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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닥터 둠' 루비니 "올해 하반기 스태그플레이션…연준, 금리 인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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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닥터 둠' 루비니 "올해 하반기 스태그플레이션…연준, 금리 인하 없다"

근원 PCE 3.5%·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무역갈등은 15% 관세로 마무리
"공황 매도 불필요…금·방산주 담은 ETF로 방어적 자산 배분 중요"
 '닥터 둠'으로 불리는 세계적인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닥터 둠'으로 불리는 세계적인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 사진=로이터
'닥터 둠'으로 불리는 세계적인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가 올해 하반기 미국 경제에 '미니 스태그플레이션 쇼크'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그는 이러한 전망이 투자자들의 공황 매도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루비니는 최근 CNBC 인터뷰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주시하는 핵심 물가 지표인 미국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이 올해 말 3.5%에 이르고, 경제 성장은 둔화해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를 정확히 예측해 명성을 얻은 그는 "2025년 하반기는 미니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에 해당할 것"이라며 "연준은 금리 인하를 최소 12월까지 보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장 둔화와 높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탓에 연준이 금리 인하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관측에는 여러 나라가 15%의 관세율에 직면하는 무역 협상의 '온건한' 타결 가능성도 포함된다. 그는 "지난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관세 발표 때처럼 시장이 급락하는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파멸의 날' 아닌 방어적 투자…ETF로 대응


하버드대 출신 경제학자인 루비니는 학계와 정부, 민간 부문을 두루 거친 전문가다. 그의 '닥터 둠'이라는 별명은 평생에 걸쳐 수많은 거시 경제 위기를 경고해온 이력에서 비롯됐다. 모든 예측이 적중한 것은 아니지만, 2008년 금융 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말미암은 경기 침체를 조기에 경고하며 시장의 신뢰를 얻었다.

루비니는 지난해 11월 나온 상장지수펀드(ETF) '아틀라스 아메리카 펀드(USAF)'의 운용역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펀드는 물가 상승과 기후 변화 같은 구조적 위험에 대비하는 다중 자산 전략을 따른다. 루비니는 이 펀드를 "주식시장보다 변동성이 낮지만, 종말에 대비하는 자산 구성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팩트셋 자료를 보면 USAF는 운용자산이 약 1700만 달러(약 232억6960만 원)에 불과해 아직 규모는 작다. 하지만 성과는 견조하다. 지난해 11월 설정된 뒤 5%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S&P500 지수에는 밑도는 성적이지만, 지난 4월 미국 증시가 관세 충격으로 20% 가까이 급락했을 때 USAF는 3% 미만 하락에 그치며 뛰어난 방어 능력을 보여주었다.

◇ 금·방산주 담고 부동산 비중 축소


USAF의 공동 운용역인 푸닛 아가왈은 "단기 급등보다는 느리고 꾸준한 상승을 지향하며, 실제로 그렇게 운용해왔다"고 밝혔다.

아가왈에 따르면, 금과 단기 국채, 농산물에 집중했던 초기 자산 구성과 달리 최근에는 방위산업과 정보 보안 관련주를 편입하고 단기 물가연동채권(TIPS)을 사들이는 등 변화를 꾀했다. 반면 부동산 보유 비중은 줄였다.

특히 금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연초 주식 시장을 앞서는 성과를 냈지만, 6월에는 다소 부진한 성과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에 루비니는 "금 투자는 세계 경제가 점진적으로 달러 중심 체제에서 멀어질 것이라는 긴 안목의 전망에 바탕을 둔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이 급격히 붕괴할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추세는 분명하며 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루비니는 올해 하반기 미국 경제가 성장 둔화와 높은 물가 상승이 겹치는 국면에 직면할 것을 경고하며, 투자자들에게 방어적이고 분산된 자산 배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가 운용하는 USAF는 이러한 투자 철학을 반영하는 하나의 대안인 셈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