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경상북도 경산시 삼풍동에 있는 영남대학교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 버스에서 내려 5분 정도 가파른 산길을 따라가자 1만9766㎡(약 6000평)에 달하는 드넓은 땅 위에 영농형 태양광 시설을 비롯한 연구를 위한 태양광 시설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들은 각기 다른 높이와 모양으로 각자에게 부여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이 단지는 한국동서발전이 2019년 실증과제를 위한 기금을 조성하면서 만들어졌다. 100kW(킬로와트) 규모의 영농형 태양광이 590평 규모에 설치돼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정재학 영남대 화학공학부 교수를 중심으로 영농형 태양광을 표준화하기 위한 국책과제가 진행 중이다.
이날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은 이곳에서 미디어데이를 열고 영농형 태양광 사업 및 과제를 소개했다. 실증단지에는 크게 일반형·협소형·수직형 태양광 모듈 등이 설치되어 있었다. 먼저 방문한, 단면형 태양광이 설치된 부지에는 지난 여름 잦은 비와 따가운 햇빛을 견뎌낸 대파가 심어져 있었다. 정 교수는 “영농형 태양광은 여름철에 지표면 온도가 지나치게 뜨거워지는 것을 방지해주고 토양의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며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했을 때 오히려 생육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대파는 추수 시기가 이미 지나 판매 상품으로서의 가치는 떨어졌지만, 태양광 밑에서도 작물이 충분히 자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태양광 기둥과 기둥 사이에 설치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도 작물의 성장을 도와주고 있었다. 태양광 설치로 인해 부족할 수 있는 광합성을 돕기 위함이다. 설치된 LED는 660nm(나노미터)의 적색 파장을 내는 LED다. 660nm의 적색 파장은 식물의 개화와 성장, 광합성 촉진에 효과적이다. 정 교수는 "알곡이 여물 때 해가 지고 나서 약 3시간가량 조사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 등으로 인해 영농형 태양광이 설치된 하부 농지에서의 수확량은 예상치를 웃돌며 향후 사업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실제 영남대 실증 결과 밀·배추 수확량은 일반 농지 대비 약 80%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광 시설은 작물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잡초에도 영향을 끼쳤다. 태양광이 설치된 곳과 설치되지 않은 곳의 잡초 크기 차이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설치되지 않은 곳에는 사람 허리까지 오는 무성한 잡초들이 가득했지만, 태양광 시설이 설치된 곳은 이와 다른 모습이었다. 태양광이 지붕 역할을 해 잡초의 성장을 막아준 것이다. 실제 농경지에 발생하는 잡초의 경우 병해충의 월동·서식처 구실도 하고, 농작업을 방해한다. 즉 태양광이 작물이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르포] "영농형 태양광에 韓 농촌 미래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한화큐셀이 만든 양면형 협소형 태양광 제품(오른쪽)이 설치된 모습. 사진=한화솔루션
바로 옆에는 한화큐셀이 만든 양면형 협소형 태양광 제품이 자리하고 있었다. 모듈 전면과 후면 발전이 모두 가능한 것은 물론 한화큐셀의 퀀텀 듀오 Z 기술이 적용돼 높은 수율, 낮은 시스템 비용 등이 특징이다. 정 교수는 "상당히 좋은 시스템이고 일반적인 양면형 제품보다 발전되는 양이 더 많다"며 "현재 계속 발전량을 추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논 한가운데 수직으로 설치되어 있는 태양광 패널도 눈길을 끌었다. 기존 태양광의 경우 수평으로 설치된 경우가 많은데, 이런 수직형의 경우 다양한 각도에서 빛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지붕형 태양광과 비교해 별도의 설치공간이 따로 필요하지 않은 것도 특징이다.
하지만 낮은 전력량은 한계로 꼽힌다. 오수영 영남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실제 저희가 단면형과 비교했을 때 여름에는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겨울에는 전체 70~80% 정도로 전력량이 줄어들었다"며 "하지만 낮은 설치 비용 그리고 기존 지붕형 태양광과 함께 사용하면 더 큰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