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부가 지난달부터 전기차 모터에 필수적인 희토류 자석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세계 자동차 산업이 소수 중국 관료의 판단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 산하 산업안전 및 수출입통제국은 지난달부터 희토류 자석의 수출 허가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이 허가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느리게 진행돼 글로벌 자동차 업계와 반도체, 항공우주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자석 공급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달부터 미국과의 무역 갈등 속에 이 자석을 수출 통제 품목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희토류 자석을 수출하려면 중국 정부의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하며 그 심사를 맡고 있는 기관이 바로 상무부의 한 부서인 산업안전 및 수출입통제국이다.
이 기관은 초기에 직원 수가 30명에 불과했으나 최근 60명으로 증원됐다고 중국 및 유럽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이 지난주 상무부 회의에서 브리핑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업무 적체가 심각한 상황이다.
보쉬 대변인은 “희토류 수출 허가 신청은 기술 사양, 계약서, 생산시설 설명서, 제품 사진 등 방대한 자료를 요구하고 있어 매우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밝혔다.
유럽 자동차 부품업계는 지난달 이후 수백 건의 수출 허가 신청을 냈으나 지금까지 승인된 건수는 약 4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상무부는 민감 품목이 군사용으로 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국 내 기준을 강화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아담 더넷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 사무총장은 “이같은 규제 조치가 너무 급하게 시행돼 여러 산업에 큰 혼란을 야기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 상무부가 늦은 감은 있지만 대응 인력을 늘리고 밤낮없이 일하고 있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면서도 “민간용임이 명백한 품목에 대해서도 과도하게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기업들이 자사의 지식재산에 해당하는 기술 정보를 과도하게 요구받는다는 점이다. 더넷 총장은 “일부 기업들은 지식재산에 속하는 민감한 정보를 요구받고 있어 신청을 꺼리거나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희토류 수출 허가 심사 기한을 45영업일 이내로 명시하고 있으나, 국가안보와 관련된 항목은 예외로 두고 있어 사실상 무기한 지연이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5일 전화 통화를 갖고 무역 협상의 이행 문제를 논의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SNS를 통해 “희토류 제품의 복잡성에 대한 의문은 이제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중국 정부는 통화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희토류 관련 언급 없이 “제네바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중국 외교부 린젠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희토류 수출 통제는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닌 비차별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제네바 회의에 참석했던 한 소식통은 “중국 측이 희토류 조치가 비관세 보복 조치에 해당한다는 점을 사적으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싱크탱크 그랜드뷰연구소의 국제관계 전문가 주쥔웨이는 “희토류는 가격은 낮지만 미국의 반도체 제재에 대응할 수 있는 중국의 단기적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희토류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번 조치가 중국의 전략적 무기화인지 단순한 관료적 병목현상인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한 희토류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원했다면 인력 보강은 하루아침에도 가능했을 것”이라며 “이번 병목은 전략적 구실에 가깝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