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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혁신논쟁] 알뜰폰, 배달앱도 못 하는데... 은산분리 규제에 겹겹이 막힌 '은행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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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혁신논쟁] 알뜰폰, 배달앱도 못 하는데... 은산분리 규제에 겹겹이 막힌 '은행 혁신'

은행권에 대한 '이자장사'라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지만, 비이자 수익을 늘리고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내 시중은행 ATM.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은행권에 대한 '이자장사'라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지만, 비이자 수익을 늘리고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내 시중은행 ATM. 사진=연합뉴스

국내 은행이 '이자장사' 비판을 받는 가운데, 비이자 이익을 증대하고 수익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은산분리 원칙에 따라 비금융업에 진출하는 데 제한을 받고 있다.

특히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 'KB리브엠'이나 신한은행의 배달앱 '땡겨요' 등 사업은 타업권 대비 강력한 규제와 금융당국의 감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에서는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애플과의 제휴를 통해 '애플통장'이라는 저축 계좌를 선보이는 등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 새 기회를 찾고 있어 우리의 규제와 다른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지적하는 국내 금융기관의 혁신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은산분리 등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산분리는 은행과 산업의 이해관계가 상충되지 않도록 서로의 업종을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제다.

현행 은행법하에서 은산분리 관련 규제는 은행의 비금융회사 주식 소유 제한, 부수업무 제한 등이 있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는 4%로 제한되어 있다.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최대 10%까지 확대될 수 있다. 비금융주력자의 경우 시중은행 지분 4%, 지방은행 15% 이상 보유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은행들은 이자 이익에 치우친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비은행 기업을 인수해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거나 수수료 수익을 늘리는 등 다양한 전략을 모색해왔다. 그러나 은산분리 규제로 인해 비이자 수익의 비중을 크게 늘리는 데 한계에 부닥치면서 이자 이익 의존도가 높아져 '이자장사'라는 비판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이에 따라 금융권 내에서는 현행 은산분리 규제에 대한 재검토와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금융과 비금융 산업의 경계가 흐려지는 글로벌 '빅블러(Big Blur)' 시대와 새로운 혁신 금융서비스의 등장은 기존 은산분리 규제가 금융사들의 주요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국내에서는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 'KB리브엠'이나 신한은행의 배달앱 '땡겨요'가 출범했다. 그러나 은행 고유 업무를 소홀히 하거나 금융상품 판매 시 플랫폼 입점·이용을 유도하는 등 소비자 피해 우려가 지적되면서 소비자 보호방안 및 내부통제장치 등을 마련하는 것을 조건으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을 받아 한시적으로 영위해왔다. 리브엠은 지난 4월 지정 기간이 만료됐지만 금융위원회를 통해 은행 부수업무로 지정되면서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해외에서는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애플과의 제휴를 통해 '애플통장'이라는 저축 계좌를 선보이는 등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열어가고 있다. 애플통장은 연 4.15%의 금리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금산분리 규제로 인해 빅테크 기업들이 직접 은행업에 진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빅테크와 금융기관 간 제휴를 통해 금융기관은 빅테크의 플랫폼을 안정적인 자금 조달 채널로 활용하고, 빅테크 기업들은 금융기관의 인프라와 고객 기반을 이용해 금융서비스 부문의 매출을 확대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2021년 은행법 개정으로 은행업 고도화 등 회사 업무 범위가 대폭 확대되자 지역 경제 활성화나 기업 재고를 일시적으로 매입하는 인벤토리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비금융회사가 설립됐다. 일본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고 사회적 역할을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2016년부터 법 개정을 통해 은행이 수행할 수 있는 비금융 업무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해 언급하면서 기대감을 품었다. 김 위원장은 제1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우리 금융산업에서도 방탄소년단(BTS)과 같은 글로벌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플레이어가 출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장을 열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지난 8월 중 규제를 완화할 계획임을 밝혔지만 돌연 발표를 연기하면서 사실상 교착상태에 빠졌다.

금융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러한 규제가 현재의 경제 환경과 금융 산업의 변화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지주회사 금산분리 규제개선 건의'를 통해 "지주회사 금산분리 규제는 글로벌 스탠더드와도 동떨어져 있다. 일본, 유럽연합(EU)은 관련 규제가 없고 미국은 은행 소유만 금지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모든 금융업을 금지하는 광범위한 금산분리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주회사 산하에 비은행 금융회사를 소유할 수 있다. 실제로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 인텔 등은 구글벤처스, 인텔캐피탈 등을 통해 유망산업에 대한 M&A와 투자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혁신금융샌드박스를 통해 일부 규제 완화를 받아 알뜰폰 사업을 비롯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데 인터넷전문은행 수준으로만 규제를 완화해줘도 이종산업 진출이나 투자 업무가 지금보다 활발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노훈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unjuro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