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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완성차 위상 높아졌지만… 고금리·소득감소에 車금융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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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완성차 위상 높아졌지만… 고금리·소득감소에 車금융 ‘정체’

카드사, 車할부 첫 ‘역성장’…“영업할 분위기 아냐”
치솟는 금융비용에 내년 내수시장도 부진 ‘불가피’

고금리 여파와 소득 감소로 인해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여력이 줄고 있다. 사진은 중국 항저우만 공장에서 폴스타 4를 생산 중인 모습. 사진=르노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고금리 여파와 소득 감소로 인해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여력이 줄고 있다. 사진은 중국 항저우만 공장에서 폴스타 4를 생산 중인 모습. 사진=르노코리아
우리나라 자동차 구매 수단인 ‘할부·리스’ 등의 금리가 고공 행진하면서 소비자들 지갑이 열리지 않고 있다.

현대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 위상이 높아지고 있지만 자동차 할부를 취급하는 ‘여신금융전문회사’(여전사)들 할부금융 영업이 위축된 것이다. 자동차 금융은 조달 원가가 낮아져야 소비자에게 혜택이 가는데 고금리로 이 같은 기대감이 낮아진 데 따른 것이다. 업계에선 당분간 연체율 등이 우려돼 공격적 영업을 자제하고 있지만, 내년 국내외 금리인하 등 영업 환경이 개선되기를 바라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신업계 자동차 할부 자산은 작년부터 본격화한 고금리 기조에 주춤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여신금융전문회사채’(여전채) 발행을 통해 자동차 할부 등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데, 금리인상 기조가 지속되면서 올해 초 5%를 돌파하기도 했다. 현재는 상반기보다는 여전채 금리가 다소 안정된 상황이다.

지난 1일 기준 AA+등급 3년 만기 여전채 금리는 4.276%로 전날(4.290%) 대비 0.014%포인트 내려갔다. 여전채 금리는 지난 10월 말 4.9%대까지 치솟았으나 지난달 4.2%로 하락한 뒤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 할부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롯데·신한·하나·우리·삼성·KB국민카드 등 자동차 할부를 취급하는 6개 카드사의 할부금리는 이날 기준 최고 8.7%, 최저 5.4%로 집계됐다.

이자 부담에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심리는 좋지 않다. 딜로이트 조사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국내 소비자들의 전체 자동차 구매의향 지수는 79.2로 전월 대비 3.2포인트 하락했다. 딜로이트 측은 보고서를 통해 “고금리 부담 등 경기 불안 요소가 지속되고, 높은 수준의 자동차 할부금리 등으로 인해 전반적인 구매 심리가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구매에 동원할 소득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할부 이용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실제 올해 먹거리 물가 상승세가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소득 증가세를 크게 넘어서면서 가처분소득 증가세를 상쇄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대표적인 먹거리 지표인 가공식품과 외식의 올해 3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6.3%와 5.4%로 나타났다. 반면 3분기 전체 가구의 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97만원으로 지난해 3분기 대비 3.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자동차 할부 금융은 올해 위축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자동차 할부 금융을 취급하고 있는 우리·롯데·KB국민·삼성·신한·하나카드 등 6개사의 자동차 할부 금융 자산은 올해 6월 말 기준 총 10조1632억원으로 전년 동기(10조6460억원) 대비 4.5% 감소했다. 이는 카드사들이 자동차 할부에 처음 진출했던 2010년 이후 처음 기록한 역성장이다.
고금리 여파와 소득 수준 감소로 내년 전망 역시 밝지 못하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발표한 ‘2023년 자동차산업 평가 및 2024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자동차 내수 시장의 경우 완만한 경기 회복과 주요 전동화 모델 출시에도 전년 대비 1.7% 감소한 171만 대가 판매될 것으로 내다봤다. 협회 측은 “전년도 반도체 공급 개선에 따른 역기저 효과, 경기 부진으로 인한 가계 가처분소득 감소, 고금리 등이 신규 수요를 제한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신업계도 비용 부담에 이전처럼 자동차 할부 영업을 확대하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가 상승은 둘째 치더라도 소비자들이 자동차 할부만 갖고 있는 게 아니다 보니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속도 조절에 나선 분위기”라면서 “금리야 내려가면 할부 이자를 낮출 여력은 생기겠지만 전반적인 경기 상황이 불투명해 향후 경기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