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이 중국과 한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조선업 시장에 맞서기 위해 수십년 만에 가장 대담한 산업 재편에 나섰다.
일본 최대 조선사 이마바리조선은 일본마린유나이티드(JMU)의 지분 60%를 확보하며 사실상 인수했고 여당은 총 1조엔(약 9조5000억원) 규모의 민관 공동기금을 제안했다.
7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마바리조선은 최근 JMU의 지분을 추가 확보해 글로벌 4위 규모의 조선사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중국 국영 중국선박공업그룹(CSSC), 한국 HD현대중공업 등과의 경쟁을 염두에 둔 조치란 분석이다.
◇ 1조엔 규모 기금으로 '국가 조선소' 건설 추진
실제로 일본의 선박 인도량은 2018년 25%에서 2024년에는 12%로 줄었고 전 세계 선박 수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기준 6.7%에 불과했다. 같은 해 중국은 전체의 70%를 수주해 일본의 네 배 이상 선박을 인도했다는 것이 영국 해운 분석업체 클락슨의 분석이다.
미국도 일본의 조선 역량 강화를 전략적으로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FT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일본이 조선업 공동기금 구성을 제안했고 당시 미 정부가 이를 지지했다고 전했다.
◇ 철수 늘고 인력난 심화…이민 노동자 비중 급증
이번 인수는 이마바리와 JMU가 2021년 공동 설립한 설계 전문 합작사 ‘일본조선’의 관계를 더 강화하는 차원이다. 당시 이마바리는 JMU 지분 30%를 인수했으며 이후 글로벌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 통합에 나선 것이다. 두 회사는 이번 지분 확대와 관련한 세부 재무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 사이 일본 조선업계에서는 잇단 철수가 이어졌다. 미쓰이E&S는 올해 조선 부문을 쓰네이시조선에 매각했고 스미토모중공업은 지난해 조선업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사세보중공업은 현재 수리 및 기계 부문만 운영 중이다.
일본 조선업의 가격 경쟁력 부족은 고임금과 원자재 가격 상승 탓이 크다. 인력 고령화도 심각한 과제로 현재 전체 조선업 종사자 7만6000명 중 이민 노동자가 약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년 전과 비교하면 급격히 증가한 수치다.
이에 대해 사사카와평화재단의 다케이 토모히사 선임연구원(전 해군 제독)은 “한국과 중국은 조선소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 경쟁력을 높였지만 일본은 시장 중심 방식을 고수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2006~2013년 사이 조선업계에 910억달러(약 126조원)를 지원했다는 유럽경제정책연구센터(CEPR) 분석도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의 정책 전환을 반대할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마바리조선의 히가키 유키토 사장은 지난달 일본조선공업협회 회장으로 선임된 뒤 “2030년대에는 일본이 암모니아, 메탄올 등 차세대 저탄소 연료 선박 분야에서 주도권을 쥐고, 시장 점유율도 2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1990년대에 일본은 세계 선박 시장의 40%를 차지했으나 지금은 그 명성을 되찾기 위한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