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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로 읽는 독립운동사…2023 K-발레 프로젝트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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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로 읽는 독립운동사…2023 K-발레 프로젝트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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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8월 25일(금) 7시 30분, 8월 26일(토) 3시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예술경영지원센터 주최, 성남문화재단 주관, 문화체육관광부 후원, M발레단(대표·예술감독 문병남) 연행, 양영은 대본·연출, 문병남 안무의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70분)이 공연되었다. 이 작품은 지난해 제12회 대한민국발레축제 개막작이었고, ‘2023 K-발레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광복절 기념으로 충주, 광명, 마포구에 이은 공연으로 M발레단의 빛나는 레퍼토리임을 입증하였다.『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은 무용창작산실 우수작품 제작지원 선정작이다.

사실(史實)을 바탕으로 한 발레적 안무와 연출은 핵심적 의미를 전달한다. 이 작품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초연(2015)된 이래 대중성 예술성을 동시에 인정받는다. 1910년 2월 14일 뤼순 감옥, 독실한 천주교도인 도마 안중근(이동훈)은 서른두 살의 젊은 나이에 죽음을 코앞에 두고 있다. 해 뜨는 듯 부드러운 에드바르 그리그 작곡의 '페르 귄트'가 분위기를 몰아온다. 조선의 어머니(김순정)와 가족과 함께했던 아름다운 시절을 떠올린다. 열여섯 살의 신랑 안중근과 신부 김아려(이은원)의 혼인을 축하하는 마을 잔치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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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박쥐서곡’의 경쾌한 분위기가 봄날의 화사와 청춘의 아름다움을 상기시킨다. 상상의 달이 여러 색깔을 오간다.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4번이 아름다운 낭만적 가족 서사의 조선을 극대화한다.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동물적 제국 군대는 침탈의 야욕을 서서히 드러낸다. 이후 작품은 안중근 측과 이토 히로부미 측으로 양분되어 전개된다. 낭인을 풀어 일제는 명성황후를 시해하고 불태웠다. 이토 히로부미는 조선을 겁박하여 을사늑약 체결과 통감부를 설치한다.

한국발레의 정체성을 구축한 창작발레는 연기와 움직임의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이토가 초대 통감에 임명되자, 일본군 장교 이시다(윤별)는 연인 사쿠라의 호화 주점에서 축하연을 벌인다. 강렬한 붉은색 주조의 색채감과 부채를 든 기모노 여인들의 관능미와 요염함이 일제 야욕과 오버랩 된다. 차이콥스키의 '카프리치오 이탈리안'이 부채춤과 어울리면서 자유분방한 흐트러짐의 여성 군무와 일본 군복의 남성 군무와 혼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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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은 눈에 밟히는 모친과 아내, 자식들을 뒤로하고 구국의 일념으로 연해주행을 택한다. 안중근은 의병단 동의회에 참여, 동포들을 훈련 시킨다. 동일 공간에서 이시다와 안중근 양 진영의 대비가 이루어진다. 안중근의 부대는 이시다의 국경수비대를 강타하고, 전투에서 승리해 일본군들을 생포하지만, 안중근은 만국공법에 따라 포로들을 석방한다. 이시다에게 의병부대의 위치가 노출된 안중근의 부대는 대패한다. 극심함 죄책감의 안중근은 심각한 부상으로 사경을 헤맨다.

발레적 상상, 정신을 잃고 쓰러진 그의 마음을 위로하듯 천국과 같은 그의 꿈속에서 모두는 자유를 찾아 평화롭다. 안중근은 아내의 손길에 이끌려 정신을 차리고, 연해주 크라스키노(연추)로 귀환한다. 의병 활동을 포기할 수 없었던 안중근은 열한 명의 동지들과 왼손 약지 첫 관절을 자르는 단지동맹으로 조국 독립의 결의를 다지고, 이토 히로부미를 삼 년 내에 처단하지 못하면 자결하기로 다짐한다. 얼마 후, 안중근은 이토가 러시아와의 협상을 위해 하얼빈을 찾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토를 처단하고자 신중히 의거 계획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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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작가는 발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에서 안중근 의사가 천국에서는 춤추면서 행복하기를 기원한다. 일본군이 늘어서 있고, 뉴욕필의 ‘Nobody Knows’가 눈이 오는 장면과 달리는 기차를 영상으로 영접한다. 1909년 10월 26일, 통쾌한 의거로 안중근은 하얼빈역에서 이토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안중근은 거사 직후 “우라 우라 우라 꼬레아 우라"라고 외친다. 거미줄처럼 쳐진 끈, 벗어날 수 없는 안중근은 전쟁포로가 아닌 살인자로 기소되어 일본 법정에 선다. 이토의 사망으로 안중근은 일제의 사법 체계에 의해 처형된다.

