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 중인 ‘세금·지출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이 상원을 통과한 가운데 테슬라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이 법안에 대해 “완전히 미친 짓이자 파괴적”이라고 공개 비판하면서 법안의 향방과 정치권 역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9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머스크는 전날 상원이 가까스로 처리한 세금·지출 법안에 대해 “미국에서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파괴하고 국가에 전략적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세제지원 종료 등 법안의 산업정책 방향에 강한 우려를 표하면서 “미래 산업을 해치고 과거 산업에 보조금을 주는 법안”이라고 평가했다.
◇ ‘잠행했던 머스크’, 다시 정치무대 중심으로
머스크는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과의 공개 설전 이후 한동안 침묵을 지켜왔다. 그러나 상원에서 트럼프표 세금·지출 법안이 가결되고, 하원 논의가 본격화되자 다시 정치 무대에 등장해 공개 비판에 나선 것이다.
◇ “머스크 영향력, 하원 표결 변수 될 수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안을 내달 4일 독립기념일 이전에 서명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하원 통과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상원안에는 법인세·소득세 감세 영구화, 메디케이드 삭감, 신재생에너지 지원 종료 등 내용이 포함돼 있어 공화당 내 중도파와 일부 민주당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머스크의 발언은 법안에 대한 산업계 전반의 신뢰 부족을 드러낸 상징적 사례로 전기차·우주항공 등 핵심 미래산업과의 갈등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공화당 지도부가 머스크를 다시 정치권으로 불러들여 주요 산업 리더들과의 접점을 회복하지 않는다면, 법안의 완전한 입법화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머스크-트럼프 관계, 다시 불안정 국면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는 앞서 정부효율부 활동과 관련해 협력해왔으나 이달 초 세금·지출 법안을 둘러싸고 “국가를 파산시킬 법안”이라는 머스크의 발언으로 양측 갈등이 표면화됐다. 이후 머스크가 일부 비판을 철회하며 “과했다”고 밝히며 봉합 국면에 접어드는 듯했지만 이번 발언으로 관계는 다시 긴장 상태로 돌아간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머스크의 이번 행보가 향후 2026년 중간선거나 트럼프의 재선 전략에서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머스크가 단순한 기업인을 넘어 공화당 내 정책 방향과 산업계 여론의 교차점을 상징하는 인물로 부각되고 있어 그의 비판이 당내 논의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