이 확보돼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