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美 ICE, LA 겨냥 대규모 이민 단속...주민·노조·학생들 격렬 반발

글로벌이코노믹

美 ICE, LA 겨냥 대규모 이민 단속...주민·노조·학생들 격렬 반발

NYT “이민 단속 현장에 군용 장비 동원돼 논란”
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도심에서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이민자들을 잇달아 체포한 뒤 LA 연방청사 주차장 출입구를 막고 시위하던 한 시위자가 경찰에 의해 진압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도심에서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이민자들을 잇달아 체포한 뒤 LA 연방청사 주차장 출입구를 막고 시위하던 한 시위자가 경찰에 의해 진압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도심과 인근 지역에서 미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대규모 이민단속을 벌이면서 주민과 이민자 단체, 노동조합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의류업체와 건설현장, 대형 매장 등을 표적으로 한 것으로 알려진 ICE의 이번 작전은 민간인 부상과 노동운동가 체포로까지 이어지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7일(현지시각)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ICE 산하 국토안보수사국(HSI)은 전날 오전 LA 패션디스트릭트와 웨스트레이크, 사우스 LA 등에서 동시에 이민단속을 전개했다.

연방요원들은 LA 시청 인근 앰비언스 어패럴이라는 의류 도매업체에 오전 9시15분쯤 들이닥쳐 노동자 20~30명을 상대로 출신국과 신분증을 묻는 개별 심문을 실시했다. 현장에 있었던 오마르 디아스는 “나는 미국 시민권자라 풀려났지만 동료들 중 멕시코와 한국 출신 이민자들은 남겨졌다”고 전했다.
현장에는 곧 이민자 권익 옹호단체와 지역 주민들이 모여들며 긴장이 고조됐다. 일부 시위대는 연방요원이 탑승한 차량에 계란을 던졌고 요원들은 섬광탄을 사용해 시위대를 해산시키려 했다. 이 과정에서 길을 지나던 데이비드 맥대니얼이 파편을 맞아 부상을 입었고, 차량에 깔려 손상된 전동킥보드도 다수 목격됐다.

같은 시각 웨스트레이크 지역 홈디포 주차장과 사우스 LA 창고, 노스할리우드의 공사현장 등에서도 단속이 동시에 이뤄졌으며 총 45명이 체포됐다. 이 가운데 44명은 행정구금됐고 1명은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형사입건됐다.

논란이 된 인물은 노동조합 ‘전국서비스노조(SEIU)’의 캘리포니아 지부 회장 데이비드 우에르타였다. 그는 LA 도심 단속 현장에서 요원들의 차량 진입을 가로막다가 체포돼 병원 치료 후 연방 구금시설로 이송됐다. 일세 에스코바르 유나이티드 티처스 LA 정치 담당자는 “요원이 우에르타를 땅에 넘어뜨리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우에르타 체포에 대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우에르타는 존경받는 지도자이자 노동자를 위한 애국자”라며 “정부 활동을 목격했다는 이유로 누구도 다쳐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재입성 이후 ICE는 하루 3000명 체포 목표를 내걸고 전국적인 단속을 강화해왔다. 실제로 CBS뉴스에 따르면 최근 ICE의 하루 평균 체포 건수는 2000건에 달하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당시 660건의 세 배 수준이다.

LA시 관계자들과 정치인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카렌 배스 LA시장은 “이같은 단속은 커뮤니티에 공포를 퍼뜨리고 도시의 안전 원칙을 흔든다”며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니스 에르난데스 LA시의원은 “요원들은 아무런 예고 없이 들이닥쳐 시민들이 대응할 틈도 없이 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단속에서 체포된 37세 마르코 가르시아의 딸 카티아 가르시아는 “아버지는 미국에 20년 넘게 살며 일해왔고 우리는 이런 일이 우리에게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미 연방수사국(FBI)도 이번 작전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현장 요원들은 FBI, 국토안보수사국, 알코올·담배·화기단속국(ATF)의 휘장을 부착한 상태였다. FBI LA지부 대변인 로라 아이밀러는 “법무부의 지시에 따라 국토안보부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LA경찰국(LAPD)은 이번 단속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짐 맥도넬 LAPD 국장은 “LAPD는 이민 신분 확인을 목적으로 한 단속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며 “이민자들도 경찰을 신뢰하고 위험 시 도움을 요청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민단속은 지난주 샌디에이고에서도 진행됐으며 이곳에서도 섬광탄이 사용되고 차량에 탄 요원들이 민간인을 제지하는 장면이 포착돼 논란을 빚었다. 연방의회 의원들은 크리스티 노엄 국토안보부 장관에게 해당 작전에 대한 질의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