사후인 듯, 원 안의 안중근을 감싸는 백색 무리의 여덟 여인, 천사의 상징이다. 말러 교향곡 5번을 타고 모든 가족과의 터치가 이루어진다. 안중근은 다시 원 안 정면의 국기 앞에서 선 독립군과 만난다. 늘어서고 움직이고 눕고 손발 들어 올리는 분주한 움직임이 만들어진다. 작품은 감옥 장면에서 출발하여 감옥 장면으로 수미쌍관의 균형의 묘를 이룬다. 안중근이 고뇌할 때 어머니가 등장하여 솔로로 춤추며 위로한다. 듀엣으로 화장된 춤, 철창 사이로 눈이 내린다. 애절한 직별의 이인무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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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동참, 애처로움에 걸친 연출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 과정에서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말은 냉정하기 그지없는 훈계이다.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은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딴 맘 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

불행히도 아직 안중근의 유해는 행방조차 모른 채 이국을 떠돌고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모자의 두 개의 음성, 그는 다음과 같은 유언을 남겼다.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 두었다가, 우리나라가 주권을 되찾거든 고국으로 옮겨다오. 나는 천국에 가서도 또한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힘쓸 것이다. 너희들은 돌아가서 국민의 의무를 다하며, 마음을 같이하고 힘을 합하여 큰 뜻을 이루도록 일러다오. 대한독립의 함성이 천국까지 들려오면 나는 기꺼이 춤을 추면서 만세를 부를 것이오.”

안중근은 조국의 독립을 간절히 바랐다. 작가는 조선 독립을 위해 살신성인한 안중근과 주변 이야기를 사실과 허구를 조화롭게 섞어 현대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작품은 위대한 희생, 독립운동의 중요성, 민족의 용기를 들추어낸다. 놀라운 음악 선곡과 작곡이 두드러지며, 발레연기자들이 넘치게 애쓴 작품은 극적인 안무, 역동적인 연출의 조화로 죽으면서도 평화로운 해방의 시대를 바라던 안중근 의사의 삶과 철학이 투영된 발레이다. 의병 활동, 단지동맹, 하얼빈 의거까지 우리의 역사가 지닌 강인함을 객석에 전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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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M발레단은 2015년 창단되어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오월바람』 등의 발레 레퍼토리를 성공시켜왔다. 한국 발레계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창작발레와 클래식발레 재안무를 통해 한국 발레의 수준을 향상시키고 있다. M발레단 단장 양영은의 입체적인 연출의 조화는 관객을 압도한다. 세계인 공감의 창작발레를 위해 수년간 수정·보완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해외 발레단 소속의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의 이동훈과 이은원이 한 무대에 오른 작품이다. 이동훈은 미국 툴사발레단에서, 이은원은 워싱턴발레단에서 맹활약 중이다.

전 우루과이 발레단 단원이자 국내 최고 테크니션인 윤별이 일본 장교 이시다 역을 맡아 멈추지 않는 그의 기교로 관객을 압도했다. 조마리아 역은 2015년 초연부터 함께한 성신여대 무용예술학과 교수 김순정이 출연하여 아들에 대한 애절함과 포용력의 깊이를 선사했다. 특유의 발랄함으로 머뭇거림 없이 고난이도 동작을 소화해낸 김희래/진유정은 사쿠라역을 맡아 무대를 사로잡는 카리스마를 선보였다. 성숙한 테크닉과 자태를 지닌 진유정는 믿고 보는 M발레단의 무용수로 농염하면서도 헌신적인 사쿠라의 모습을 담아내었다.

문병남 안무의 창작발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은 비범한 인물의 짧은 삶을 독창적으로 이끌어 무대화시킨 작품이다.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제약 요가가 많이 도출되지만, 안무와 연출은 발레적 표현 방식으로 음악과 움직임을 활용하면서 동서양의 조화를 이루어 안중근을 무난한 사유의 대상이 되게 만들었다. 익히 익숙한 내용의 전개는 시각적 비주얼과 색채감, 연기적 역량, 구성의 조화, 분주한 음악 구사 등이 밑받침이 되었다. 우수한 작품은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처럼 여운을 깊게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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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 안무 문병남


현) M발레단 대표 겸 예술감독 전) 국립발레단 부예술감독 2017년 대한민국발레협회 “대상” 수상 2022년 대한민국발레축제 개막작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안무–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2021년 문예회관과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문예회관, 예술단체 공연콘텐츠 공동제작·배급 프로그램” 『발레, 돈키호테』 재안무– 대구수성아트피아, 강릉아트센터, 강동아트센터, 구로아트밸리 2021년 예술의전당 창작발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안무–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2019년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오월바람』 안무–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2017년 대한민국발레협회 주최 『처용』 안무–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015년 무용창작산실 우수작품제작지원 선정작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안무 –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2014년 국립발레단 『돈키호테』 재안무–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2009년 국립발레단 『왕자호동』 안 –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 대본·연출 양영은


현) M발레단 단장, 국민대학교 공연예술학부 겸임교수, 양영은 Beyond Ballet 대표 및 예술감독 전) 성균관대학교 무용학과 겸임교수, 전) 영국 서리대학교(University of Surrey) 무용학과 학부 논문지도교수, 2023년 서울문화투데이 젊은예술가상, 2023년 제13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소나기』 안무, 연출, 대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2022년 제12회 대한민국발레축제 개막작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대본, 연출–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2022년 광주시립발레단 제131회 정기공연 『오월바람』 연출– 빛고을시민문화관, 2021년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 선정작 『서울밤, 꿈속에서』 안무, 연출, 대본–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2021년 예술의전당 창작발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대본 및 연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2015년 무용창작산실 우수작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대본 및 연출–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2005년 영국왕립무용학교 공연 『Hidden』, 『Tango Soul』 안무 및 연출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